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보기
(ⓒ장명확)   

악의 열매가 익기 전에는 

악한 자도 행운을 누린다. 

악의 열매가 익으면,

그때 악인은 죄악을 받는다. 

선의 열매가 익기 전에는 

선한 자도 고통을 겪는다. 

선의 열매가 익으면,

그때 선인은 공덕을 누린다. 

‘그것이 내게 닥치지 않는다.’라고

악을 가볍게 생각하지 말아야 하리.

물방울이 방울방울 떨어지면

물단지가 가득 차듯,

어리석은 자는 조금씩 조금씩 모은

악으로 가득 찬다. 

‘그것이 내게 닥치지 않는다.’라고

선을 가볍게 생각하지 말아야 하리.

물방울이 방울방울 떨어지면

물단지가 가득 차듯,

슬기로운 자는 조금씩 조금씩 모은

선으로 가득 찬다. 

                          -  전재성 님 옮김

주위에서 악한 사람이 도리어 잘 나가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만난다.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다니는데도 사업이 잘 된다거나 복권에 당첨된다거나 자녀가 출세하는 경우가 실제로 벌어지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또한 선한 사람이 피해를 보거나 불행을 겪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착하게 열심히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이에게 불행이 닥치는 것을 보면서 과연 착하게 사는 것이 맞는 것일까? 의문이 이는 것도 인지상정(人之常情) 일 것이다. 

이럴 때면 선한 의지를 가진 사람도 풀이 꺾이게 마련이다. 인과응보라더니, 그게 과연 맞을까? 라며 부처님의 가르침인 인과를 의심하기도 하고, 선행을 중단하거나 최악의 경우 악행을 저지르기도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악행을 일삼는 사람들은 도리어 기세가 등등해 대놓고 선행을 하는 사람들을 조롱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이런 경우 어떻게 처신해야 할까? 선한 사람에게는 언젠가는 좋은 날이 있을 것이니 참고 견디라고 말해주고, 악한 사람에게는 조만간 큰 과보가 뒤따를 것이니 마음을 고쳐먹으라고 경고를 해야 하는 것일까? 그런 말과 경고가 얼마나 먹힐까? 참으로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경우를 당해서는 마땅히 ‘부처님은 이럴 때 어떻게 하셨을까?’을 살펴봐야 한다. 인천의 스승이시자, 세간해이신 부처님의 지혜를 배워 공덕을 짓는 것이야말로 우리 불자들이 가진 특권이 아닌가.  

부처님께서는 착하고 건전한 일은 즉각적으로 서둘러 행하라고 가르치셨다. 예컨대 ‘탁발음식을 공양해야겠다.’는 마음이 떠오르면 즉시 ‘내가 먼저 나서겠다.’고 생각하고 곧바로 실천에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선행에 게으르지 않은 자세는 마음을 신체적인 악행, 언어적인 악행, 정신적인 악행에서 지켜내는 효과를 가져다준다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곧바로 선행을 실천하지 않고 착하고 건전한 일을 늦추는 자는 마치 미끄러운 길을 밟는 것처럼 ‘보시해야 할까? 지금 행해야 할까? 그런다고 과연 열매를 거둘까?’라고 생각하며 그 실행을 늦추게 된다. 그런 사람에게는 불행하게도 인색하고 탐욕적인 악하고 불건전한 생각이 마치 예정이나 된 것처럼 접근하게 되고, 자칫 악인으로 전락할 개연성이 커진다. 

모름지기 부처님의 제자라면, 본의 아니게, 또는 실수로 악한 행위를 저질렀어도 즉각적으로 ‘이것은 부적절하고 거친 행동이다.’라고 깨달아 즉시 돌아보는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그래야 악하고 불건전한 것이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 악행으로 이끄는 욕망이나 경향이 일어나면 그때마다 추방해야 한다. 유해한 것이 증가하면 이 생에서나 저 생에서나 극심한 고통을 겪게 되기 때문이다. 

악인이 잘되는 것을 보고, 또는 선인이 잘 풀리지 않는 것을 보고 마음이 흔들리는 사람들이 부처님 당시에도 왜 없었겠는가? 그런 사람을 볼 때마다 부처님께서는 매우 안타까워하셨을 것이다. 이번에 소개한 시는 부처님께서 그런 사람들을 위해 읊은 자비심이 가득 실린 시이다. 

이 시는 <법구경- 담마파다> ‘악의 품(Pāpavagga)’에 등장한다. 

- 시구 ‘악한 자도 행운을 누린다.’는 유해한 행동에 말려든 사람 가운데에서도 예전의 선한 행위의 힘으로 생겨난 행복을 즐길 경우가 있음을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이 즐거움은 이 생에서나 저 생에서나 그의 유해한 행동이 결과를 낳지 않았을 때까지만 그렇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시구 ‘악의 열매가 익으면’은 이생에서나 저 생에서 그의 악행이 과보를 나타내기 시작할 때에, 즉 이 생에서의 흥망성쇠나 저 생에서 그의 유해한 행동이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하면 그는 비참한 운명 속에서 극심한 고통을 겪게 된다는 가르침이다. 

- 시구 ‘선한 자도 고통을 겪는다.’는 신체적, 언어적, 정신적으로 선한 행위를 하는 사람도 이 생에서나 저 생에서 그의 선한 행위가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 한, 그가 과거에 저지른 악한 행위의 힘에서 생겨난 고통을 겪게 된다는 의미이다. 

- 시구 ‘선의 열매가 익으면’은 이 생에서나 저 생에서 그의 선한 행위가 결과를 가져오는 시기에 이르게 되는 시점이라는 뜻이다. 이 시점에 이르면 그는 이 생에서 이득과 존경을 받는 행복을 누리고 저 생에서는 천상의 행복을 누린다고 부처님께서는 가르치셨다. 

- 시구 ‘악을 가볍게 생각하지 말아야 하리.’는 자신이 저지른 악하고 불건전한 행위를 사소한 것으로 치부하면서 언제 그것이 성숙할 것이냐며 쉽게 다루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 시구 ‘물단지가 가득 차듯’은 도공이 만든 항아리를 비가 올 때 열어두면, 빗방울이 떨어져 점차적으로 가득 차는 것과 같다는 것을 비유로 든 것이다. 

- 시구 ‘선을 가볍게 생각하지 말아야 하리.’는 현명한 사람이 선을 행하고 난 뒤에 ‘내가 행한 작은 선행이다. 그것이 어떤 결과를 낳을 수 있겠는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어디에서 볼 수 있을 것이고 언제 그것이 여물 것인가?’라고 사소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