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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백정들과 조선승려들의 관계와 은어에 얽힌 이야기

미디어붓다 | mediabuddha@hanmail.net | 2024-06-27 (목) 07:15

조선시대에는 소를 잡는 백정과 함께 8천이라 불리는 여덟 개의 천민 계급이 있었다.

노비. 기생. 광대. 상여꾼. 무당. 공장(장인). 승려가 그들이다.


조선의 성리학은 불교를 말살시키고 자기모순에 빠뜨리기 위한 수단으로 살생업으로 살아가는 백정의 관리 감독을 승려들에게 맡겼다. 그런 인연으로 천민으로 멸시당하던 백정들의 의식세계와 생활습관에도 많은 변화가 생겨났다.

살생을 하는 조선 백정들은 거의 불자가 되어 승려와 같이 육류, 주류, 오신채를 금하고 절제된 생활을 하였다.


백정들은 그들의 도살행위를 신성하게 여겼다. 소를 잡아 죽일 때는 이렇게 생각한다.

소의 몸 안에는 조상님의 영이 깃들어 있는데, 소를 잡아 죽이면 조상님이 자유를 얻어 천상에 태어난다고 하였다. 백정도 죽어서 저승에 가면 그 보답으로 극락에 태어난다고 믿었다. 이러한 신앙적인 사고방식 때문에 소를 잡을 때는 일반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은어를 썼다. 그들이 죽이는 소는 죽음이 닥칠 때 인간의 언어를 알아듣게 되므로 두려움을 없애주기 위해 은어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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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영화 워낭소리 포스터이다.(사진=석현장)
 


소 잡기 3일 전부터 천도를 위해 관음기도를 모시는데 관음찜질이라고 불렀다.

조선백정들이 사용하던 은어를 도살 순서에 따라 적어 본다.


1. 산영감.‥ 소가 도살장에 들어온다.

2. 날감투.‥ 백정이 입실한다.

3. 쪽바가지.‥ 도살장 문에 휘장을 내린다.

4. 귀신감투.‥ 소의 눈을 가린다.

5. 꽃씨 뿌리다.‥ 소의 몸과 주위에 정화수를 뿌리다.

6. 기둥 다듬다.‥ 소의 발을 묶다. 

7. 게딱지.‥ 소를 죽인다.

8. 해골탕.‥ 죽은 소에 붉은 보를 씌운다.

9. 널짜다.‥ 붉은 보를 벗기다.

10. 돌 맞추다.‥ 목을 자르다.

11. 푸대 벌리다.‥ 가죽 벗기다.

12. 연기 씌우다.‥ 고기를 처리하다.

13. 깃발 날리다.‥ 칼을 물에 씻다.

14. 꺼졌다.‥ 다 끝났다.


다음은 백정들이 승려에게 사용하는 은어이다.

1. 바가지.‥ 중머리  

2. 깍뚜기 썬다.‥ 목탁 친다.

3. 달팽이.‥ 승려가 바랑 매고 방랑 생활하는 것

4. 쌕쌕이 다리.‥ 걸음이 빠른 승려

5. 낙타꼽.‥ 허리 꾸부러진 승려

6. 흥부꼬리.‥ 마음이 어진 승려

7. 새우수염.‥ 신경질적인 승려

8. 두부찌개.‥ 성질 사나운 승려

9. 뱁새알.‥ 사팔뜨기 승려

10. 김밥.‥ 아내가 있는 승려

11. 똥통꾼.‥ 첩을 둔 대처승

12. 주춧바이.‥ 아내에게 쥐어 사는 승려

13. 나팔 주둥이.‥ 간섭이 심한 승려

14. 좃땀.‥ 고기 감춘 것을 주지에게 들킨 것

15. 산불타다.‥ 염불않고 소 잡았다고 승려에게 매 맞는 것

16. 조저놓다.‥ 염불않고 소 잡았다고 승려에게 꾸지람 듣는 것

17. 햇비리.‥ 승려가 백정이 되는 것

18. 물걸레.‥ 승려가 되기 위해 아내와 이혼한 백정

19. 잿물.‥ 승려가 된 백정

20. 칡뿌리 끊다.‥ 백정이 고기 먹었기 때문에 절과 관계를 끊는 것


조선 백정들의 은어를 통해서 조선 승려들과의 관계를 들여다보는 듯하다.

불교가 전해진 나라에서 소백정 관리감독을 승려에게 맡긴 나라는 조선이 유일할 것이다.

온갖 박해를 견뎌내고 살아남은 조선불교의 아픈 모습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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