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어찌 웃고 즐기는가.

언제나 세상은 불타고,

그대들은 어둠에 덮여 있는데

어찌 등불을 구하지 않을 것인가. 

보라! 아름답게 꾸며진 영상,

상처투성이로 세워진 몸,

고통스럽고 망상으로 가득 찬,

영원하지도 견고하지도 않은 것.

영상은 마침내 노쇠하고

질병의 소굴로 쉽게 부서진다.

이 부패한 축적물은 파괴된다.

삶은 죽음으로 끝나기 때문이네. 

참으로 가을에 버려진

이 호리병박들처럼

널브러진 회백색의 해골들 

그것들을 보고 어찌 기뻐할 수 있으리.

뼈로 만들어지고

피와 살로 덧칠해진 도시,

거기에 늙음과 죽음과 

자만과 위선이 감추어져 있네. 

잘 꾸며진 왕의 수레도 

반드시 낡아가듯,

마찬가지로 몸도 또한 

반드시 늙어가는 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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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확) 
 

아름다워지고, 늙고 싶지 않은 것, 그리고 죽는 날까지 아프지 않고 팔팔하게 살다가 이삼일 앓아누운 뒤 여행 가듯 세연을 마치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들의 한결같은 바람인 것 같다. 오죽하면 이런 내용을 가사로 쓴 노래가 유행을 하겠는가. 

구십구 세까지 팔팔하게 

하루 이틀 삼일만 아프다 가자 짠

청춘아 가지 말아라

빛나는 아침에 왔다가

밤이 되어 떠나가느냐 달빛 따라 떠나가느냐

뜨내기손님이더냐

친구여 잔을 높이높이 들어라

청춘이 머물 수 있게

99881234

구구팔팔 일이삼사

구구팔팔 일이삼사

구십구 세까지 팔팔하게

하루 이틀 삼일만 아프다 가자 짠

세월아 잡지 말아라

날 두고 너 먼저 가거라

마음껏 사랑하다가 마음껏 행복하다가

원 없이 놀다 가련다

친구여 잔을 높이높이 들어라

청춘이 머물 수 있게

구구팔팔 일이삼사

구구팔팔 일이삼사

99세까지 팔팔하게 하루 이틀 삼일만 아프다 가자는 가사의 의미는 오래오래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살고자 하는 바람을 표현한다. 한마디로 장수와 청춘의 지속을 염원하는 내용이다. 이 노래를 부른 가수 나영은 트롯경연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신인 가수이다. 또 이 노래는 중독성 높은 가사 덕에 황민호 등 다른 가수들도 부르면서 꽤 인기를 모으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장수와 청춘, 그리고 욕망의 충족 등을 염원하는 중생들의 속성을 잘 반영하는 가사에 기인한 현상으로 보인다. 물론 중생의 이런 속성이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누구나 건강하게 장수하며 행복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오늘날까지 스님들이 중생들에게 들려주는 축원에도 이런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대승불교 권은 물론이고 테라와다불교 권에서도 축원의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아유 완노 수캉 발랑 (āyu vaṇṇo sukhaṃ balaṃ).

축원의 종류는 수없이 많다. 그런데 이 세상에서 최상의 축원은 아마 장수축원일 것이다. 누구나 오래오래 살기를 바란다. 그런데 장수축원에 더 붙는 것이 있다. 그것은 용모, 행복, 건강이다. 이 점에 착안해 테라와다불교 권의 빠알리어 축원문인 ‘아유 완노 수캉 발랑’은 장수와 아름다움과 행복과 건강을 기원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궁극적인 목적지는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과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것을 중심으로 한 세속적 행복의 성취가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이런 행복은 유한한 것이고, 향상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짧게는 순간, 길게는 한 생에 누릴 수 있는 한계가 뚜렷하고, 그 끝이 유한하며, 쓰라린 윤회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행복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시는 <법구경- 담마파다> ‘늙음의 품(Jarāvagga)’에 등장한다. 부처님께서는 이 시에서 중생들에게 세속적 행복추구에 빠져 참사람의 길, 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참 행복의 길을 외면하지 말라는 간곡한 가르침을 전하고 계신 것이다. 

- 시구 ‘언제나 세상은 불타고’는 이 세상은 항상 감각적 탐욕 등과 같은 열한 가지의 불로 불타고 있다는 내용이다. 주석에 따르면, 열한 가지의 불은 탐욕, 성냄, 환상, 질병, 늙음, 죽음, 슬픔, 비탄, 고통, 절망, 과도한 노력이다. 

- 시어 ‘어둠’은 여덟 가지 무명의 어둠(의혹을 말하는 것으로 주석에 따르면, 부처님에 대한 의혹, 가르침에 대한 의혹, 참모임(상가)에 대한 의혹, 생성에 대한 의혹, 소멸에 대한 의혹, 과거와 미래에 대한 의혹, 연기에 대한 의혹, 조건으로 일어난 것들(연생)에 대한 의혹을 말한다. 

- 시구 ‘아름답게 꾸며진 영상’은 옷, 장식물, 화환, 화장품 등으로 아름답게 치장하고, 길어야 할 것은 길게 등으로 잘 배치된 사지와 특징으로 구성된 신체적 개인인 영상을 지닌 것을 의미한다. 

- 시구 ‘상처투성이로 세워진 몸’은 아홉 가지 구멍으로 상처가 난, 삼백여 개의 뼈로 세워진 몸이란 뜻이다.  

- 시구 ‘삶은 죽음으로 끝나기 때문’은 모든 존재의 목숨은 죽음으로 끝난다는 것을 설명한 것이다. 

- 시어 ‘호리병박’은 영원하지 않은 젊음을 상징하는 의미한다. 조롱박으로도 불리는 호리병박은 누렇게 바싹 마르고 생기가 사라졌을 때 그 모습이 추해지는 특징이 있다. 잘 알다시피 늙음은 쓸쓸함이며, 바싹 마른 생기 없는 나무에 비유되기도 한다. 기력이 쇠잔해져서 신체기능이 현저하게 저하되고, 그로 말미암아 정신까지도 희미해지는 게 늙음의 특징인데, 이는 곧 죽음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그러한 까닭에 부처님께서는 늙음을 고통이라고 통찰하신 것이다. 아무리 아름답게 치장된 모습이라고 해도 그것이 영원히 유지되지는 않는다. 

- 시어 ‘도시’는 몸을 상징하는 비유어이다. 몸을 삼백 개의 뼈로 골조를 만들어 힘줄로 묶고 고기와 피로 회칠하여 피부로 덮은, 마치 나무로 골조를 만들고 덩굴로 묶고 진흙을 바르는 집에 몸을 비유한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