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고익진 박사(전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교수)의 엮음 『한글 아함경』게송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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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확) 

7.4.8  대공법경(大空法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쿠루국의 소치는 마을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그대들을 위하여 설법하겠다.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마지막도 좋으며, 좋은 뜻이며, 좋은 뜻과 좋은 맛으로 순일하고 깨끗하여 범행이 청정하다. 이른바 ‘대공법경(大空法經)’이니,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여라. 그대들을 위하여 설명하겠다.

어떤 것을 ‘대공법경’이라 하는가. ‘이것이 있기 때문에 저것이 있고, 이것이 일어나기 때문에 저것이 일어난다’라는 것이니, 무명을 연하여 결합이 있고, 결합을 연하여 식별이 있으며,...... 아주 커다란 괴로움이 무더기가 집기 한다.

태어남을 연하여 늙음과 죽음이 있다고 하면, 어떤 사람은, ‘그 누가 늙고 죽으며, 늙음과 죽음은 누구에게 속해 있는가’라고 묻는다. 그러면 그는 ‘내가 늙고 죽으며, 늙음과 죽음은 지금 나에게 속해 있다. 늙음과 죽음이 곧 나다’라고 대답한다. 혹은 ‘목숨이 곧 몸이다.’ 혹은, ‘목숨은 몸과 다르다’라고 말한다면 수행자는 또한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이 두 극단에 마음이 따르지 않는 것이 바르게 중도(中道)로 향하는 것이다.

현인과 성인은 세상에 나와 뒤바뀌지 않고 여실히 바르게 본다. 즉 태어남을 연하여 늙음과 죽음이 있고, 존재 · 취함 · 갈애 · 느낌 · 부딪침 · 육입 · 명색 · 식별 · 결합도 그와 같으며, 무명을 연하여 결합이 있다고 본다.

만일 어떤 사람이, ‘누가 결합하고, 결합은 누구에게 속해 있는가?’라고 들으면, 그는 ‘결합이 곧 나이고, 결합이 곧 나의 것이다’라고 대답한다.

그는 마찬가지로, ‘목숨이 곧 몸이다,’ 혹은 ‘목숨은 몸과 다르다’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목숨이 곧 몸이다’라고 본다면 수행자는 있을 수 없을 것이고, 다시, ‘목숨과 몸은 다르다’라고 말한다면 수행자는 또한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이 두 극단을 떠나면 바르게 중도로 향하는 것이다.

현인과 성인은 세상에서 나와 뒤바뀌지 않고 여실히 바르게 본다. 이른바 무명을 연하여 결합이 있다고 한다.

비구들이여, 만일 무명에서 욕심을 떠나 명(明)이 생기면, 그 누가 늙고 죽으며, 늙음과 죽음이 그 누구에게 속하겠는가. 늙음과 죽음이 끊어지면 그 근본을 끊은 줄을 알아 타알라 나무의 밑동을 자른 것과 같아서, 미래 세상에 태어나지 않는 법(不生法)을 성취할 것이다.

비구들여, 만일 무명에서 욕심을 떠나 명이 생기면 그 누가 태어날 것이며, 태어남은 누구에게 속할 것인가....... 그 누가 결합할 것이며, 결합은 누구에게 속할 것인가. 결합이 곧 끊어지면 그 근본을 끊은 줄 알아 타알라 나무의 밑동을 자른 것과 같아서, 미래 세상에 태어나지 않는 법을 성취할 것이다.

비구들이여, 만일 무명에서 욕심을 떠나 명이 생겨서 무명이 멸하면 곧 결합이 멸하고,..... 아주 커다란 괴로움의 무더기가 멸한다. 이것을 ‘대공법경’이라 한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