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고익진 박사(전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교수)의 엮음 『한글 아함경』게송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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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확)   

7.3.3  육중품(六重品)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밧티성 제타숲 아나타핀디카동산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제일의공법(第一義空法)’을 설명하리니, 그대들은 잘 생각하고 기억하여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비구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있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어떤 것이‘제의공법’인가. 만일 눈이 생길 때는 생기지만 그 오는 곳을 보지 못하고, 멸할 때는 멸하지만 그 멸하는 곳을 보지 못한다. 다만 붙여진 이름과 인연법은 제외한다.

어떤 것이 붙여진 이름이며 인연인가. 이른바 이것이 있으면 곧 있고, 이것이 생기면 곧 생기는 것이다. 즉 무명을 연하여 결합이 있고, 결합을 연하여 식별이 있으며, 식별을 연하여 명색이 있고, 명색을 연하여 육입이 있으며, 육입을 연하여 부딪침이 있고, 부딪침을 연하여 느낌이 있으며, 느낌을 연하여 갈애가 있고, 갈애를 연하여 취함이 있으며, 취함을 연하여 존재가 있고, 존재를 연하여 태어남이 있으며, 태어남을 연하여 죽음이 있고, 죽음을 연하여 헤아릴 수 없는 근심 · 걱정 · 고통 · 번민이 있다. 이와 같이 괴로움의 근간은 이러한 인연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것이 없으면 곧 없어지고, 이것이 멸하면 곧 멸한다. 즉 무명이 멸하면 곧 결합(行)이 멸하고, 결합이 멸하면 곧 육입이 멸하며, 육입이 멸하면 곧 부딪침이 멸하고, 부딪침이 멸하면 곧 느낌이 멸하며, 느낌이 멸하면 곧 갈애가 멸하고, 갈애가 멸하면 곧 취함이 멸하며, 취함이 멸하면 곧 존재가 멸하고, 존재가 멸하면 곧 태어남이 멸하며, 태어남이 멸하면 곧 죽음이 멸하고, 죽음이 멸하면 곧 근심 · 걱정 · 고통 · 번민이 모두 멸한다. 다만 붙여진 이름의 법은 제외한다.

귀 · 코 · 혀 · 몸 · 의지에 대해서도 그와 같다. 즉 생길 때는 곧 생기지만 그 오는 곳을 알 수 없고, 멸할 때는 곧 멸하지만 멸하는 곳을 알 수 없다. 다만 붙여진 이름의 법은 제외한다.

붙여진 이름의 법이란, 이것이 생기면 곧 생기고, 이것이 멸하면 곧 멸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이 육입이나 명색도 지은 사람이 없다. 다만 부모로 말미암아 태가 있지만 지은 사람이 없다. 인연으로 있는 것이니, 이 또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므로 그것도 앞의 대상이 있어야 비로소 있는 것이다. 마치 나무를 비벼 불을 피울 때 앞의 대상이 있은 뒤에야 불이 생기는 것과 같다. 그러나 불은 나무에서 나온 것도 아니고, 나무를 떠나 있는 것도 아니다. 어떤 사람이 나무를 쪼개어 불을 찾아보려 하여도 불을 얻지 못한다. 그것은 모두 인연이 모인 뒤에라야 불이 있기 때문이다.

이 육정(六情)이 병을 일으키는 것도 그와 같아서, 연(緣)이 모임으로 말미암아 그 가운데서 병을 일으킨다. 이 육입(六入)은 생길 때는 곧 생기지만 그 오는 곳을 보지 못하고, 멸할 때는 곧 멸하지만 그 멸하는 곳을 보지 못한다. 다만 붙여진 이름의 법은 제외하며 그것은 부모가 합해짐으로 말미암아 있는 것이다.”

세존께서 곧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처음에는 어머니 태안에 들고

다음에는 차츰 얼린 연유와 같으며

드디어는 살덩이 같다가

다음에는 어떤 형상을 갖춘다.

머리와 목이 먼저 생기고

다음에는 손 · 발이 생기며

온갖 뼈마디가 각각 생기고

터럭과 손톱 발톱 이빨이 생긴다.

어머니가 온갖 음식과

갖가지 요리를 먹으면

그 정기로써 살아가나니

태를 받은 목숨의 근본이니라.

그로써 형체는 이루어지고

모든 감각기관을 완전히 갖추어

어머니로 말미암아 태어나게 되나니

태를 받는 괴로움이 이러하니라.

“비구들이여, 인연이 모여 이 몸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또 비구들이여, 한 사람 몸에는 삼백육십 개의 뼈와 구만 구천 개의 털구명 · 오백 개의 핏줄 · 오백 개의 힘줄 · 팔만 종류의 벌레가 있다. 비구들이여, 육입(六入)으로 된 이 몸에는 이러한 재앙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비구들은 이러한 재앙에 대하여, ‘누가 이 뼈를 만들었는가, 누가 이 힘줄과 핏줄을 모았는가. 누가 이 팔만 종류의 벌레를 만들었는가’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 비구가 이렇게 생각하면 그는 곧 아나함이나 아라한의 과위(果位)를 얻는다.”

그때 세존께서 곧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삼백육십 개의 뼈가 

사람의 몸속에 있다고

과거 부처님의 말씀하신 것

나도 이제 그것을 말한다.

힘줄은 오백 개

핏줄도 오백 개

벌레는 팔만 종류

구만 구천의 털구멍

비구여, 이 몸을 이와 같이 관하여

부지런히 힘써 정진하면

아라한 도를 재빨리 얻어

열반의 세계에 이르게 되리라.

이런 법은 모두 비고 고요하건만

어리석은 사람은 그것 탐내고

지혜로운 사람은 즐거운 마음으로

그 공한 법의 근본을 듣는다.

비구들이여, 이것을 ‘제일의공법’이라 한다. 나는 그대들을 위하여 여래가 말씀하신 법을 설명하였다. 나는 이제 사랑하고 가없이 여기는 마음으로 할 일을 다 마쳤다. 그대들은 그 법을 항상 기억하면서 수행하고, 한적한 곳에 있으면서 좌선하기를 게을리하지 마라. 지금 수행하지 않으면 뒤에 후회해야 이익이 없을 것이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나의 교훈이며,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한다.”

그때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