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고익진 박사(전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교수)의 엮음 『한글 아함경』게송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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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9  신명경(身命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라자가하성 칼란다카 대나무 동산에 계셨다.

그때 어떤 출가한 바차 종족이 부처님께 가서 합장하고 문안드린 뒤에 물러나 한쪽에 앉아 여쭈었다.

“고타마시여, 여쭙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혹 한가하시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음대로 물어라. 그대를 위하여 설명하겠다.”

바차가 여쭈었다.

‘고타마시여, 목숨이 곧 몸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목숨이 곧 몸이냐고 한다면, 그것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그러면 고타마시여, 목숨과 몸은 다릅니까?’

“목숨과 몸이 다르냐고 한다면, 그것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는다.”

바차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고타마시여, 어찌하여, ‘목숨이 곧 몸입니까?’라고 여쭈어도 ‘그것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는다’라고 하시고, ‘목숨은 몸과 다릅니까?’라고 여쭈어도 ‘그것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는다’라고 대답하십니까?

사문 고타마께서는 어떤 신통(奇)이 있으시기에 제자가 목숨을 마치면 곧, ‘누구는 어디서 태어나고, 누구는 어디서 태어난다. 그 제자들은 여기서 목숨을 마치고 몸을 버리면, 곧 의생신(意生身)을 타고 다른 곳에 태어난다’라고 말씀하시는지요? 그때는 목숨과 몸은 다르지 않은 것인지요?”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은 다른 것이 있음을 말한 것이고, 다른 것이 없음을 말한 것이 아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말하자면 불은 다른 것이 있으면 타고, 다른 것이 없으면 타지 않는 것과 같다.”

바차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불은 다른 것이 없어도 타는 것을 저는 보았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떻게 불이 다른 것이 없어도 타는 것을 보았는가?”

’말하자면, 큰 불더미에 사나운 바람이 불어오면 불은 공중에서 날아다닙니다. 그런 것이 불은 다른 것이 없어도 타는 것이 아닙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바람이 불 때 날아다니는 것, 그것도 다른 것이 있는 것이지 없는 것이 아니다.”

‘고타마시여, 공중에 날아다니는 불은 어떻게 다른 것이 있다고 하십니까?’

“공중에 날아다니는 불은 바람을 의지하기 때문에 머무르는 것이고, 또 바람 때문에 타는 것이다. 그러므로 바람을 의지하기 때문에 다른 것이 있다고 말한 것이다.”

바차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중생이 여기서 목숨을 마치고 의생신을 타고 다른 곳에 가서 태어나는 데에는 어떤 다른 것이 있습니까?’

“중생이 여기서 목숨을 마치고 의생신을 타고 다른 곳에 태어날 때는 애욕으로 인하여 취하고, 애욕으로 인하여 머무르기 때문에 다른 것이 있다고 말한다.”

바차가 말씀드렸다.

‘중생은 애욕으로 인하여 다른 것이 있고, 다른 것이 있기에 집착합니다. 그러나 오직 세존께서는 다른 것이 없기 때문에 바른 깨달음을 이루셨습니다. 사문 고타마시여, 다른 것이 없기 때문에 바른 깨달음을 이루셨습니다. 사문 고타마시여, 세상 일이 많아 돌아가고자 합니다.’

부처님께서 바차에게 말씀하셨다.

“뜻대로 하여라.”

바차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물러갔다.

*아함경 마지막 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