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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확)   

분노로 가득 차 대화하네.

화내고 오만하고

고귀하지 못한 수단을 사용하며

다른 사람에게서 잘못을 찾네. 

악담하고, 무례를 범하고

혼란스럽고, 상대를 짓밟는 것을

서로가 즐겨하니

그것은 고귀하지 못한 것이네. 

현자가 대화하고자 원하면

그때를 알고 나서

고귀한 삶에 관한 대화를

가르침에 입각하여 말해야 하리.

집착을 여읜 정신으로

화내거나 오만하지 않고

질투도 성급함도 없이

현자는 대화를 이끌어야 하리.

질투를 여읜 마음으로

올바른 앎으로 말해야 하네. 

잘 말해진 것은 칭찬하고

잘못 말해진 것이라도 비웃지 말아야 하네 

비난하는 것을 알지 못하고

말꼬리 붙잡고 늘어지지 않고

공격하거나 유린하지 않고

함부로 지껄이지 않아야 하네. 

바른말은 청정한 믿음을 주고

우리의 앎을 깊게 하네. 

고귀한 님은 이와 같이 말할 줄 아네.

그것이 고귀한 님의 말이네. 

대화는 대인관계는 물론 한 사회가 유지되고 발전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따라서 대화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인간관계는 물론 사회도 심각한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작게는 가족, 크게는 국가, 나아가 국제사회에서 대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그런데 대화를 잘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대화의 가치를 잘 이해하고, 대화를 잘 이끌어가는 것에 대한 최소한의 원칙조차 모르는 이들이 절대다수를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상에서 훌륭한 대화가 이루어지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 사례로 자주 거론되는 곳이 정계(政界)이다. 정치인들이 대화하고 타협하고 양보하고 존중하고 공동선을 향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 대신에 다투고, 비난하고, 조롱하고, 헐뜯는 경우는 거의 매일 목도하는 장면들이다. 정치권이 이렇게 된 이유는 첫째 정치인들의 소양이나 수준에 기인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정계에 들어가기 전에는 나름 각 분야에서 실력과 인품을 인정받았던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결국 잘못된 정치문화, 그리고 그런 정치문화를 함께 만들어낸 시민들 모두가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이 시는 <앙굿따라니까야> 3:67 ‘대화의 주제의 경(Kāthavatthusutta)’에 등장한다. 이 경에서 부처님은 시를 읊기에 앞서 수행자들에게 대화의 주제, 적합한 대화상대의 선택 기준 등에 대해 말씀하신다. 부처님이 제시한 세 가지 대화의 주제는 첫째 ‘과거세에 이와 같은 것이 있었다.’라고 과거세를 끌어들여 대화하는 것, 둘째 ‘미래세에 이와 같은 것이 있을 것이다.’라고 미래세를 끌어들여 대화하는 것, 셋째 ‘지금의 현세에 이와 같은 것이 있다.’.라고 지금의 현세를 끌어들여 대화하는 것이다. 사실 연로한 분들이 나누는 대화를 들어보면, 과거의 일을 화제로 삼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젊을수록 미래의 이야기를 화제로 삼는 경우가 많으며, 지혜로울수록 지금 여기에서 벌어지는 것에 대해 집중하며 주제로 삼는 경우가 많다. 부처님 가르침의 관점과 특징이 ‘지금, 여기(Now & Here)’라는 점을 대화의 주제에 대한 설법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부처님은 이어 어떤 사람이 대화상대로 적합한지 적합하지 않은지는 그가 대화를 이끌어가는 방식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말씀하신다. 먼저 질문을 받았을 때, 단언적으로 대답해야 할 경우에 단언적으로 대답을 못하거나, 분석적으로 대답해 주어야 하는 경우에 분석적으로 대답하지 못하거나, 질문의 화살을 되돌려 주어야 할 경우에 질문의 화살을 되돌려 주지 못하거나, 그 질문을 제쳐 두어야 할 경우에 질문을 제쳐 두지 못한다면 그런 사람은 대화상대로 적합하지 않다고 가르치신다. 이 가르침에는 대화를 이끌어가는 방법 네 가지가 제시되어 있다. 단언적 대답, 분석적인 대답, 질문을 되돌려 묻는 형식의 대답, 그리고 질문을 아예 제쳐두는 방법 등이다. 

부처님은 또한 질문을 받고는 옳고 그름에 입각하지 못하고, 취지에 입각하지 못하고, 알려진 발언에 입각하지 못하고, 절차에 입각하지 못한 사람은 대화상대로 적합하지 않다고 가르치신다. 또한 질문을 받고는 달리 다른 것으로 답변하고, 밖으로 화제를 돌리고, 화내고 성내고 실망을 드러내는 사람은 대화상대로 적합하지 않다고 가르치신다. 또한 질문을 받고는 공격하고 유린하고 조롱하고 말꼬리를 붙잡고 늘어지는 사람은 대화상대로 적합하지 못하다고 가르치신다. 사실 여기에서는 대화에 관한 모든 것이 체계적으로 잘 정리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부처님께서 제시한 대화의 주제, 대화상대의 선정, 그 과정에서의 구체적인 잘못된 대화의 태도 등은 오늘날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기준들이다. 특히 오늘날 정치권에서 횡행하는 저급한 말장난과 상대를 헐뜯고 매장하려는 언쟁 등을 지켜보는 현실에서 부처님의 이 가르침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부처님은 경청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하신다.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관심이 없게 되고, 귀를 기울이면 관심이 있게 된다는 것이다. 또 관심이 있다면 하나의 법을 곧바로 알고, 하나의 법을 완전히 알고, 하나의 법을 끊어버리고, 하나의 법을 깨닫는다고 강조하신다. 하나의 법을 곧바로 아는 것은 괴로움의 소멸로 이끄는 고귀한 길[도성제(道聖諦)]를 말하고, 하나의 법을 완전히 아는 것은 괴로움의 진리[고성제(苦聖諦)]를 완전히 아는 것이고, 하나의 법을 끊어버리는 것은 괴로움의 발생의 고귀한 진리[집성제(集聖諦)], 하나의 법을 깨닫다는 것은 괴로움의 소멸의 진리[멸성제(滅聖諦)]를 의미한다. 대화에서 경청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경청이 궁극적으로는 열반의 성취로 가는 길로 이어진다는 부처님의 가르침만큼 경청의 가치를 잘 드러낸 것은 보지 못한 것 같다.  

대화의 주제의 경에서 대화 주제의 종류, 질문을 받았을 때 응대하는 지혜, 대화를 이끌어가는 방식, 경청의 가치 등에 대해 설법을 마친 뒤 읊은 이 시에서도 부처님은 잘못된 대화, 대화상대, 대화의 자세에 대해 비교적 소상하게 언급하고 있다. 잘못된 대화는 고귀하지 못한 것임을, 또 현자가 대화하고자 원하면 집착을 여의고, 화내지 않고, 오만하지 않고, 질투와 성급함이 없이 대화에 나서라고 가르친다. 

부처님의 이 시를 찬찬히 감상하면서, 바르고 지혜로운 대화에 대해 깊이 천착해보는 기회를 가져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