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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전사지 삼층석탑(사진=미디어붓다) 

깨어있는 자들은 들어라.

잠자는 자들은 깨어나라.

잠자는 것보다 깨어있음이 수승하다.

깨어있는 이에게 두려움은 없다. 

깨어서,

새김을 확립하고

올바로 알아차리고

집중에 들고

기쁨을 발견하고

청정한 믿음을 지닌 자,

그는 

올바른 때에 

올바로 원리를 성찰하며

전일성을 확립하여

어둠을 제거한다.

그러므로 

깨어있음을 확립하라.

열심히 애쓰고, 사려 깊은

선정에 든 수행자는

태어남과 늙음의 결박을 끊고

위없고 올바른 깨달음을 증득해야 하리.

두루 알려진 것처럼 불교의 목적은 괴로움을 여의고 행복을 실현하는 것이다. 이것을 북방불교에서는 이고득락(離苦得樂)으로 표현하고 있다. 초기불전에서 부처님은 행복에 대해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설명하셨다. 금생의 행복과 내생의 행복과 궁극적 행복이 그것이다. 금생의 행복과 내생의 행복은 주로 재가자들에게 말씀하셨고, 깨달음의 체득과 열반의 실현이라는 궁극적 행복에 대해서는 주로 출가수행자들에게 설하셨다. 그러나 드물기는 하지만 재가자들에게도 궁극적인 행복에 대해 설법한 경우도 아주 없지는 않다. 그 예로 재가의 여인이었던 쿳줏따라(Khujjuttara)가 들어서 전승한 <이띠웃따까(Itivuttaka)- 여시어경>의 가르침들이 있다. 

이 경에 대해 논하기 전에 쿳줏따라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쿳줏따라는 꼬삼비의 고시따(고시따 원림을 지어 승가에 보시한 자) 장자의 보모로 있다가 뒤에는 꼬삼비의 우데나 왕의 첫째 왕비인 사마와띠(Sāmāvati)의 하녀가 된 여인이다. 그녀는 부처님께서 꼬삼비에 오셨을 때 가르침을 듣고 예류과를 얻었다. 환희로 가득한 그녀를 보고 사마와띠 왕비가 전말을 묻자 모두 이야기를 해주었다. 궁 밖 출입이 여의치 않았던 사마와띠 왕비는 그녀로부터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해 들었으며, 전해 들은 첫날부터 그녀를 자신의 어머니처럼 대했다. 사마와띠 왕비는 환희심이 생겨서 매일 쿳줏따라가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와서 자신과 측근들에게 설해주도록 하였다. 그들은 쿳줏따라가 들려주는 부처님 가르침을 듣고 모두 예류과, 즉 성자에 흐름에 든 수다원과를 성취했다. 

이런 연유로 훗날 부처님께서는 쿳줏따라를 설법을 들은 여자 신도들 가운데 으뜸이라고 칭찬하셨다. 또한 자신의 하녀였지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해주는 쿳줏따라를 어머니처럼 대한 사마와띠 왕비를 ‘자애가 가득한 마음으로 머무는 자들 가운데서 으뜸’이라고 칭송하셨다. 

<이띠웃따까- 여시어경>은 불자들에게 다소 생소한 경전이기에 이번 기회에 경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이띠웃따까-여시어경>에 포함된 112개의 경들은 금생의 행복이나 내생의 행복보다는 궁극적 행복에 관한 경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아마도 쿳줏따라로부터 부처님의 말씀을 전해 들은 꼬삼비 국의 사마와띠 왕비와 500명의 시녀들이 예류과와 일래과와 불환과를 얻은 높은 경지의 재가 수행자였기에 그랬을 것이다. 따라서 <이띠웃따까- 여시어경>의 가르침은 수준 높은 삶을 지향하는, 오늘의 재가의 불자들에게도 좋은 지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재가불자인 쿳줏따라가 부처님으로부터 직접 들어서 전해준 <이띠웃따까- 여시어경>에 담긴 112개의 경들은 부처님의 윤리적 가르침의 선집으로 특히 초기불교의 중요한 가르침들을 주도면밀하게 담고 있다. 특히 우주가 지탱되고 수호되는 것은 부끄러움을 아는 것과 창피함을 아는 것의 두 가지 원리에 의한 것임을 밝혀 도덕적 우주의 인과율에 확고부동한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2,600년 전 부처님 시대에 살았던 한 등이 굽은 청신녀가 전해준 부처님 말씀에 불교의 본질을 꿰뚫는 참으로 수준 높고 격조 높은 가르침이 담겨 있는 것은 재가자의 입장에서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띠웃따까- 여시어경>의 가장 큰 특징은 재가 여신도가 들어서 모은 부처님 말씀이라는 점이다. 이 경은 칠엽굴에서의 첫 결집에서 마하깟사빠 존자가 질문을 하고 아난다 존자가 읊는 형식으로 구성되었고, 아난다 존자의 제안으로 정전(正典)으로 채택되었다. 경에 수록된 112개의 경은 각 경에서 설해지고 있는 주제의 개수에 따라 「하나모음」부터 「넷모음」까지로 나누어서 편집되었다. 아난다 존자가 직접 들은 내용이 아니기에, 여시아문(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evaṁ me sutaṁ)이 아닌, ‘이처럼 나는 들었다(如是語經): iti me sutaṁ’는 표현으로 경이 시작된다는 점도 흥미롭다. 112개의 경들은 모두 부처님이 읊으신 270개의 게송들을 담고 있고 이 게송들이 각 경의 중심이 된다. 재가자들이 개인적으로나 함께 독송하기에 좋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다른 경장의 경들은 그 경의 가르침을 설하신 장소와 시간과 청법자 등이 언급되지만 이 경에 포함된 112개의 경들에는 이것이 나타나지 않는다. 112개의 경들은 부처님께서 꼬삼비 한 곳에서 설하신 것이며, 사마와띠 왕비의 간청으로 쿳줏따라가 이 경들을 꼬삼비에서 듣고 사마와띠 왕비와 500명의 시녀들에게 들려준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이 시는 <쿳다까니까야>에 속한 <이띠웃따까- 여시어경>의 「둘모음」에 속한 ‘깨어있음의 경(Jāgariyasutta)’에 수록되어 있다.  

 - 시어 ‘깨어있는’은 잠이나 혼침함에서 떠나 깨어서 밤낮으로 명상주제에 정신활동을 기울이는 것을 뜻한다. 부처님께서는 깨어있음에 어떻게 전념할 수 있는가에 대해, <앙굿따라니까야>에서 ‘낮에는 거닐거나 앉아서 장애가 되는 것들로부터 마음을 정화시키고, 밤의 초야에도 거닐거나 앉아서, 중야에는 오른쪽 옆구리를 밑으로 하여 사자의 형상을 취한 채 한 발을 다른 발에 포개고 새김을 확립하여 올바로 알아차리며 다시 일어남에 주의를 기울여 눕고, 후야에는 일어나 거닐거나 앉아서 장애가 되는 것들로부터 마음을 정화시키라.’고 가르치셨다. 

 - 시어 ‘두려움’은 자신의 비난에 대한 두려움이나 타인의 비난에 대한 두려움, 처벌에 대한 두려움, 나쁜 곳에 태어남에 대한 두려움, 태어남 등의 특징을 갖는 일체의 윤회에 대한 두려움을 말한다. 

 - 시구 ‘올바른 때에 올바로 원리를 성찰하며’는 통찰의 대상인 삼계의 원리를 올바로 앎으로써 싫어하여 떠나고 사라지는 등의 염오의 마음이 생겨나도록, 그러한 관점에서 일체의 형태에 따라 통찰한다는 뜻이다. 

 - 시구 ‘전일성을 확립하여’는 ‘홀로 동반자가 없이 일어난다.(ekodibhūto)’는 의미로 도(道)의 길에서의 집중(道三昧: maggasamādhi)을 의미한다. 마음[心]이 대상[境]과 하나[一]가 되는 상태[性], 즉 대상에 마음이 완전히 몰입하는 경지를 말한다. 명상수행에서 5가지 장애 가운데 탐욕개 즉 감각적 욕망 즉 마음이 5감에 이끌리는 것 즉 마음이 외계 사물에 이끌리는 것이 억제된 상태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 시구 ‘어둠을 제거한다.’는 아라한으로 가는 거룩한 길을 통해 무명의 어둠을 제거한다는 뜻이다. 

 - 시구 ‘열심히 애쓰고, 사려 깊은 선정’은 앞의 연에서 언급한 ‘전일성 확립’과 상통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