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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확)  

도움을 주고

즐거우나 괴로우나 한결같으며

유익한 것을 가르쳐주고

연민할 줄 아는 친구.

이렇게 네 친구가 있다고

현자라면 그 가치를 알고서

어머니가 친자식을 대하듯

성실하게 섬겨야 하네. 

세상에 거리낌 없이, 찝찝함 없이, 믿고 의지하며, 편하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좋은 친구’가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 사람의 삶은 성공한 것이라고 해도 좋다. 좋은 친구 하나를 얻는 것은 마치 세상을 얻는 것에 비교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이다. 그만큼 좋은 친구는 중요한 존재이다. 그러고 보면 역설적으로 좋은 친구가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듯싶다. 

논어에 기록된 공자의 가르침 가운데 인생에 대한 세 가지 원칙을 살펴보면 세 가지로 나눠진다. 이는 논어의 첫대목에 나오는 가르침으로 공자께서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했음을 알 수 있다. 세 가지란, 생활 속에서 삶의 도리를 배우고 어느 때를 막론하고 그것을 꾸준히 익히는 것을 기쁨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것, 멀리서 뜻을 같이 하는 친구가 찾아와 소통하는 것을 즐거움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것,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서운해하거나 화내지 않는 것이다. 공자님은 이 세 가지, 즉 평생학습의 가치, 멀리서 온 친구를 반기는 기쁨, 타인을 의식하지 않는 내적 평정심을 군자의 덕목으로 제시하셨다. 공자님의 이 가르침에서도 알 수 있듯 한 사람의 인생에서 뜻을 같이하는 좋은 친구를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덕목인지를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좋은 친구란 도대체 어떤 친구를 말하는 것일까? 여기에는 여러 가지 답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관계를 가진 친구가 좋은 친구의 기준이 된다는 견해가 있다. 신뢰하고 지지해 주는 친구, 솔직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친구,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할 줄 아는 친구, 그리고 즐거운 시간과 추억을 만들 수 있고 공유할 수 있는 친구가 좋은 친구의 조건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서로의 성장을 도와주기는 친구가 좋은 친구의 기준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조언이나 격려를 주며, 함께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친구가 좋은 친구라는 것이다.

좋은 친구는 서로를 위해 존재하는 소중한 존재이다. 좋은 친구는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고, 배려한다.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웃게 하고, 울리기도 한다. 또한 서로를 성장시키고, 행복하게 만든다. 또한 좋은 친구는 서로를 믿으며, 조언을 해주고, 격려하며, 힘이 된다.

그러므로 좋은 친구는 소중한 존재이다. 인생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며,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고, 행복을 가져다주는 존재이다.

따라서 좋은 친구를 사귀는 것이야말로 가치 있는 일이다. 인생이 더 행복해지는 일이며, 인생이 더 풍요로워지고 더 의미가 있게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부처님께서도 친구가 한 사람의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를 상세하게 설법하셨다. 부처님께서 들려주신 이 시는 친구에 대한 부처님의 생각을 간명하게 정리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시는 <디가니까야> 제3품 빠띠까의 품 가운데 ‘씽갈라까에 대한 훈계의 경(Siṅgālakovādasutta)’에 등장한다. 

부처님께서 라자가하 시의 죽림정사에 머물고 계실 때 일이다. 장자의 아들 씽갈라까가 아침 일찍 일어나 라자가하 시에서 나와 옷을 적시고 머리를 적시고 합장하여 각 방향 곧 동쪽 남쪽 서쪽 북쪽 아래위 방향으로 절을 하고 있었다. 마침 그때 부처님께서 아침 일찍 옷을 입고 발우와 가사를 가지고 라자가하 시로 탁발하러 들어가셨다가 이 광경을 보셨다. 부처님께서 씽갈라까에게 왜 그런 행동을 하느냐고 묻자 그는 아버지가 임종하면서 당부하신 말씀이라 지키고 있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런 씽갈라까에게 부처님은 여러 가지 가르침을 설하셨는데, 그 가운데에서 ‘좋은 친구’에 대하여 설법하신 후 이 시를 읊으셨다. 

- 시구 ‘도움을 주고’는 취했을 때에 보살펴주고, 취했을 때에 재물을 돌보아주고, 두려울 때에 피난처가 되어주고, 요청한 것의 두 배로서 시물을 주는 등 도움을 주는 사람이 좋은 친구라는 뜻이다.  

- 시구 ‘괴로우나 즐거우나 한결같으며’는 비밀을 털어놓고, 비밀을 지켜주고, 불행에 처했을 때에 버리지 않고, 목숨도 그를 위해 버리는 네 가지를 통해서 언제나 한결같은 사람이 좋은 친구라는 뜻이다. 

- 시구 ‘유익한 것을 가르쳐주고’는 사악한 것으로부터 보호하고, 선한 것에 들게 하고, 배우지 못한 것을 배우게 하고, 천상으로 가는 길을 가르쳐 주는 네 가지의 경우를 통해서 유익한 것을 가르쳐 주는 사람이 좋은 친구라는 뜻이다. 

- 시구 ‘연민할 줄 아는 친구’는 불행에 대하여 기뻐하지 않고, 행운에 대하여 기뻐하고, 비난하는 자로부터 보호해 주고, 칭찬하는 자와 같이 칭찬해 주는 네 가지의 경우를 통해서 연민할 줄 아는 사람이 좋은 친구라는 뜻이다. 

부처님께서 제시한 좋은 친구를 규정하는 자세하고도 친절한 기준은 시공을 초월하여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어떤 친구가 좋은 친구일지 궁금하거나, 자신이 주변에 있는 친구들은 좋은 친구인지 아닌지를 가려내는 유용하고도 적확한 원칙이라고 볼 수 있다. 

흔하지는 않겠지만 만약 주변에 이런 친구가 존재한다면, 좋은 친구임을 알고 귀하게 여겨야 한다. 특히 부처님께서 이런 친구를 ‘마치 어머니가 당신의 자식을 대하듯 섬기라’고 당부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친구관계를 이해관계로 재단할 것은 아니지만, 어머니가 자식 섬기듯 친구를 섬긴다면 그 친구는 더 좋은 친구가 될 것이고, 당연히 자신에게도 큰 도움을 주게 될 것은 자명한 이치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