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는 천 마디

말을 하는 것보다

들어서 안온해지는

한 마디의 말이 낫다.

쓸데없는 천 마디

시구를 외우는 것보다

들어서 안온해지는 

한 마디의 시구가 낫다.

쓸데없는 백 개의 

시를 말하는 것보다

들어서 안온해지는

한 마디 진리의 말씀이 낫다. 

                           -전재성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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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확)

염불선을 주창하고 평생 수행하신 청화 스님은 “불교는 오로지 편안함과 안온함을 추구한다.”고 하셨다. ‘안온함을 추구하는 것이 불교’라는 청화 스님의 말씀은 안온이 불교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경지라는 말씀과 다르지 않다. 

안온은 싼스끄리뜨어 니르바나(nirvana)의 음역이다. 니르바나는 [불을] 불어서 끈 상태라는 뜻으로 모든 번뇌를 소멸한 경지를 말하는데, 적멸(寂滅), 열반(涅槃), 안온(安穩) 등으로 의역한다. 안온과 적멸, 열반은 이렇게 같은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이다. 다만 안온보다는 열반이나 적멸이라는 용어를 더 자주 사용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안온은 불가에서조차 생소한 용어가 되고 말았다. 

두루 아시는 바와 같이 불교의 교학과 수행론의 중심은 괴로움에 대한 인식과 그것의 극복, 즉 안온의 경지이다. 그러므로 안온이 곧 불교의 최고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청화 스님께서 불교는 오로지 안온함을 추구한다고 단언하신 까닭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정토회를 이끌고 있는 법륜스님도 2년 전 성도재일 법문에서 부처님의 깨달은 순간을 설명하면서 ‘안온’을 언급하신 적이 있다. 

“몸과 마음이 안온해지고 모든 번뇌와 두려움이 사라졌어요. 마치 봉사가 눈을 뜨듯이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보게 되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됩니다. 천하 만물은 다 서로 연관되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자, 발에 밟히는 모래, 눈에 보이는 나뭇잎, 피부를 스치는 바람, 손에 닿는 차가운 물, 그 어떤 것도 나와 무관한 것이 아니라 나와 연관되어 있음이 온몸으로 느껴졌습니다. 나라고 특정할 것도 없고, 천하 만물 중에 나 아닌 것이라고 할 것도 없는, 나와 자연의 합일 속에서 안온함을 느낀 겁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그 자리에서 7일 동안 법열을 누렸습니다. 마음이 들뜨는 즐거움이 아니라 고요 적정한 즐거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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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서 안온은 이처럼 매우 중요하고 핵심적인 용어이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안온은 절집에서 사전적 의미인 ‘조용하고 편안하다’ 거나 ‘바람이 없고 따뜻하다’ 등의 일반적의 용어로 사용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열반, 적멸과 같은 의미를 갖는 안온에 대한 적확한 이해가 부족한 데서 나타난 경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는 <법구경-담마파다> ‘천(千)의 품(Sahassavagga)’에 등장한다. 부처님은 이 시를 읊으면서 오랫동안 망나니로 살며 수많은 사람을 처형한 사람도 ‘들어서 안온해지는 한마디 말’을 듣고 도리천에 탄생했으며, 좋은 옷을 거절하고 나무껍질 옷만을 입고 다닌다는 이유로 사람들로부터 거룩한 님이라고 불리면서 자신이 정말로 거룩한 님인 줄 착각했던 사람이 부처님으로부터 ‘진리 법문을 듣고 안온한 경지’를 얻었으며, 천 가지 교의를 꿰뚫었다며 교만에 가득했던 한 여인이 부처님의 상수제자인 싸리뿟따와의 대론에서 진 후 출가하여 정진한 끝에 거룩한 안온함을 얻은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이 시를 소개하면서 ‘안온’에 대해 비교적 장황하게 설명하는 이유는 안온을 단순히 조용하고 편안한 상태, 바람이 잦아 고요한 상태 등으로 이해한다면 이 시가 말하고자 하는 진수(眞髓)를 놓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시구 ‘쓸데없는 천 마디’는 소용이 없는 말로 이루어져서 초월의 길을 밝히지 못하고, 하늘들이나 산들이나 숲들과 같은 것을 세는 것에 불과한 말을 의미한다. 이런 말은 숫자가 아무리 많더라도 소용이 없다. 

- 시구 ‘안온해지는 한 마디’는 세 가지 명지[三明, tevijjā], 즉 부처님이나 아라한이 갖춘 세 가지 뛰어난 지혜를 갖춰 부처님의 가르침이 이루어지게 하는 말을 의미한다. 삼명은 전생을 기억하는 지혜[宿命智], 중생들의 죽음과 다시 태어남을 아는 지혜[天眼智], 모든 번뇌를 멸진하는 지혜[漏盡智]이다

- 시구 ‘한 마디 진리의 말씀’은 네 가지 진리의 말씀, 즉 탐욕을 여의게 하는 말씀과 분노의 여의게 하는 말씀과 올바른 사띠를 확립하게 하는 말씀과 올바른 집중을 갖추게 하는 말씀 가운데 하나를 말한다. 주석서에 따르면, 이런 말씀은 이익을 주고 다섯 가지 존재의 다발[오온], 열두 가지 감역[십이처], 열여덟 가지 인식의 세계[십팔계], 다섯 가지 능력[오근], 다섯 가지 힘[오력], 네 가지 사띠(알아차림)의 토대[사념처]에 관계되는 말씀이다. 전체적으로는 하늘나라, 즉 천상계에 태어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보시보다 가르침의 실천이 안온, 즉 열반의 성취라는 관점에서 더욱 훌륭하다는 것을 나타내 보이는 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