강의 : 켄뽀 아왕상뽀

(북인도 둑 다르마까라 승가대학 교수사/ 서울 성북구 캄따시링 센터장)

번역 및 정리 : 자홍스님 (캄따시링 법회 통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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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상가 논사의 탱화  

이때까지의 내용을 복습해보자.『보성론』의 주제는 여래장(如來藏)이다. 이 주제를 7가지로 요약하면 7금강구(金剛句)이다. 7금강구는 ①불(佛) ②법(法) ③중(衆) 혹은 승(僧) ④계(界) 혹은 여래장(如來藏) ⑤보리(菩提) ⑥덕(德) ⑦불사업(佛事業)이다. 이것을 다시 인(因), 도(道), 과(果)의 3가지로 구분하면, 불, 법, 승의 3보는 과(果)에 해당한다. 이 과를 이루기 위한 방편(方便)이 보리, 덕, 불업이다. 토대인 인(因)은 계(界) 혹은 여래장이다.

유정(有情, Tib. sems can, Skt. sattva)인 이상 누구나 마음이 있으며, 마음이 있다면 마음의 성품이 있다. 마음의 성품이 있다면, 성품을 드러내서 부처를 이룰 능력도 있다. 그러나 부처가 되는 능력이 있다고 이 자리에서 아무 노력 없이 바로 부처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自)의 측면에서 갖춰야하는 조건이 있고, 타(他)의 측면에서 갖출 여건이 있다. 우선 자(自)의 측면에서 갖춰야 하는 것은, 사람의 몸이라는 토대를 구족하고 법(法)에 대한 믿음을 갖추는 등이다. 타(他)의 측면에서 갖춰야하는 것은 현재 사는 환경에 불법승 3보가 존속하고 있음 등이다.

6. 법(法)의 덕

불(佛)의 덕상(德相)에 대해 설명하였고, 이제부터는 법(法, Tib. chos)의 덕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본문 1.9를 읽어보자.

무(無)도 유(有)도 아니고, 유(有)와 무(無) 양자인 것도 아니며, 유有와 무無 외의 다른 것도 아니며,

사량(思量)할 수 없고, 정의(定意)를 벗어났으며, 각자 스스로 아는 바이며, 적정(寂靜)이며,

무구(無垢)한 지혜의 밝음으로 빛나며, 모든 지각 대상을 향한 탐욕과

분노, 어둠을 부수는, 법(法)의 태양에 예경하노라. [1.9]

།གང་ཞིག་མེད་མིན་ཡོད་མིན་ཡོད་མེད་མ་ཡིན་ཡོད་མེད་ལས་གཞན་དུའང་།

།བརྟག་པར་མི་ནུས་ངེས་ཚིག་དང་བྲལ་སོ་སོ་རང་གིས་རིག་ཞི་བ།

།དྲི་མེད་ཡེ་ཤེས་འོད་ཟེར་སྣང་ལྡན་དམིགས་པ་ཀུན་ལ་ཆགས་པ་དང་།

།སྡང་དང་རབ་རིབ་རྣམ་པར་འཇོམས་མཛད་དམ་ཆོས་ཉི་མ་དེ་ལ་འདུད།

1.9는 먼저 불법승 삼보(三寶)의 덕을 설명하고 그 다음에 삼보께 예경을 하는 것으로 구성되어있다. 먼저 부처의 덕에 대해 설명하고 이러한 덕을 지닌 부처께 예경하며, 그 다음에는 법(法)의 덕을 설명하고 법에 예경한다. 티베트어본 1행의 첫 단어인 '강식(Tib. gang zhig, Skt. yo)'은 주격 관계대명사로 여기서는 법(法)을 가리킨다. 법(法)은 아무것도 없는 무(無)가 아니며, 그렇다고 유(有)인가 하면 유(有)도 아니다. 유도 아니고 무도 아니라면, 유이면서 동시에 무인 것인가? 아니다. 유무 양자도 아니다. 그렇다면 유와 무 양자로부터 벗어난 다른 어떤 것인가? 그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인가? 여기서 법(法)은 본성(本性, Tib. gnas lugs)이니, 본성은 유도 아니고 무도 아니며 유무 양자도 아니며 유와 무에서 벗어난 다른 어떤 것도 아니다. 유도 무도 마음이 조작하여 가립(假立, Tib. btags pa)한 것에 불과하며, 본성은 이 모두로부터 벗어난 것이다.

2행에서 "사량(思量, Tib. brtag)할 수 없고" 라고 하였는데, 본성은 유무의 희론(戲論, Tib. spros pa Skt. prapañca)에서 벗어난 것이므로, 이렇고 저렇다고 헤아릴 수가 없다는 의미이다.

"정의(定意, Tib. nges tshig)를 벗어났으며"는 언어의 대상에서 벗어났다는 의미이다. 보통 우리는 말을 할 때에는, 먼저 마음 속에서 분별하여 내가 이러한 말을 하겠다는 생각을 일으키고, 그 다음에 내용을 발설한다. 그 후에 언어를 통해 내용인 공상(共相, Tib. don spyi, Skt. artha-sāmānya)을 상대방에게 전달하고, 상대방이 그것을 이해한다. 그러나 본성은 분별의 대상에서 벗어난 것이므로, 언어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유무의 모든 변(邊)에서 벗어났고, 마음으로 따져볼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언어로 말할 수 없는 것이라면, 과연 이러한 것을 알고 증득하는 것이 가능한가? 가능하다. 실로 가능하다. 분명하게 알 수 있고, 경험할 수 있다. "각자 스스로 아는 바" 라고 하였으니, 이것은 각자 스스로 아는 것, 즉 자내증(自內證, Tib. so so rang rig)하는 바이다. 일체법의 본성은 마음의 본성이고, 마음의 본성은 일체법의 본성이다. 각자의 마음으로 심자성(心自性)을 관(觀)하여 모든 희론에서 벗어난 마음의 자성을 증득하면, 일체법의 성품도 증득한다. 이 자내증은, 희론(戲論)과 분별(分別)이 모두 사라져 "적정(寂靜, Tib. zhi ba)"한 것이다.

"무구(無垢, Tib. dri med)"라고 하였는데, 이 마음의 성품에는 무시이래 객진(客塵, Tib. glo bur ba, Skt. āgantuka)의 번뇌장(煩惱障)과 소지장(所知障)의 염오(染汚)가 전혀 없음을 의미한다. "무구(無垢)한 지혜의 광명으로 빛나며" 라고 하였으니, 무구성(無垢性)은 곧 지(智, Tib. ye shes, Skt. jñāna)이다. 지(智)는 무구한 측면에서 '청정(Tib. dag pa)'하며, 또한 '밝음(Tib. dang ba)'이어서 모든 것을 안다. 비유하자면 마치 매우 깨끗한 거울에 일체의 사물이 선명하게 비치는 것과 같아서, 지혜 안에서 모든 소지법(所知法)을 인식한다. 청정하고 밝음이기에, 이것은 찬연하게 빛난다.

"모든 지각 대상을 향한 탐욕과 분노, 어둠을 부수는"이라고 하였으니, 탐욕은 대상을 희구하는 갈망과 집착이고, 분노는 대상을 혐오하는 화이며, 어둠은 무명(無明)으로, 곧 탐·진·치를 말한다. 탐진치를 모두 파괴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정법(正法, Tib. dam pa'i chos)이다. 법의 성품은 유무의 변(邊)에서 벗어났으며, 마음으로 헤아릴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언어로 규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깨끗하고 밝고 빛나는 성품이므로, 이 법의 성품을 증득하면 탐진치의 분별을 모두 제거한다. 법의 성품이자 곧 마음의 성품을 증득하면 어둠과도 같은 탐진치는 사라지고 지혜의 광명은 더욱 환하게 드러난다.

생각할 수 없음, 불이(不二)이며, 무분별(無分別)이며,

청정함, 밝음, 대치(對治)이기에

[탐착에서 벗어난] 이것과, 그것에 의해 탐착에서 벗어나는 것.

2제(二諦)를 특징으로 하는 것이 이 법이다. [1.10]

།བསམ་མེད་གཉིས་མེད་རྟོག་མེད་པ། །དག་གསལ་གཉེན་པོའི་ཕྱོགས་ཉིད་ཀྱིས།

།གང་ཞིག་གང་གིས་ཆགས་བྲལ་བ། །བདེན་གཉིས་མཚན་ཉིད་ཅན་དེ་ཆོས།

여기서 법(法)의 사례로 제시하는 것이 2제(二諦, Tib. bden pa gnyis, Skt. dvayasatya)로, 즉 멸제(滅諦)와 도제(道諦)이다. 1행의 "생각할 수 없음, 불이(不二)이며, 무분별(無分別)이며"는 멸제를 표현한다. 2행의 "청정함, 나타남, 대치(對治)"는 도제를 나타낸다.

집, 바다 등의 사물들은 머릿속에서 그것에 대한 관념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궁극적인 법(法)은 생각으로 이러저러한 것이라고 떠올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법은 "생각할 수 없음(Tib. bsam med)"이다. 그리고 일반적인 사물들은, 밖으로는 대상과 안으로는 마음, 즉 소(所)와 능(能)의 구분이 있고, 좋고 나쁨 등의 2원적(二元的)인 구분이 있다. 그러나 법의 본성에는 이러한 2원적 구분이 없다. 그러므로 "불이(不二, Tib. gnyis med)"이다. 또한 모든 희론(戱論)의 상(相)이 적멸하므로 "무분별(無分別)"이다. 생각할 수 없으며, 불이이며, 무분별인 것. 이것이 바로 멸제(滅諦. Tib. 'gog pa'i bden pa)이며, 우리가 이루어야 하고 증득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을 증득하면 해탈을 성취한다.

멸제를 증득하기 위해서는 도제(道諦, Tib. lam gyi bden pa)가 필요하다. 도제는 번뇌장(煩惱障)과 소지장(所知障)이라는 2가지 장애가 "청정함(淸淨, Tib. dag pa)"이며, 도제를 통해 이 마음이 실로 청정해지면 거울이 모든 사물을 비추듯 매우 명료해진다. 그러므로 "밝음(Tib. gsal ba)"이다. 그리고 도제는 번뇌장과 소지장을 제거할 수 있는 해독제이므로 "대치(對治, Tib. gnyen po)"이다.

3행에서 앞의 '이것(Tib. gang zhig, Skt. yo)'이라고 한 것은 관계대명사 주격으로 '멸제'를 가리킨다. '멸제'는 도(道)에 의지하여 업과 번뇌의 장애가 모두 제거된 것이다. 그 다음의 "그것에 의해(Tib. gang gyis, Skt. yena, 관계대명사 도구격)"라고 했을 때는, '그것'에 의지함으로써 탐착 등에서 벗어나게 되니, 여기서 '그것'은 바로 도제(道諦)를 의미한다. 탐착 등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이 멸제의 특징이며, 탐착 등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하는 방편이 바로 도제의 특징이다. 이러한 "2제(二諦)를 특징으로 하는 것이 이 법이다."

법은 모든 희론과 분별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것이며, 청정하고 밝고 빛나는 것이다. 이 법을 증득하기 위해서는 먼저 법이란 어떠한 것인가를 알아야 한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알았다고 해도 궁극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진정 알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머리로 헤아려서, 아마도 이런 것이 아닐까? 하고 나름대로 지어낸 것을 알고 있을 뿐이다. 이때는 본성과 우리 마음 사이에 공상(共相, Tib. don spyi)이 자리하고 있다. 그 다음에는 믿음과 헌신을 닦고, 공덕을 쌓고 업장을 정화하면서, 머리로 이해한 것을 지속적으로 반복해서 수습(修習)해야 한다. 그렇게 반복 수습하면, 점차 마음을 뒤덮고 있는 객진(客塵, Tib. glo bur, Skt. āgantuka)의 장애가 점차 줄어든다. 객진의 장애가 감소하면, 반비례하여 우리의 지금 이 마음이 마음의 본성과 더욱 가까워지고, 그와 함께 우리의 이해도 더욱 강력해진다. 그러다가 어느 날, 마침내 객진의 장애와 분별망상이 완전히 사라졌을 때, 드디어 멸제인 마음의 본성을 증득하며, 증득하는 이 마음은 곧 지(智, Tib. ye shes)가 된다.

마음의 본성에 대해 이해하고 반복해서 수습해 나가면, 설사 착란과 분별과 괴로움이 일어나더라도, 마음의 평안 속에서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머물 수 있을 것이다. 마치 눈이 가끔 내리더라도 땅이 따뜻하면 닿자마자 곧바로 녹아버리는 것과 같다. 본성을 알았어도 경지에 이르기 전까지는, 간혹 화가 나거나 탐욕과 무명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티베트불교 전통에서는, 본성을 깨달은 유가행자도 화가 나느냐? 라는 질문에, 여전히 화남이 있다고 답한다. 그러나 화의 순간적인 발생은 마치 물 위에 막대기를 휘두른 것과 같다. 물 위에 막대기를 재빨리 내리친들, 막대기 자국은 아주 짧은 순간 생겨났다가 곧 흩어져 버린다. 결코 남지 않는다. 반면에 우리 범부는 어떠한가? 마치 막대기를 두텁게 쌓인 먼지 구덩이 위에 내리치는 것과 같다. 혹은 진흙에 막대기를 찍는 것과 같다. 자국은 선명하게 찍히고 결코 없어지지 않는다.

어떤 이는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어떤 경험이나 감정이 일어나도 금방 잊어버리는 편이다. 그럼 된 것이 아닌가? 이것이 마음의 평안인가? 그렇게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고 답하겠다. 수행자는 그저 이렇게 무작정 망각해버리는 사람이 아니다. 나쁜 경험이 일어났을 때는 그것을 금방 소멸시킬 수 있어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좋은 경험이 일어났을 때는 그것을 더욱 발전시킬 능력이 있어야 한다. 훌륭한 수행자에게는 지혜가 있으므로, 어떤 경험이 일어나더라도 그것을 따라가지도 않고 그것에 종속되지도 않는다. 그는 생기는 즉시 그것을 알아차리며, 알아차리는 즉시 그것은 소멸한다. 나가르주나(Skt. Nāgārjuna, Tib. klu grub, 龍樹) 논사의 『친우서(親友書)』(D4182, bshes pa'i spring yig)에서는 사람의 감정적 경험에는 3가지 경우가 있다고 하셨다. 돌에 그림을 그리는 경우, 땅에 그림을 그리는 경우, 그리고 물에 그림을 그리는 경우이다. 불선(不善)한 감정과 분별은 물에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이, 생겨나는 즉시 곧바로 소멸할 수 있게 한다. 자비와 지혜와 같은 선한 분별과 감정은 돌에 그림을 그리듯 견고하게 유지해야 한다.

마음의 평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생각해보라. 여러분은 어떠한가? 어린 시절에 부모나 가족이나 주변의 어떤 이가 나에게 잘 해준 일은 열에 아홉은 다 잊어버리고, 나에게 잘못한 일은 열에 하나가 있더라도 그 하나를 끝까지 심중에 품고 절대 잊어버리지 못 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렇다면 이런 행위가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가, 아니면 해가 되는가? 해가 됨을 여러분은 금방 알 것이다. 그러나 해악이 극명함에도 우리는 이것을 없앨 방편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방편을 사용하지 않으니, 부정적인 생각이 마음 속에서 결코 없어질 수 없다. 이런 병이 마음 속에 생겨버리면, 자기 자신도 아픈 사람이 될 것이고 다른 사람에게도 해를 끼치고 만다. 우리가 불법을 공부한다고 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마음의 병을 치료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마음의 병이 낫는다면, 설사 외적 환경이 다소 좋지 않더라도 마음에는 늘 평화와 행복이 있을 수 있다. 그리하여 비로소 불법이 스스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티베트의 시골 태생이다.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에 종종 소꿉친구들끼리 다투기도 했고, 부모님에게 혼나 매를 맞은 적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원망하는 마음은 전혀 없으며 오히려 종종 그립고 감사할 따름이다. 이렇게 내가 감사한 마음을 일으킨다고 이제는 만날 수 없는 부모님에게 직접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누구에게 도움이 되겠는가? 바로 나 자신의 마음에 크게 도움이 된다. 불법의 수행자라면 서운한 일보다는 감사한 일을 기억할 수 있도록 훈련해야 한다. 사람 간에 얼마나 많은 오해가 생기던가? 대부분은 어림짐작이고 생각하는 대로인 경우는 거의 없다. 간혹 한 두 가지 지레짐작이 상황과 일치하면, 내가 굉장히 잘 꿰뚫어본다며 자만하고 틀렸던 일은 모두 잊어버린다. 그리하여 종국에는 내가 잘 모를 수 있다는 생각은 도무지 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 이런 성향이 가끔 도움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결국에는 마음은 착란되어 있어 실상에 부합하지 않기에 진정한 행복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마음의 행복과 평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당장은 안 되더라도 계속 노력해야 한다. 제대로 노력하지 않는다면, 수년 동안 불법을 수행해왔다고 자만한들 끝끝내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으리라. 여러분에게 당부하면서 나 자신에게도 촉구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