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우리는 어떻게 도덕적 가치를 유지하고 평화를 이뤄 나갈 수 있을까" 

월정사 퇴우 정념 주지스님 제19회 노벨평화상 수상자 월드서밋

지난 21일 '제19회 노벨평화상 수상자 월드서밋 인 멕시코' 폐막식에 앞서 마련된  '인공지능 : 윤리와 영향' 세션에서 퇴우 정념 스님은 AI 시대에 인류가 어떻게 도덕적 가치를 유지하고, 평화를 이루어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 깊이 있는 발언을 남겨 눈길을 끌었다.

퇴우 정념스님은 이날 불교의 대승 경전에서 이야기하는 '하늘의 그물'을 통해 AI와 인간의 관계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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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그물은 그물 매듭마다 구슬이 달려있으며, 이 구슬들이 서로를 비추며 상호 의존적 관계를 이룬다고 설명했다. 스님은 "AI도 마찬가지로 인간 사회의 일부분이며, 우리는 AI와의 관계에서 서로가 상호 의존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구슬 하나하나가 그 자체로는 비어있지만, 상호 관계 속에서 그 본질을 이루듯이, AI도 그 활용에 따라 인류에게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스님은 AI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공동 번영과 평화를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동시에, 그 기술이 인간의 탐욕과 분노에 의해 잘못된 방향으로 사용될 경우, 오히려 인류의 평화를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딥페이크와 같은 기술이 악용되어 인권을 침해하거나 부를 축적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는 사례를 지적하며, AI가 윤리적 기준을 갖추지 못할 경우, 그 위험성은 실로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군사 무기화된 AI가 중동 분쟁에서 비윤리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예로 들며, AI 기술의 오남용이 전 인류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경고했다.

특히, 스님은 AI 윤리에 대한 논의가 AI 개발 초기 단계부터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AI 개발과 활용은 인간의 몫이지만, 그것이 올바른 방향으로 사용되도록 이끄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며, AI 개발 단계에서부터 종교적, 사회적 협의체가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윤리적 프레임워크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AI가 인간 사회의 공존과 번영을 위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념스님은 불교의 연기설을 바탕으로 AI 윤리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며, 모든 존재가 상호 의존적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는 진리를 깨닫는 것이 AI 시대를 맞이한 현대인에게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물의 존재는 온 관계성 속에서 이루어진다"며, AI 역시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인간 사회와 긴밀하게 얽혀 있음을 강조했다. 이러한 상호 의존적 관계 속에서 AI 기술이 인간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윤리적 기준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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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월정사)

또한, AI가 가져올 수 있는 긍정적 측면에도 주목했다. 그는 AI가 반복적이고 위험한 노동을 대체하고, 산업 공급망의 개선 및 에너지 사용량 감소 등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AI와 인간의 관계를 경쟁 구도로 설정하기보다는 평화로운 공존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AI가 가져올 수 있는 부정적인 결과에 대해 사후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개발 초기 단계에서 윤리적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퇴우 정념스님은 AI 윤리가 단지 정부나 산업계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으며, 학계, 비영리단체, 종교계 등 다양한 분야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AI 윤리와 관련된 국제적인 협의체와 거버넌스가 구축되어야 하며, AI 개발 감시 및 관리 목적의 국제기구 설립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더불어, AI 개발 과정에서 종교 단체 지도자들이 활발히 참여해 윤리적 기준을 세우고, AI가 인류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퇴우 정념스님은 오대산 월정사에서 AI 시대를 대비하는 '시민보살 운동'을 소개하며, AI와 인간이 공존 가능한 최대의 능력을 연구하고 협력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AI 윤리 정책은 단순히 국가나 정부 차원에서 논의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종교적, 사회적 합의체와 협력해 AI 개발이 인류의 공동 번영을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어서 진행된 폐막식에서 예카테리나 자글라디나 월드서밋 사무총장이 퇴우 정념스님이 이번 행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설명한 ‘내면의 평화’를 폐막사로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예카테리나는 이번 정상회담이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의 연속’이라고 강조하며, 평화는 내면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했다. “인간이 마음속에서 평화를 찾을 때에만 평화로운 세상이 가능하다”는 그의 말은 이번 월드서밋에서 종교지도자 세션을 처음으로 운영한데 이어, 각 세션에서 논의되고 제안된 평화와 공존의 담론을 발전시키는 방법론에 있어 새로운 인식 변화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기술적, 경제적 진보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평화로운 사회를 구성하는 윤리적이고 영적인 가치들이 사회 발전의 기초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서구사회가 기독교적 가치관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현대에 들어서면서 개인주의, 물질주의, 경쟁 심화 등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 공허함과 불안을 느끼고 있는 점을 해소하는 대안으로 ‘내면의 평화’가 대두되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특히 예카테리나는 폐막식을 찾은 관객들에게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자신을 알고 내면의 사랑과 평화를 찾는 것이 진정한 변화의 시작이라고 역설했다. 예카테리나는 “행복한 사람은 다른 사람을 상처 주지 않는다”며 평화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비롯된다는 점을 강조했다.이는 퇴우 정념스님이 “ ‘너’와 ‘나’를 가르는 분별의 마음을 내려놓고 일심으로 돌아갈 때 비로소 진정한 평화와 행복이 찾아올 것”이라고 밝힌 평소 발언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어서 월드서밋의 향후 운영 방향에 불교적 관점이 얼마나 이식되고, 그것이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