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 켄뽀 아왕상뽀

(둑 다르마까라 승가대학 교수사/ 서울 성북구 캄따시링 센터장)

번역 및 정리 : 자홍스님 (캄따시링 법회 통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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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상가 논사의 탱화 

일곱 번째와 여덟 번째로 "다양한 견해로 밀집하여 둘러싸인 의심의 장벽을 부수시는(...)" 이라고 하였다. 여기서 '다양한 견해'란, 온갖 종류의 전도(顚倒)된 견해들을 의미한다. 범부는 여실한 본성을 깨닫지 못한 삿된 견해들이 마음을 뒤덮으니 항상 '의심'이 마음속에 있고, '의심'은 '장벽'과 같이 실상을 볼 수 없도록 가로막는다. 이 벽을 무너뜨리면 비로소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다. 의심이 없어지면 이제 올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다. 이렇게 벽을 부수는 분이 바로 부처(佛)이다. 어떤 사람이 너무나 큰 번민으로 더 이상 어찌할 바를 모르고 의혹이 가득하다고 하자. 그에게 정말로 신뢰할 수 있고 의지할 수 있는 스승이 나타나 그에게 해야 할 바를 일러준다면, 조언을 듣자마자 마음속에서 의혹과 번민이 사라질 것이다. 어디로 가야 할 지를 확신하고 자신 있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부처는 무량 중생에게 바로 이러한 스승이다.

부처에게는 지(智)와 비(悲)가 있기에 자기 자신과 제자 유정들을 실로 이롭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 즉 ⑦자리(自利)의 덕과 ⑧이타(利他)의 덕이 있다. 이러한 덕을 갖춘 부처의 위신력(威神力)의 보살핌을 받느냐는 제자의 헌신과 공경의 마음에 달려있다. 거울이 맑고 투명하다면 그 속에 얼굴이 선명하게 비칠 것이다. 그러나 거울이 오염되어 있다면, 아무리 거울에 얼굴을 바짝 붙여도 제대로 보이는 것이 없을 것이다.

무위(無爲)이며, 무공용(無功用)으로 성취되었으며

다른 연(緣)에 의해 증득하지 않고

지(智)와 비(悲)와 힘(力)이 있으니

두 가지 이익을 갖춘 부처의 성품이다. [1.5]

།འདུས་མ་བྱས་ཤིང་ལྷུན་གྱིས་གྲུབ། །གཞན་གྱི་རྐྱེན་གྱིས་རྟོགས་མིན་པ།

།མཁྱེན་དང་བརྩེ་དང་ནུས་པར་ལྡན། །དོན་གཉིས་ལྡན་པའི་སངས་རྒྱས་ཉིད།

부처는 어떤 존재인가? "무위(無爲, ’dus ma byas)이며"라고 하였으니, 부처는 인(因)과 연(緣)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유위(有爲)가 아니라 ①무위(無爲)이다. 부처가 무위라면 부처의 법신(法身)은 어떤 식으로 성취되는가? 마음의 본질(心自性)이 곧 부처이니, 심자성(心自性)은 무시이래 별도의 노력 없이 ②무공용(無功用)으로 자연히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법신도 본래부터 "무공용(無功用)으로 성취"된 것이다. ③"다른 연(緣)에 의해 증득하지 않고" 라고 하였으니, 무위(無爲)•무공용(無功用)으로 성취되는 법신•본질은 타자(他者)를 원인이나 조건으로 하여 증득하는 것이 아니다. 스승에 의한 것도 아니고, 논리적 사고에 의해서 얻는 것도 아니다. 다만 자기 스스로 깨닫는 것(自內證)이다.

부처가 무위•무공용으로 성취되며 다른 연으로써 증득하는 바가 아니라면, 부처를 이루면 어떤 덕이 있는가? "지혜와 자비와 힘이 있으니" 라고 하였으니, 즉 ④'지혜의 덕(智德)'과 ⑤'자비의 덕(悲德)', 그리고 '힘의 덕(力德)'이 있다.

지(智)에는 여소유지(如所有智, Skt. yathāvadjñāna, Tib. ji lta ba mkhyen pa'i ye shes)와 진소유지(盡所有智, ji snyed pa mkhyen pai ye shes)가 있다. 여소유지(如所有智)는 본질을 있는 그대로 아는 지혜이고, 진소유지(盡所有智)는 인식대상이 되는 소지법(所知法)의 모든 사물을 한 찰나에 모두 지각하는 '지혜'이다. 그런데 부처님의 이 지(智)는 우리 범부들이 각각의 사물을 인식하면서 즐거운 것을 마주하면 쾌락을 느끼고 싫은 것을 대하면 혐오하고 괴로워하는 것과는 다르다. 부처님의 지(智)는 일체를 일시에 아는 능력이다. 그러한 능력이 있기에, 지혜와 자비를 완성한 능력이 있다. 이러한 지혜의 힘과 자비의 힘이 있기 때문에, 제자인 유정들을 행복의 길로 이끌어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는 ⑥'힘(力)'이 있다.

"두 가지 이익"이란, ⑦자리(自利)와 ⑧이타(利他)를 의미한다. 무위, 무공용, 다른 연에 의해 증득되는 것이 아님은 '자리(自利)의 덕'이다. 지(智)와 비(悲)와 힘(力)은 '이타(利他)의 덕'이다. 이상의 6가지에 다시 자리의 덕과 이타의 덕을 더하여 총 8가지의 덕이 있다고, 아상가 논사의 주석에서 설명하고 있다.

처음, 중간, 마지막이 없는

자성(自性)이므로 무위(無爲)이며

적정(寂靜)한 법(法)의 몸을 지니므로

노력 없이 성취됨이라고 한다. [1.6]

།ཐོག་མ་དབུས་མཐའ་མེད་པ་ཡི། །རང་བཞིན་ཡིན་ཕྱིར་འདུས་མ་བྱས།

།ཞི་བ་ཆོས་ཀྱི་སྐུ་ཅན་ཕྱིར། །ལྷུན་གྱིས་གྲུབ་ཅེས་བྱ་བར་བརྗོད།

게송1.6의 1행과 2행은 무위(無爲)의 덕을 드러낸다. 그리고 3행과 4행은 무공용(無功用)으로 자연히 성취됨을 나타낸다. 부처는 처음, 중간, 마지막에서 벗어났으므로 '무위(無爲)'라고 한다. 그리고 부처는 환화(幻化, Tib. sprul pa)와 분별망상이 모두 적정(寂靜)한 법의 몸(Skt. śānta-dharma-śarīra)이므로 '노력 없이 성취됨(無功用, Tib. lhun gyis grub, Skt. anābhoga)'이라고 한다.

각자 자신이 증득해야 하는 바이므로

다른 조건에 의해 증득하지 못 한다.

그와 같이 3가지로 깨달으므로 지혜이며

도(道)를 가르치므로 비(悲)라고 한다. [1.7]

།སོ་སོ་རང་གིས་རྟོགས་བྱའི་ཕྱིར། །གཞན་གྱི་རྐྱེན་གྱིས་རྟོགས་མིན་པ།

།དེ་ལྟར་རྣམ་གསུམ་རྟོགས་ཕྱིར་མཁྱེན། །ལམ་སྟོན་ཕྱིར་ན་ཐུགས་བརྩེ་བ།

부처는 곧 법성(法性)이다. 이 법성은 어떻게 증득하는가? 각자가 스스로 증득해야 한다. 부처, 보살, 스승 등에 의지하여 증득하는 것이 아니다. 세간에서 일반 학문을 공부하려면 일차적으로는 가르치는 교사, 공부 환경, 공부 자료 등의 도움을 받는다. 그러나 진정으로 공부하는 주체는 자기 자신이다. 스스로 공부하고 익히지 않으면 성취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법성을 증득함에 도움이 되는 여러가지 제반조건은 있을 지언정, 진정 증득할 때는 자기 스스로 해야할 뿐 달리 방도가 없다.

"그와 같이 3가지로(...)" 라고 하였는데, 3가지란 앞서 말한 무위, 노력 없이 성취됨(無功用), 다른 조건에 의해 증득하지 못 함을 말한다. 이 3가지가 곧 법성(法性)•승의(勝義)이며 부처이고, 이것이 일체유정에게 있음을 아는 것이 바로 지(智)이다.

정리해보자. 부처란 처음•중간•끝 그리고 시간•방향 등에서 벗어난 법성(法性)이다. 그렇다면 아무 것도 없는 공무(空無)인가? 그렇지 않다. 모든 허망분별이 적멸(寂靜)한 법신(法身)이다. 무위(無爲)이며 적정한 법신은, 다른 조건으로써 증득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증득하는 것이다. 무위, 무공용, 다른 조건에 의해 증득하지 않음을 아는 것이 바로 지(智)이다.

"도(道)를 가르치므로 비(悲)(...)" 라고 한다. 부처는 제자인 유정(有情)들에게 상시 전도됨이 없는 올바른 도(道)를 설한다. 도를 설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부처의 마음 속에 비심(悲心)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비(悲)라고 한다.

힘(力)이니, 지(智)와 비(智)로써

고와 번뇌를 제거하기 때문이다.

앞의 3가지로써 자리(自利)이며

뒤의 3가지로써 이타(利他)이다. [1.8]

།ནུས་པ་ཡེ་ཤེས་ཐུགས་རྗེ་ཡིས། །སྡུག་བསྔལ་ཉོན་མོངས་སྤོང་ཕྱིར་རོ།

།དང་པོ་གསུམ་གྱིས་རང་དོན་ཏེ། །ཕྱི་མ་གསུམ་གྱིས་གཞན་དོན་ཡིན།

'힘(Tib. nus pa, Skt. śakti)'이란, 부처에게는 지(智)와 비(智)로써 자기 자신의 번뇌를 완전히 소멸하였으며 유정(有精) 제자들의 번뇌도 조복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의미한다. 앞의 3가지인 ①무위(無爲)의 덕 ②무공용(無功用)의 덕 ③'다른 조건에 의해 증득하지 않음'의 덕은, 자리(自利)의 덕이며, 뒤의 3가지인 ④지(智)의 덕 ⑤연민(悲)의 덕 ⑥다른 이의 괴로움의 인과(因果, 원인은 번뇌와 업이고 과는 괴로움이다.)를 제거할 수 있는 '힘'을 갖춤의 덕은, 이타(利他)의 덕이다.

삼보(三寶)의 덕에 대해 논의할 때, 티베트불교 전통에서는 자주 이 『보성론』을 전거로 삼는다. 부처를 념(念)할 때는 지금 우리가 함께 공부하는『보성론』의 구절을 떠올리면, 부처의 덕을 바로 알 수 있다. 이 논의 구절들을 설명할 수 있다면, 부처의 덕을 해설할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을 상세히 알지 못 한다면, '부처란 무엇인가?' 라고 막연하게 고민하더라도 답을 내놓지 못 할 것이다.

불교 수행자에게는 헌신적인 믿음과 공경심이 필수이다. 신심(信心)이 있는 사람은 마음의 진정한 변화가 가능하다. 신심을 일으키려면 부처의 덕에 관하여 반복해서 사유해야 한다. 부처의 덕을 념(念)하면, 신심이 일어나고 자신도 그러한 덕을 성취하겠다는 발원도 일어난다. 그러한 덕을 성취할 수 있든 없든, 그러한 덕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고 확신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마음에 크게 이롭다. 마음에 늘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희망이 있다면 마음은 늘 충만하고 따뜻하다. 희망과 신념이 없는 마음은 공허할 따름이다. 불제자(佛弟子)는 실상(實相)을 알아야 하고, 실상을 알면 본래 자신에게 능력이 갖추어져 있음을 알게 된다. 자신에게 능력이 있음을 앎으로써, 지혜를 발전시켜야 한다. 지혜가 있는 것만이 아니라 일체 중생을 향해 자비심을 일으켜야 한다. 이와 같이 능력, 지혜, 자비를 갖춘다면, 자리와 이타의 힘이 생겨난다.

학생 : 8덕을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앞의 자리의 덕 3가지와 뒤의 이타의 덕 3가지를 합치면 6가지 뿐이 아닌지요?

켄뽀 : 자리(自利)의 덕 3가지와 이타(利他)의 덕이 각각 3가지로 6가지이고, 여기서 다시 자리의 덕과 이타의 덕을 더해서 총 8가지가 된다. 이와 같이 수를 헤아리는 것은 경론에서 자주 나오니 익숙해야 한다.

학생 : 앞서 무위(無爲)에 대해 설명할 때 시작도 중간도 끝도 없다고 말했는데, 그냥 불변성이라고 하면 되지 않습니까? 굳이 시작과 중간, 끝이 없다고 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켄뽀 : 무위를 규정하는 방식은 여러가지이다. 인(因)과 연(緣)에 의지하지 않기 때문에 무위라고도 하며, 찰나마다 생멸하지 않고 상주(常住)인 측면에서 무위라고도 한다. 그런데 현재의 맥락에서는 유위(有爲)의 반대라는 의미이다. 유위는 처음에는 생(生)하고 중간에는 주(住)하며 마지막에는 멸(滅)한다. 이러한 유위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옛날에 두 명의 승려가 있었다. 한 승려가 『반야심경』을 열심히 염송하면서, "눈도 없고 귀도 없고... 운운" 하면서 외웠다. 그러자 독경 소리를 듣던 다른 승려가, "무엇하러 골치 아프게 눈도 없고 귀도 없다고 하면서 하나씩 없다고 하는가? 그냥 머리가 없다고 하면 한번에 일이 끝나는 것이 아닌가?" 라고 물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경에서 구구절절 설명할 때는 여기에는 어떠한 의의와 목적이 있는 것이다. 『반야경』을 읽어보면, 셀 수 없이 많은 개별적인 사물이 각각 없다고 매우 장황하게 반복하는데, 이러한 반복에도 분명한 필요와 의미가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여기서 무위를 그저 불변성이라고 쉽게 규정하지 않고, 시작과 중간, 끝이 없는 것이라고 설명한 것에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