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보기

갈항사지 동·서 삼층석탑, 통일신라 758년, 높이 4.3 m, 국보(사진=국립중앙박물관)
 

조계종 중앙종회는 불기2568(2024)년 9월 10일 성명서를 내고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 중인 갈항사지 동서 삼층석탑을 김천 시민과 불교도들의 품으로 돌려줄 것을 촉구했다.

중앙종회는 성명서에서 “갈항사지에 있던 2기의 삼층석탑은 일제강점기인 1916년 일본인이 도굴하여 반출을 시도하다가 발각되어 조선총독부 청사가 있던 경복궁으로 옮겨져 관리되었다. 이후 1962년 국보 제99호로 지정되어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되다가 2005년 국립중앙박물관이 이전하면서 현재는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 중”이라면서 “탑은 미적인 감상의 대상물이 아니라 사찰의 중심이자 신앙의 대상이다. 따라서 탑이 있어야 할 곳은 사찰이고, 그 탑을 가장 잘 관리하고 보존할 수 있는 사람들 역시 불교도”라며 갈항사지 삼층석탑 김천 이전에 대한 국립중앙박물관의 현명한 판단과 선택을 촉구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

<갈항사지 삼층석탑 김천 이전 촉구 성명서>

  김천시 남면 오봉리에 소재했던 갈항사(葛項寺)는 신라에서 화엄종을 흥성시켰던 승전(勝詮) 법사께서 창건한 사찰입니다. 승전(勝詮) 법사는 중국 당나라 화엄종의 태두였던 현수 법장(賢首法藏) 대사에게 수학하고, 신라로 귀국하여 의상(義湘) 대사께 법장 대사의 편지를 전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이는 떠도는 이야기가 아니라 <<삼국유사(三國遺事)>>에 내력이 명확히 기록되어 있는 역사적 사실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는 폐사되어 1300여 년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더는 찾아볼 길 없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석조 여래 좌상 1구와 2기의 석탑이 남아 김천 지역에서 찬란하게 빛났던 선조들의 문화와 전통을 회상하게 하였는데, 이마저도 수난을 겪고 있습니다. 

  갈항사지에 있던 2기의 삼층석탑은 일제강점기인 1916년 일본인이 도굴하여 반출을 시도하다가 발각되어 조선총독부 청사가 있던 경복궁으로 옮겨져 관리되었습니다. 이후 1962년 국보 제99호로 지정되어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되다가 2005년 국립중앙박물관이 이전하면서 현재는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 중입니다.

  문화재는 선조가 물려주신 국민 모두의 소중한 재산이니, 세심하게 관리되어야 마땅합니다. 그 세심한 관리를 국가가 나서서 책임지겠다는 것 역시 매우 감사하고 뿌듯한 처사입니다. 하지만 물건도 사람도 잘 관리하려면 그 가치를 알고 소중히 여기는 사람 손에 맡기는 것이 최선입니다. 

  김천에 소재했던 갈항사는 당대 최신 학문인 화엄학이 신라 땅에서 찬란하게 꽃피웠던 곳입니다. 그 학문의 중심지가 바로 김천이었다는 사실에 지역 시민들은 큰 자긍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두 석탑은 김천시가 보유한 유일한 국보입니다. 또한, 탑은 미적인 감상의 대상물이 아니라 사찰의 중심이자 신앙의 대상입니다. 따라서 탑이 있어야 할 곳은 사찰이고, 그 탑을 가장 잘 관리하고 보존할 수 있는 사람들 역시 불교도입니다. 

  이에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 중인 갈항사지 동서 삼층석탑을 김천 시민과 불교도들의 품으로 돌려줄 것을 촉구합니다. 갈항사지 석탑에는 거대한 사원을 조성하고 새로운 학문과 종교로 새로운 삶을 개척했던 당시 지역민들의 염원과 정성이 고스란히 배어있습니다. 이런 소중한 문화유산이 본래 자리로 돌아온다면 그 소중한 가치를 아는 김천 시민과 불교도들에 의해 세심히 관리되고, 후손들의 자긍심을 일깨우는 촉매제로써 그 역할을 다할 것입니다.

  문화재는 제자리에 있을 때 가장 아름답습니다. 

  부디 국립중앙박물관의 현명한 판단과 선택을 촉구합니다. 

불기2568(2024)년 9월 10일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