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고익진 박사(전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교수)의 엮음 『한글 아함경』게송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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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공의(空義) 

7.3.1 심심경(甚深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라자가하성 칼란다 대나무 동산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어떤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이미 의혹을 끊었고 망설임에서 떠났으며 삿된 견해의 가시를 빼내어 다시는 물러나거나 넘어지지 않을 것이다. 마을에 집착하는 바가 없으니 어느 곳에 ‘나’가 있겠느냐. 나는 저 비구들을 위하여 법을 설할 것이다. 저 비구들을 위하여 현자와 성인이 세상에 나와 공(空)과 상응하는 연기수순법(緣起隨順法)을 말씀하신 것이다. 이른바, ‘이것이 있기 때문에 저것이 있고, 이것이 일어나기 때문에 저것이 일어난다. 즉 무명을 연하여 결합이 있고, 결합을 연하여 식별이 있으며, 식별을 연하여 명색이 있고, 명색을 연하여 여섯 가지 입처(六入處)가 있으며, 여섯 가지 입처를 연하여 부딪침이 있고, 부딪침을 연하여 느낌이 있으며, 느낌을 연하여 갈애가 있고 갈애를 연하여 취함이 있으며, 취함을 연하여 존재가 있고, 존재를 연하여 태어남이 있으며, 태어남을 연하여 늙음 · 죽음 · 근심 · 슬픔 · 번민 · 고통이 있다. 이렇게 하여 아주 커다란 괴로움의 무더기가 생하며,..... 이와 같이 아주 커다란 괴로움의 무더기가 멸한다.’

이와 같이 설법하였건만 그래도 저 비구들은 아직도 의혹과 망설임이 있어, 일찍이 알지 못한 것을 알았다 생각하고, 얻지 못한 것을 얻었다 생각하며, 증득하지 못한 것을 증득하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 법을 듣고서도 마음에 근심 · 고통 · 후회 · 원망 · 어리석음 · 장애가 생겼다. 왜냐하면 이 깊고 깊은 경지는 저 연기(緣起) 보다 배나 더 깊어 알기 어렵고 때문이다. 그것은 일체의 취함을 떠나 갈애가 다하고 탐욕이 없는 ‘적멸의 열반’을 말한다.”

“두 법이 있으니, 유위(有爲)와 무위(無爲)이다. 유위란 생함(生)이 있고 머무름(住)이 있고, 달라짐(異)이 있고, 멸함(滅)이 있는 것이다. 무위란 생함도 없고, 머무름도 없고, 달라짐도 없고, 멸함도 없는 것이다. 비구들이여, 이것을 일체의 괴로움이 사라진 열반이라고 한다.

원인(因)이 생기면 괴로움이 생기고, 원인이 멸하면 괴로움이 멸한다. 모든 생함으로 가는 길을 끊고 상속을 멸한다. 상속을 멸한 것을 열반이라고 하니, 이것이 괴로움의 끝이다.

비구여, 어떤 것을 멸하는가. 남아 있는 괴로움을 멸한다. 만일 그것이 멸하고 맑고 시원해지며 사라지면, 일체의 취함이 멸하여 갈애가 다하고 탐욕이 없는 적멸의 열반이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