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과 미움과 

어리석음이

오로지 스스로에게서 생겨나니

악한 마음을 지닌 자는 

스스로를 죽인다.

대나무가 열매를 맺으면 

죽듯. 

                        - 전재성 님 옮김

크게보기 

(ⓒ장명확)  

대나무는 60~120년을 주기로 열매를 맺는데, 열매를 맺은 대나무는 죽고 만다. 열매 맺는 주기에서 보듯 대나무 열매를 보는 것은 매우 드물고 어려운 일이다. 대나무 열매는 대나무 식물체에서 스스로 생겨나는 것이지, 다른 곳에서 생겨나지 않는다. 그런데 그 열매가 자신을 품은 대나무를 죽게 만든다. 이런 의미로 불교경전에서는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대나무 열매에 비유하곤 한다. 탐욕(貪慾, lobha)과 분노(瞋恚, dosa), 어리석음(愚癡, moha)을 불가에서는 삼독심(三毒心)이라고 하는데, 번뇌 가운데 가장 근본이 되는 마음들이다.

삼독심은 바깥에서 주어지거나 생겨나서 들어오는 것이 아닌, 내 안에서 생겨나는 것들이다. 마치 대나무 열매가 대나무에서 자라나 대나무를 죽이듯이, 내 안에서 생겨난 탐욕과 분노, 어리석음이 결국 나 자신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한다. 

대나무 열매와 관련한 교훈적이고 재미난 일화는 <장자(莊子)> 외편(外篇) ‘추수(秋水)’에도 있는데, 그 내용을 풀어 정리하면 이렇다. 

<혜자(惠子)가 양(梁) 나라의 재상이었을 때, 장자가 그를 만나려 했다. 그런데 어떤 이가 혜자에게 ‘장자가 와서 당신 대신 재상이 되고 싶어 한답니다.’고 일렀다. 이 말을 들은 혜자는 문득 두려움이 일어나 사흘 낮과 밤 동안 온 나라 안을 뒤져 장자를 찾아 나섰다. 혜자가 자신을 찾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장자가 혜자를 직접 찾아가서 말했다. ‘남쪽에 새가 있는데 그 이름을 원추(鶢鶵)라 하오. 그런데 당신은 그걸 아시오? 대저 원추는 남해에서 출발하여 북해로 날아가지만, 오동나무가 아니면 머물지 않고 대나무의 열매[竹實]가 아니면 먹지 않으며, 감로천이 아니면 마시지 않는다오. 한데 여기 썩은 쥐를 얻은 올빼미가 있다가 원추가 지나가니까 혹여 빼앗길까 염려되어 위를 올려다보며 “꽥”하고 소리를 질렀다는 거요. 지금 당신도 당신의 양나라 벼슬자리를 빼앗기지나 않을까 염려가 되어 내게 “꽥”하고 소리를 지른 거요?’> 

이 이야기에서 장자가 언급한 원추는 봉황의 일종이다. 장자도 언급한 것처럼 대나무의 열매는 그만큼 보기가 어려운 존재이다. 장자는 이 이야기에서 원추와 올빼미의 우화를 빌려 자신이 세속적 명성을 아득히 초월했음을 넌지시 전하고 있다. 양나라의 재상 자리를 썩은 쥐에 비유했으니, 장자의 배포가 예사롭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두루 알다시피 대나무는 강하지도 부드럽지도 않으며, 풀도 아니고 나무도 아니며, 산중에도 자라고 물가에도 서식한다. 그 가지는 길고 이파리도 무성하다. 특히 죽미(竹米)라고도 불리는 죽실(竹實)은 대나무에 꽃이 핀 뒤에 맺는 열매이다. 알다시피 대나무는 뿌리로 번식하는 대표적인 식물인데, 뿌리로 번식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면 후손을 만들기 위해 꽃을 피우는 속성이 있다. 그런데 생명력이 강한 대나무가 뿌리로 번식할 수 없는 곳은 거의 없으므로 대나무꽃을 보는 것은 매우 희유한 경우에 해당되는 것이다. 아무려나, 대나무가 꽃을 피우는 시기는 적어도 60년 이상을 주기로 하고 있으니 그 열매를 본 사람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아무튼, 일단 대나무에 꽃이 피면 뿌리로 번식하는 대나무는 모두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모두 전염되어 말라죽게 된다고 한다. 

부처님을 비유의 왕이라고 하는 이유는, 가장 적절한 비유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놀라운 능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나무의 속성을 정확하게 꿰뚫어 보지 않았다면, 삼독심을 설법하면서 대나무 열매를 비유로 들 수는 없었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을 적확하게 이해하고 있으므로 부처님의 10대 명호에 ‘세간해(世間解)’가 포함된 것이다. 

이 시는 <쌍윳따니까야> 3:23 ‘세상의 경(Lokasutta)’에 등장하는데, 부처님께서 사왓티 시에 머물 때 꼬쌀라국 빠쎄나디 왕의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읊어졌다. 

부처님의 든든한 후원자였던 빠쎄나디 왕은 어느 날 부처님을 찾아뵙고 “세존이시여, 어떠한 현상이 사람에게 생겨나서 불이익과 괴로움과 불안한 삶이 나타납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부처님은 ‘세 가지 현상이 사람에게 생겨나서 불이익과 괴로움과 불안한 삶이 나타난다.’고 답하신 후 다음과 같이 부연 설명하셨다. 

“대왕이여, 그 세 가지란 무엇입니까? 대왕이여, 탐욕이 사람에게 생겨나서 불이익과 괴로움과 불안한 삶이 나타납니다. 대왕이여, 미움이 사람에게 생겨나서 불이익과 괴로움과 불안한 삶이 나타납니다. 대왕이여, 어리석음이 사람에게 생겨나서 불이익과 괴로움과 불안한 삶이 나타납니다.” - 전재성 님 옮김

인간은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라는 세 가지의 독이 되는 마음에 따라 행동하게 된다. 따라서 이 세 가지의 악한 마음을 ‘뿌리가 되는 번뇌’라고 하여 근본번뇌라고 부른다. 탐욕은 본능적 욕구를 포함해서 탐내어 구하는 것이고, 성냄은 뜻에 맞지 않을 때 일어나는 증오심이나 노여움이며, 마지막으로 어리석음은 탐욕과 진에에 가려 사리분별에 어두운 것이다. 

삼독은 중생으로 하여금 윤회전생의 괴로움을 받게 하는 가장 큰 적이지만, 이러한 번뇌가 생겨나게 된 근본 원인은 결국 자아에 대한 도착된 견해[我見 혹은 我相]와 그 사견에 대한 집착이다. 탐·진·치로 대표되는 번뇌는 아상을 중심으로 생성, 발전한다. 따라서 무아에 대한 통찰은 모든 번뇌의 서식처를 없앤다는 의미에서 수행의 근본이 된다. 불교를 지혜의 종교로 설명하는 것도 예서 비롯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