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장을 했어도 평정을 잃지 않고

고요하고 자제하고 자명하고 청정하여

모든 존재에 대한 폭력을 여의면

그가 성직자이고 수행자이고 수행승이네. 

누가 세상에서 

부끄러움을 알아 자제하는가?

준마가 채찍을 보듯

창피함을 알아챌 것인가?

채찍을 본 준마처럼

열심히 노력하고 용맹을 일으키라.

믿음, 계행, 정진과 

삼매, 원리의 탐구와 

명지와 덕행을 갖추고, 사띠를 확립함으로써

커다란 고통을 극복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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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확) 

보통 지나치게 화려하게 치장한 사람에 대해 겉과 속이 다를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기가 쉽다. 그러나 화려한 치장했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표리부동하지는 않다. 비싼 옷과 화려한 장식물로 꾸몄어도 신체적 행위, 언어적 행위, 정신적 행위를 안온하게 할 수 있다면 그는 이상적이고 훌륭한 사람이라고 할 수가 있다. 이와 반대의 경우도 성립한다. 남루하고 빈한한 외모와 겉치장을 했더라도 행동과 말과 마음씀씀이가 바르다면 그 역시 훌륭한 사람인 것이다. 결과적으로 중요한 것은 겉치레가 아니라 고갱이이다. 포장지는 화려한데 내용물이 형편없는 경우도 있지만 포장지만큼이 가치 있는 내용물이 얼마든지 있을 수가 있다. 포장지는 검박하기 짝이 없지만 내용물은 알토란같은 경우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는 것이다. 

겉으로 매우 화려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축구선수 손흥민이나 박지성, 방송인 유재석의 경우는 그 화려함을 무색하게 할 만큼 도덕적이고 모범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 않아도 많은 지지와 환영을 받는 그들의 삶이 훌륭하기 짝이 없다는 것을 알 때, 사람들의 감동은 배가될 수밖에 없다. 이는 사람의 경우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세상 모든 일이 다 그렇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부처님께서는 이 세상을 지탱하게 하는 두 가지 축을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아는 것이라고 가르치셨다. 내면적으로 부끄러움을 알아 스스로를 제어할 수 있고, 외면적으로 창피한 줄 알아 삼갈 줄 아는 것이야말로 세상을 떠받치는 두 개의 기둥이라고 강조하신 것이다. 사실 이 두 가지가 무너지면 세상을 유지되기 어렵다. 아니 불가능하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부끄러움과 창피함, 한역으로는 참괴의 마음이 실종되었을 때 벌어지는 현상이 얼마나 끔찍하고 참담한지 오늘날 우리 국민들은 국내 정치상황을 보며 생생히 목도하고 있다. 특히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고 있는 지도적 위치에 있는 자들이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모를 때 그 폐해는 매우 크다는 것을 피부로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범부로서 이 복잡다단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찌 부끄러움과 창피함에서 완전하게 벗어날 수 있겠냐마는, 그런 느낌을 마치 준마가 채찍을 보는 것처럼 빠르게 알아차려 부끄러운 줄, 그리고 창피한 줄 알 때에 개인은 물론이고 세상은 건강해지고 또한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준마와 채찍 이야기는 유명한 선어록이 <무문관>에도 등장한다. 무문관 제32칙 ‘외도가 부처에게 묻다[外道問佛]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그 내용은 이렇다. 

세존에게 외도가 와서 물었다.

“말 있음에 대해서도 묻지 않겠습니다. 말없음에 대해서도 묻지 않겠습니다.”

세존은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이에 외도가 말하였다.

“세존께서 대자대비로써 미혹의 구름을 열어 나를 깨닫게 하셨습니다.”

찬탄하며 절을 하고 물러갔다.

아난이 세존에게 물었다.

“저 외도가 무엇을 깨쳤기에 저렇게 찬탄하고 갑니까?”

세존이 말하였다.

“준마는 채찍 그림자만 보고도 달리는 것과 같으니라.”

‘여세양마 견편영이행(如世良馬, 見鞭影而行)’은 선문에서는 자주 쓰이는 선구이다. 준마가 자신에게 회초리가 떨어지지 않도록 미리 알아채는 것처럼, 수행하는 이는 자신에게 창피함이 떨어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창피함을 미리 알아차린다는 것이다. 또한 태만하여 회초리에 맞은 준마처럼 정진하는 자는 ‘비록 회초리는 맞았지만’이라고 생각하며 태만하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용맹을 일으켜야 한다는 것이다. 

- 시어 ‘믿음’은 사유의 과정 자체 속에서 더불어 일어나는 대상과 관련하여 마음에 고요한 기쁨을 일으키는 착하고 건전한 정신적 과정을 말한다. 믿음에서는 세간적 믿음, 출세간적 믿음이 있다. 

- 시어 ‘정진’은 네 가지 청정으로 이끄는 계행[四淨戒]을 말한다.  

- 시어 ‘삼매’는 여덟 가지 성취[八成就]에 의한 삼매를 말한다. 

- 시어 ‘탐구’는 어떤 것이 조건이고, 어떤 것이 조건이 아닌가에 대한 탐구를 말한다. 

- 시구 ‘명지와 덕행을 갖추고’는 세 가지 명지[三明]나 여덟 가지 앎과 열다섯 가지의 덕행을 갖춘 것을 말한다. 여덟 가지 앎은 통찰에 대한 앎, 정신이 만든 신통력에 대한 앎, 신통력의 분별에 대한 앎, 멀고 가까운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하늘귀(천이통)에 대한 앎, 타인의 마음의 길에 대한 앎[타심통], 자신의 전생에 대한 기억[숙명통]에 대한 앎, 타인의 업과 과보를 아는 하늘눈[천안통]에 대한 앎, 번뇌 부숨에 대한 궁극적인 앎[누진통]을 말하다. 또한 열다섯 가지의 덕행은 계행과 관련된 자제, 감관의 문의 수호, 식사에서 알맞은 분량을 취하는 것, 깨어있음에 전념하는 것, 믿음, 부끄러움을 아는 것, 창피함을 아는 것, 배움, 정진, 새김, 지혜, 첫 번째 선정, 두 번째 선정, 세 번째 선정, 네 번째 선정을 말한다. 

- 시구 ‘사띠를 확립함으로써’는 올바른 새김[정념]을 확립하여 이 커다란 윤회의 고통을 버릴 것이라는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