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2일 한국불교문화기념관서  

선지식 수인·수옥·장일 스님 조명

대행 선사 사회 참여 연구 발표

묘공학술상·장학증서 수여식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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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 비구니 선지식들의 삶과 수행을 학술적으로 조명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마음선원 산하 대행선연구원(원장 혜선 스님)은 불기 2568(2024)년 6월 22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제8회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근현대 비구니의 삶과 수행-자료발굴과 기록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비구니 선지식인 수인·수옥·장일 스님과 ‘한마음 주인공 관법’으로 중생교화에 힘쓴 대행 선사의 삶과 수행을 조명했다.

수인 스님, 자비 실천한 ‘상불경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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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조 스님 

보현정사 주지 경조 스님은 ‘수인 스님의 수행, 사상 그리고 실천’ 제하 논문에서 호거산 운문사 초대 주지 성월당 수인 스님(1899~1997)의 행장과 사상을 손상좌, 지인 등의 구술조사를 통해 조명해냈다.

1899년 9월 3일(음)에 태어난 수인 스님은 9세에 입산해 11세에 운문사에서 혜담 스님을 계사로 사미니계를 수지했다. 사미니계 수지 후 1914년 통도사 옥렴암 강원에 입교해 사집·사교·대교 등을 수학했으며, 1923년 통도사에서 혜담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강원의 간경을 마친 뒤, 참선 정진 첫해는 만공 스님이 주석하고 있는 부산 금련산 마하사 반야암 선방에서 하안거에 들었다. 이를 시작으로 수인 스님은 금정산 대성암, 천성산 내원사, 금강산 유점사 등에서 20여 안거를 성만했다.

40대 이후 수인 스님은 포교 및 정화운동에 헌신했다. 세수 42살이 되던 1940년에 부산 금련산에 서운암 창건불사를 시작해 1941년 정전(正殿)을 개설하고 주지로 취임했다. 1955년부터 1966년까지 운문사 주지로 활동하며 소작인에게 상환돼 있던 사찰 소유 전답 120여 마지기를 환수했고, 대처승과의 대립관계도 청산해 운문사가 비구니 도량으로서 정체성을 정립하는 데 일임을 담당했다.

또한, 수인 스님은 대처승과 갈등에 있던 대구 능인학원의 이사로 부임한 이후 갈등을 정리하고 조계종립으로 남을 수 있도록 도왔다.

경조 스님은 수인 스님의 사상을 ‘무욕’과 ‘정진행’을 통해 “‘상불경보살행’을 평생 해오신 선지식”이라고 정리했다.

스님은 “시봉 상좌 등은 수인 스님에 대해 ‘중노릇을 잘한 것, 그것밖에 더 있겠어요’라고 술회·평가했다. 이는 불제자이자 출가수행자로서 자신의 본분과 본심에 최선을 다한 수인 스님의 노력에 대한 상좌들의 평가”라면서 “또한 수인 스님은 출가자로서 세속적인 가치에 근거해 명예를 추구하지 않고, 일체 분별이 없는 상태를 추구하고 실천했다”고 설명했다.

후학인 경조 스님은 수인 스님을 모든 일체 존재를 존귀한 존재로 여기고 공경심을 갖고 대하는 ‘상불경보살’로 평가한다.

경조 스님은 “상불경 보살행은 ‘불성론’이란 불교의 핵심 교리를 삶으로 구현한 실천”이라며 “노보살님부터 어린아이들까지, 그리고 자신의 제자들에게도 언제나 부처님으로 대하는 스님의 모습은 현재까지도 상불경보살 자체”라고 강조했다.

수옥-경봉 스님, ‘법거량’ 한시 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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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과 스님 

삼선불학승가대학원 교수 원과 스님은 ‘비구니 수옥과 경봉 선사의 한시 교유’에서 비구니 대강백 화산당 수옥 스님(1902~1966)의 친필 노트인 〈도가한화〉를 근거로 1957년 4월부터 1965년 10월까지 14차례에 걸쳐 이뤄진 경봉 선사와의 한시 교유를 처음으로 소개했다.

법희 스님을 은사로 정혜사 견성암에서 출가한 수옥 스님은 1918년 사미니계를 수지하고 해인사 강원의 청강생으로 인근 비구니 사찰에서 통학하며 불전을 공부했다. 전통강원 교육과 참선정진을 해오던 수옥 스님은 1937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오사카 호주지(寶樹寺), 기후현 텐이지(天衣寺)·미노니슈카쿠린(美濃尼衆學林)에서 수학했다. 1941년 귀국 후에는 남장사 관음강원, 보문사 보문강원에서 강사로 활동했다. 6·25한국전쟁 이후 1955년 양산 내원사 주지로 부임해 1959년 동국제일선원을 개원하고 선객의 외호자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비구니 수옥 스님과 당대 선지식 경봉 스님의 한시 교유는 1957년부터 4월부터 1965년 10월까지로, 수옥 스님의 세납은 56~64세. 경봉 스님의 세납은 66~74세였다. 두 스님의 한시 교유는 총 14차례 이뤄졌는데, 1966년 이후 한시 교유가 끊긴 것은 수옥 스님이 지병으로 입적했기 때문이다.

원과 스님은 “기본적으로 해제 운과 그 차운은 싯구를 통해 법거량, 즉 스승이 제자들의 공부를 점검하거나 제자가 스승에게 참선체험을 보고하는 선문답 성격을 지닌 법문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선가의 해제일, 공개적으로 발표된 해제 운을 차운한다는 의미는 수옥 스님이 선리에 대한 이해, 그에 수반된 참선 수행, 한시로 표현할 수 있는 재능을 갖췄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옥 스님과 경봉 스님이 주고받은 한시는 새해를 축하하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 한시들도 4차례가 있다. 그것들 역시 법거량 차원으로 읽힐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서 “실제 현장에서 선객들을 지도하는 대선사와 수옥 자신의 안목을 공유할 만큼 선사상에 대한 이해와 참선 수행이 선행됐음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일 비구니 없으면 동화사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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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현 스님
 

동국대 선학과 박사인 여현 스님은 ‘도림당 장일의 수행과 호법활동’을 통해 불교정화운동에 앞장섰던 선지식 장일 스님의 삶과 사상을 살폈다.

장일 스님은 1916년 3월 15일 대구에서 태어났다. 독립운동을 했던 집안이었기에 조부와 아버지를 이른 나이에 잃었다. 배움이 짧았던 모친은 장일 스님에게 많은 책을 보게 했는데, 스님은 서산·사명 대사 이야기가 담긴 책을 읽고 출가의 마음을 냈다. 출가의 이유는 도를 깨우쳐 얻은 힘으로 나라를 독립시키고, 호국선열을 위로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모친은 출가를 바라지 않았고, 스님은 어쩔 수 없이 고무신을 연못에 벗어두고 출가했다. 그길로 함경도 안변 석왕사, 함흥 기주사 등을 다녔지만 출가의 인연을 만나지 못하다가 1937년 대구 팔공산 부인사에서 오전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1939년 동화사에서 청하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41년 해인사에서 경하 스님에게 구족계를 수지했다.

여현 스님은 “스스로 일군 동화사 내원암을 이내 내려놓고 운수납자로서 수행자의 삶을 살았다. 70세가 넘은 나이에도 수선안거를 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불교정화운동에서도 장일 스님은 일임을 담당했다. 정화운동 당시 장일 스님은 사제 성원·상좌 원명 스님과 경남 지역 비구니스님들을 규합해 서울에서 공양주와 채공을 살게 하며 힘을 보탰다. 이런 비구니스님들의 노력의 결과로 1955년 불교정화운동이 일단락된 후 동화사를 비구니총림으로 개설하려 했으나 비구스님들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여현 스님은 “장일 스님은 여러 활동을 통해 비구니승가의 위상을 높였고, 사회 일원으로서 비구니스님의 역할을 명확히 보였다”며 “장일 스님은 한국불교 비구니 교단을 최성기에 올려놓은 인물 중 한 명”이라고 평가했다.

“대행선은 진실이자 방편, 방편이자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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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섭 대행선연구원
 

최원섭 대행선연구원 연구원은 ‘대행 스님의 진실과 방편의 중도’를 발표하고 묘공당 대행 선사(1927~2012)가 ‘대행선’ 선풍을 대중들에게 어떻게 펼쳐냈는지를 진실과 방편의 시각으로 살폈다.

대행 선사가 보인 방편은 무엇일까. 최 연구원은 “대행 선사의 방편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일상 언어로 이뤄지는 법문”이라며 “선사의 법문에는 한문 원전을 인용하는 일도 거의 없고 어려운 불교 개념어도 거의 쓰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지금 시대의 용어로 그냥 알기 쉽게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대행 선사가 ‘참선이 바로 생활’이라고 강조하는 것에 대해 최 연구원은 “‘일상이 바로 선’이라는 관점은 대행 선사만의 특징은 아니다. 현실을 중시하는 중국불교의 특성이 가장 잘 반영된 선종의 기치가 ‘일상의 모든 것이 선’이었다”면서 “독자적으로 보인 대행선은 역설적으로 선종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이 자리에서 부처로 사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선종의 본래 진실이고, 대행선만의 고유함이 짙은 대행선의 방편”이라며 “결국 불교적 표현이 사라진 일상의 언어로 전개되는 대행선이 바로 대행 선사의 진실과 방편의 중도”라고 강조했다.

“대행 선사 깨우침, 에코다르마 맞닿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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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아메리칸대학 교수 

박진영 아메리칸대학 교수는 ‘한국불교 사회참여의 새로운 모습: 대행 스님의 경우’를 발표하고 대행 선사의 오도(悟道)가 사회참여로 어떻게 형성해 나가는지를 살폈다.

먼저, 박 교수는 대행 선사의 오도 과정을 조명했다. 1927년 태어난 대행 선사는 구한말 대한제국 무관이었던 아버지를 둔 덕에 처음엔 크게 어렵지 않은 환경에서 자라났지만, 7살에 집이 어려워지면서 흑석동 근처 산간에 허름한 집을 짓고 삶을 연명했다.

이후 대행 선사는 산과 들을 다니며 존재의 근본을 배워나갔다. 박 교수는 “대행 선사에게는 지식도, 사회적 지위도, 물질적 풍요도, 가족을 통한 보호도 기능하지 않았다. 이처럼 나체로 맞아야만 했던 존재자의 고독이기에, 그 고독을 통해 얻은 깨침의 심연은 깊을 수밖에 없었다”며 “깨침의 깊이가 깊었기에, 존재의 고독과 아픔은 단지 대행 선사 한 개인의 것이 아니라, 모든 존재들, 특히 존재의 주변에 머무르고 있는 존재자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행 선사는 “나는 지금도 가엾은 사람이나 못 배운 사람이나 못난 사람에게 마음이 더 끌린다. 사람뿐만 아니라 축생에게도 마음이 끌린다”고 설한 바 있다.

이런 대행 선사의 산중 깨우침을 박 교수는 미국에서 활동했던 신학자 이정용(1935~1996) 교수의 ‘주변인’ 이론과 연계해 해석했다. “종교는 중심에 대한 동경과 갈망이 있어서는 안되며 중심으로부터의 해방을 열어줘야 한다”는 이정용 교수의 주장과 존재의 주변인에게 느끼는 대행 선사의 마음은 사실상 종교의 존재 이유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박 교수는 대행 선사의 산중 깨달음이 서구불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에코다르마’의 현실적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음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대행 선사는 자연에서 외부세계와는 달리 존재의 평등성을 보았다”면서 “업의 사회성에 눈을 돌리는 것은 불교 수행의 사회적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리고 사실상 대행 선사의 삶은 개인의 깨우침에서부터 사회참여로의 여정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행 선사의 사회참여는 산간에서 느꼈던 다른 존재자에 대한 아픔, 공감과 공유성의 연장이라 할 수 있다”면서 “내면적 성찰을 통해 자신의 존재론적 위치를 확인하고 이를 또한 외부에서 일어난 사회 현실적 문제에 대한 참여로 발전시키는 것이 대행 선사의 가르침의 큰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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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월 스님 학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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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수 학술상
 

이와 함께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제6회 묘공학술상 시상식과 묘공학술장학생 장학증서 수여식도 진행됐다. 올해 묘공학술상 우수상 수상자로는 중앙승가대 강사 지월 스님과 김태수 대진대 연구교수가 선정됐으며, 수상자에게는 700만 원의 연구비가 수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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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생 박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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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 장학생
 

묘공학술장학생으로는 박소은(독일 함부르크대 석사과정)과 박훈(동국대 박사과정) 씨가 선정돼 장학증서가 수여됐다. 

“비구니 연구 앞장 대행선硏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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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용 스님 

학술대회에 앞서 진행된 입재식에서 전국비구니회장 광용 스님은 축사를 통해 “근·현대 비구니 선사들의 삶과 수행을 들여다보면 제자들에게만 전해 내려오는 중요한 이야기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중요했던 자료나 수행 기록은 보관이 쉽지 않아 버려지거나 산일되는 경우가 빈번하다”면서 “이런 안타까운 상황을 개선하고 비구니 연구를 좀 더 체계적으로 만들고자 앞장서는 대행선연구원의 노고가 고맙고 또한 든든하다”고 상찬했다. 

이어 “비구니 스님들의 수행 정진과 대외 활동은 근·현대 한국불교에 중요한 뒷받침이 되고 있다는 것은 중요한 사실”이라며 “그 모습을 대표하는 비구니 선지식 중 오늘 발표되는 스님들의 삶과 수행을 통해 비구니의 삶과 수행의 뜻을 헤아려 보는 귀중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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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수 스님 

한마음선원 이사장 혜수 스님은 환영사를 통해 “오늘 발표되는 네 분의 선사 모두 일제강점기를 보내며 수행정진하고 대중을 화합으로 이끄신 분들이다. 이 자리는 선사들의 삶을 감동으로 전하는 한마음 되어지는 자리”라며 “오늘의 공덕으로 비구니선사들의 삶과 수행, 사상이 계승될 것이며, 후대에도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비구니스님 연구의 고민에 대한 사업을 전국비구니회 산하 비구니승가연구소가 비구니 인물사전 아카이브를 통해 더 많은 비구니 선사들의 삶을 기록에 남길 것”이라며 “대행선연구원에서도 비구니 선사들의 기록을 찾아 정리하며, 영구히 연구논문으로 남겨서 세상에 알려지는 데 한몫을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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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선 스님
 

대행선연구원장 혜선 스님은 인사말에서 “지난해에 이어 근·현대 비구니 스님의 발자취를 찾아서 학술대회를 하게 된 것은, 역사를 바탕으로 한 기록의 중요성 때문”이라며 “자료를 정리, 수집해 연구하지 않으면, 세월이 흐르고 세대가 넘어가면 삶의 족적이 남아 있지 않을 것이기에 ‘자료발굴과 기록’이라는 책임 의식을 가지고 학술대회를 준비했다”고 대회 기획 취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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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행선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