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있었지만 

있지 않게 되고,

앞서 있지 않았지만 

있게 된다.

있지 않았고 

있지 않을 것이면,

그것은 지금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 전재성 님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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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확)  

관찰(觀察)은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관찰은 사물이나 현상을 주의하여 자세히 살펴본다는 뜻이다. 그런데 철학적 관점에서의 관찰은 인식의 기초로서 적극적인 의도를 가지고 살펴보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철학적 관점에서의 관찰은 인식하고 활동하는 주체가 인식되는 대상과 의식적으로 대면한다는 사실을 전제한다. 동시에 관찰대상이 의식적으로 선택된다는 점과 관찰이 수행될 때 어떤 목표가 추구된다는 점에서 ‘목적 규정적’ 의미를 갖는다.

사실 관찰은 불교에서 매우 중요한 주제이다. 관찰은 불교에서 수행의 한 방법에 해당된다. 위빳사나 수행에서 관찰의 중요성은 긴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위빳사나 수행은 크게 앉아서 하는 수행과 걸으면서 하는 수행으로 나뉜다. 우리에게 익숙한 용어로 표현한다면, 좌선과 행선이 될 것이다. 

좌선을 할 때 관찰의 대상은 무엇일까? 미얀마 마하시 사야도의 수행 전통에서는 복부를 보라고 한다. 호흡을 할 때 배가 부풀고 꺼지는 것을 관찰하라는 것이다. 배가 일어나고 사라지는 움직임을 관찰하는 것은 물질과 정신, 정신과 물질을 새기기 위한 과정이다. 여기서 배의 움직임은 물질적 현상이고 이런 움직임을 아는 것은 정신적 현상이다. 이 두 가지 현상, 즉 물질과 정신, 정신과 물질을 지속적으로 새기는 것이 위빳사나 수행이다. 그런데 위빳사나 수행에서 마음 이야기만 하는 것은 온전한 방법이 아니다. 설령 심념처(心念處)에 대한 것이라도 반드시 몸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몸 관찰부터 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싸띠(sati)만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다. 싸띠는 매우 중요한 것이지만, 싸띠의 중요성만 강조하다가 법문이 끝나면 뭔가 허전하다. ‘몸 관찰’에 대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정신과 물질, 물질과 정신을 새기는 이야기가 없는 것이 문제이다. 물질과 정신, 즉 명색(名色)과 삼특상(三特相) 즉 무상, 고, 무아에 관한 이야기가 없으면 위빳사나 수행이라고 말할 수 없다. 오로지 싸띠만 이야기하거나 오로지 알아차림(또는 마음챙김)만 이야기한다면, 오로지 깨어있음만 말한다면 반쪽짜리 법문밖에 되지 않는다. 

마하시 전통에서 몸 관찰을 중시하는 것은 몸과 마음을 잘 관찰하는 것이다. 지혜는 몸으로 체득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위빳사나 지혜는 몸으로 체득되는 것이다. 마하시 전통에서는 ‘몸 관찰’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이다. 마하시 전통에서 행선을 좌선과 동등하게 여기는 것은 몸 관찰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예이다. 위빠사나 지혜는 몸 관찰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행선할 때 발의 움직임을 새기는 것도 몸 관찰에 대한 것이고, 좌선할 때 복부의 움직임을 새기는 것도 몸 관찰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일상에서도 육문(六門)에 일어나는 것도 새겨야 한다. 

이 시는 <쿳다까니까야> ‘우다나- 감흥 어린 시구’의 선천적 봉사의 품 가운데 ‘관찰의 경(Paccavekkhanasutta)’에 등장한다. 부처님께서 보리수 아래에서 관찰을 통해 부처가 되는 내밀한 과정을 상징적으로 압축한 것이어서, 불교에 깊은 이해가 없다면 매우 난해하게 다가오는 시라고 볼 수 있다. 

이 시의 배경은 부처님께서 사왓티 시의 제따 숲에 있는 아나타빈디까 승원[기원정사]에서 머무실 때, 마침 당신에게 무수한 악하고 불건전한 윈리들이 버려지고, 무수한 착하고 건전한 원리들이 닦여져 원만하게 되는 것을 관찰하면서 일어난 일종의 감흥을 표현한 것이다. 

여기에서 ‘불건전한 원리’는 탐욕과 성냄, 어리석음의 삼독심과 전도된 정신활동,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 창피함을 모르는 것, 해태와 혼침, 분노, 원한, 위선, 잔인, 질투, 인색, 환술, 기만, 고집, 격정, 자만, 교만, 광기, 갈애, 무명 등을 말한다. 이런 불건전한 원리들이 버려진다는 것은 ‘고귀한 길을 통해서 그 모든 악하고 불건전한 것들이 거기에 수반되는 인상과 더불어 남김없이 제거된다는 뜻이다.   

또 ‘무수한 착하고 건전한 원리들’이란, 계행, 삼매, 지혜, 해탈, 해탈에 대한 앎과 봄, 네 가지 싸띠의 토대, 네 가지 올바른 노력, 네 가지 신통의 기초, 네 가지 고귀한 길 등 무한 세계의 착하고 건전한 것들을 말한다. 이런 것들이 원만하게 되는 것은 수행을 통해서 완성에 도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불건전한 원리들이 닦여져 원만하게 되고, 악하고 불건전한 원리들이 원만하게 되는 것을 관찰한 후 위와 같은 감흥 어린 시구를 읊은 것이다. 

 - 시구 ‘앞서 있었지만 있지 않게 되고’는 거룩한 길과 관련된 앎이 일어나기 전에 일체의 탐욕 등의 오염의 무리가 나에게 존재했는데, 그러나 고귀한 길에 들어서는 순간에 그 오염의 무리는 존재하지 않게 된다는 의미이다. 

 - 시구 ‘앞서 있지 않았지만 있게 된다.’는 무수한 죄악을 여읨은 다시 수행을 통해서 닦여져 원만하게 되었지만, 고귀한 길에 들어서는 순간 이전에는 없었고 존재하지 않았는데, 최상의 길에 대한 앎이 생겨나자 그 모든 죄악과의 여읨은 완성되었다는 뜻이다. 

 - 시구 ‘있지 않았고 있지 않을 것이면,’은 죄악을 여의는 고귀한 길이 보리수 아래에서 생겨났고, 그것을 통해 모든 오염의 무리들은 남김없이 제거되어 존재하지 않게 되었으며, 그 길은 길에 들어서는 순간의 이전에는 결코 존재하지 않았고, 그 고귀한 길을 통해서 내가 버려야 하는 오염들이 없어졌으므로 그 오염들처럼 길도 없어지고 미래에 생겨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 시구 ‘그것은 지금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는 지금 현재에 있지 않다 즉, 내가 행해야 할 일이 없으므로 인식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고귀한 길은 거듭해서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