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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명산(虎鳴山)은 호랑이의 포효가 들려올 정도로 수려하고 깊은 산이라 도량은 온통 초여름 녹음방초로 뒤덮여 있다. 이곳에서 충담 대선사는 자신의 몸을 태움으로써 부처님의 자비광명과 가르침이 이 세상에 영원히, 그리고 넓게 퍼져나가기(법륜상전 불일증휘)를 발원했다. 이상적인 공동체로서의 승가화합과 민족의 염원인 조국통일을 서원했다. 그것은 전 불교계, 전 민족을 향해 충담 대선사가 온 몸으로 던진 포효였다.

화중생연(火中生蓮), ‘불꽃에서 연꽃을 피우다’라는 말이다. 바로 불꽃에서 연꽃을 피운 주인공 충담 대선사의 소신열반 10주기를 기념하는 행사가 6월 7일 그의 열반처 가평 호명산 감로사에서 5백여 사부대중이 동참한 가운데 엄수됐다.

충담 대선사는 자신이 피땀으로 일궈놓은 서울 왕십리 승가사를 개인재산을 인정하고 있는 태고종에서는 처음으로 종단에 등록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종단등록사찰 1호 사찰로 승가사를 등록한 것은 사찰의 재산은 모두가 삼보정재라는 인식을 전 종도들에게 확산시키려는 대선사의 공심과 애종심의 발현이었다. 그 도량이 뉴타운 건설로 인해 시에 수용됨으로써, 이날의 행사는 왕십리 승가사의 호명산 이전식도 겸했다.

전통종단답게 이날 법회는 여법한 영산재 의식으로 봉행됐다. 아마도 참석 대중들은 부처님의 사자후를 연상케 하는 충담사의 호랑이 울부짖음을 들었을 것이다. 갈팡질팡하며 제 갈 길을 가지 못하고 있는 한국불교와 태고종단의 안타까운 현실을 꾸짖는 대선사의 간절한 호통을 만일 대중들이 듣지 못했다면 설사 여법한 법석이 내뿜은 법향이라 할지라도 그 향과 빛은 차츰 시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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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한국불교학계의 원로이자 석학인 목정배 교수는 ‘충담대선사의 소신공양과 한국불교의 희망’이란 주제의 학술발표를 했다.

“가평 감로암에서 소신공양으로 열반하신지 10주년이 되는 이날 이와 같은 법회를 베품으로 충담스님의 원력이 시방세계, 한국사회에 새로운 원력과 희망을 점지하는 화염광삼매로 화현하였으니, 이를 승계하는 불자가 되어야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들도 심핵삼매(心核三昧)의 위력을 마주하는 믿음의 발생자가 되어야 남북통일의 일원자가 되고 부처님의 정법 실현자가 될 것이다.”

노(老) 학자의 일갈은 충담 대선사의 소신원력을 다시금 재현시키려는 간절한 비원의 소리였다. 목 교수는 다시 목청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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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와서 가장 강한 것이 무엇인가. 물핵(物核)이다. 물핵의 핵이 반응하면 핵에너지를 발생시킨다. 이 핵력을 현대인은 선망하면서도 두려워한다. 과학적 선용으로 힘이 되기도 하지만 무기로 사용하면 지구의 멸망이 오기 때문이다. 소신의 힘은 무엇이기에 80억 항하 세계의 광명이라고 하는가. 그것은 심핵(心核)이기 때문이다. 심핵은 삼매에서 나오고 물핵은 물리력인 열량이다. 그런데, 갑자기 어떤 수행승이 화중연화의 입적을 하였다니 물리학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생명학이 아닌가. 제 손등에 촛농이 떨어져도 뜨겁기 한이 없다. 그런데 제 몸에 기름을 끼얹고 장작더미 위에 꼿꼿하게 좌정하여 화염소신 한다는 것은 사자분신 삼매의 깊은 공부가 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충담 대선사 10주기를 맞아 영산대재를 봉행하면서 대대적인 불사계획을 밝힌 감로사 주지 지성 스님은 “화중생연의 이적을 나타내 보이신 대선사의 유지와 원력을 받들어 실현시킬 근본도량으로 감로사를 가꿔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가평 호명산 감로사=이학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