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ㆍ기고 > 부처님이 들려준 깨달음의 시

“어리다고 깔보지 말아야 하리”

이 학종 | | 2024-07-08 (월)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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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확)  



명예롭게 태어난

고귀한 가문의 왕족을

어리다고 깔보고

업신여겨서는 안 되리.

귀족이 인간의 지배자로

왕위에 오르고

그의 분노를 사면

처벌로써 맹렬히 공격당하리.


자기의 목숨을 지키려면

업신여기지 말아야 하리. 


마을이나 숲 속에서

뱀과 마주칠 때

어리다고 깔보고

업신여겨서는 안 되리.

여러 모양을 바꿔

맹독의 뱀은 돌아다니면서

아이나 남자, 여자에게 다가가

단번에 물어 버리리.


자기의 목숨을 지키려면

업신여기지 말아야 하리. 


맹렬하게 타오르며

검은 숯을 남기는 불을

작다고 깔보고

업신여겨서는 안 되리. 

태울 것을 만나면 불은

크게 타오르며

아이나 남자, 여자에게 다가가

단번에 태워 버리리.


자기의 목숨을 지키려면

업신여기지 말아야 하리.


상대가 어리다고, 작다고, 보잘것없다고 무시하다가 큰코다치는 경우가 우리 주변에서 빈번하게 일어난다. 그러나 세상에 만만한 것은 없다. 모든 것은 다 고귀하고, 존재할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밭둑이나 논둑에 나는 잡초들조차도 폭우가 쏟아지거나 장마철이 왔을 때는 논둑을 굳건하게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아무런 쓸모가 없는 것처럼 보였던 잡초가 고마울 경우도 있는 것이다. 작은 개미를 무시하고 밭일을 하다가 물리면 그 후유증이 오래 지속되는 경험은 농부라면 누구나 경험했을 일이다. 차라리 모기에게 물리면 잠시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는데 개미에 물리면 그 상처가 몇 날며칠 지속된다. 초등학교 시절 교과서에 나왔던 이야기에 댐의 작은 구멍에서 물이 새는 것을 막아 댐의 붕괴를 막았던 한 소년의 이야기는 작은 무관심이 큰 재앙을 부른다는 교훈을 준다. 그러고 보면 작다고, 모양이 보잘것없다고, 신분이 낮다고, 우습게 보인다고 무시할 대상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자칫 큰 코를 다칠 수가 있기 때문이다. 하물며 일체중생 개유불성(一切衆生 悉有佛性)을 철석같이 믿고 따르는 불제자들에게 가벼이 여기거나 무시해도 될 대상은 더더욱 없다. 


부처님이 대각을 성취하고 마침내 인천의 스승이 되었을 때, 부처님의 나이는 35세였다. 육사외도를 비롯한 다른 수행자들에 비해 아주 젊은 나이였던 것이다. 아마도 부처님의 젊음이 당시 오랜 관행에 젖어 살던 사회에서는 오히려 장애로 작용했던 것 같다. 훗날 마가다 국의 빔비사라 왕과 함께 부처님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가 된 꼬쌀라 국의 빠쎄나디 왕도, 먼저 부처님의 제자가 된 말리까 왕비의 권유로 제따 숲에 머물던 부처님을 찾아 나섰지만, 부처님의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가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빠쎄나디 왕은 부처님에게 다소 거슬리는 질문을 던졌고 이에 대해 부처님이 답하는 내용이 <쌍윳따니까야> 3:1 ‘젊은이의 경(Daharasutta)’에 등장한다.


“존자 고따마께서는 위없이 바르고 원만한 깨달음을 깨달았다고 선언하지 않으셨습니까?”

“존자 고따마여, 수행자나 성직자로서 모임을 이끌고 대중을 지도하며 무리의 스승이신 잘 알려져 있고 대중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는 이름이 난 교조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곧 뿌라나 깟싸빠, 막칼리 고쌀라, 니간타 나타뿟따, 싼자야 벨랏티뿟따, 빠꾸다 깟짜야나, 아지따 께싸깜발린입니다. 그들에게 조차도 ‘위없이 바르고 원만한 깨달음을 깨달았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위없이 바르고 원만한 깨달음을 깨달았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하물며 존자 고따마께서는 나이도 젊고 출가한 지도 얼마 안 되었지 않습니까?”   


부처님은 빠쎄나디 왕의 다소 도발적인 질문에 대해 에둘러 피해 가지 않고, 즉답으로서 정면 돌파를 선택하셨다. 아마도 부처님의 아래와 같은 당당한 답변은 부처님이 젊은 나이였기도 했지만 빠세나디 왕을 확실하게 조복시켜 제자도 만들어 전법의 토대를 굳건히 하겠다는 생각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대왕이여, 어리거나 작다고 깔보거나, 어리거나 작다고 업신여겨서는 안 될 네 가지 존재가 있습니다. 그 네 가지 존재란 무엇입니까. 대왕이여, 왕족은 어리다고 깔보거나 어리다고 업신여겨서는 안 됩니다. 대왕이여, 뱀은 어리다고 깔보거나 어리다고 업신여겨서는 안 됩니다. 대왕이여, 불은 작다고 깔보거나 작다고 업신여겨서는 안 됩니다. 대왕이여, 수행승은 어리거나 작다고 깔보거나 어리거나 작다고 업신여겨서는 안 됩니다. 대왕이여, 이 네 가지 존재는 어리거나 작다고 깔보거나 어리거나 작다고 업신여겨서는 안 됩니다.” - 전재성님 번역


부처님은 이렇게 설법한 후 위의 시를 읊으셨다. 설법에 이어 이 시를 들은 빠세나디 왕은 부처님과 가르침과 상가에 귀의해 정식으로 재가의 제자가 되었고, 부처님을 자주 찾아 법담을 나누었으며, 죽는 날까지 부처님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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