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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사 목조지장보살 좌상(사진=미디어붓다)  

슬기로운 님은

자신에게 유익한 것을 알아

어리석은 마부를 본받지 않고

올바로 실천하고 정진한다. 

참으로 어리석은 마부는

평탄한 큰길을 벗어나

평탄하지 않은 길을 가다가

차축을 망가뜨려 걱정한다.

어리석은 자는 가르침을 따르지 않고 

가르침 아닌 것을 따르니,

죽음의 문턱에 떨어진다. 

차축을 망가뜨려 걱정하듯. 

사마천의 <사기(史記)> 관안열전(管晏列傳)에 ‘안자지어(晏子之御)’라는 사자성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안자(晏子)는 본명이 안영(晏嬰)이며, 춘추시대 제(齊)나라에서 영공(靈公), 장공(莊公), 경공(景公)의 삼대(三代)에 걸쳐 재상을 지낸 명신(名臣)이다. 흔히 안자(晏子)란 존칭으로 불렸다. 안자는 매우 병약해서 부모조차 오래 살지 못하겠다고 염려했는데 잘 살아가자, 아버지 안약(晏弱)이 그에게 연약하다는 뜻을 가진 영(嬰)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이 고사는 두 가지의 교훈을 주는데, 하나는 변변치 못한 지위를 믿고 우쭐대는 기량이 작은 사람을 비유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권력을 등에 업고 호가호위하며 오만방자하게 구는 어리석은 자에 대한 경계이다.

안영은 지혜로운 정책으로 제나라를 부강하게 만든 사람이다. 그런데 안영이 백성들에게 존경받는 진짜 이유는 뛰어난 능력보다는 검소한 생활과 겸손한 행동이었다. 어느 날, 안영이 급한 일이 생겨 마차를 준비시켰다. 그러자 마부(馬夫)는 신이 나서 행차할 준비를 했다. 그는 ‘물렀거라! 재상(宰相)께서 행차하신다!’라고 고함칠 때마다 사람들이 머리를 조아리는 것에 으쓱대는 나쁜 버릇이 있었다. 행차 때면 목을 꼿꼿이 세우고 한껏 우쭐댔다. 그가 소리치면 백성들은 길옆으로 비켜나 머리를 조아리는 것을 즐겼다. 마부는 채찍을 휘두르며 거만한 표정으로 코웃음을 쳤다. 자신의 고함에 머리를 조아리는 백성들이 우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런 마부를 보고 비아냥댔다. ‘도대체 방금 지나간 마차의 주인이 누군가? 재상의 마차가 아닌가? 그런데 마부의 행동을 보면 꼭 제가 주인 같구먼.’ 백성들은 머리를 맞대고 수군거렸다.

어느 날 안영의 마차가 마부가 사는 동네를 지나게 되었다. 마부의 아내는 자랑스러운 남편의 모습을 보기 위해 길옆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어디 우리 남편 일하는 모습 좀 볼까?’라는 기대로 길가에 서 있던 마부 아내의 얼굴이 마차를 보는 순간 굳어졌다. 그날 저녁, 남편이 귀가하자마자 아내가 대뜸 소리를 질렀다.

‘이제 당신하고는 함께 살 수가 없어요! 당장 떠나겠어요!’ 느닷없는 아내의 호통에 마부가 연유를 묻자 아내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오늘 행차를 보니 그토록 유명한 안영 대감께서는 겸손한 자세로 마차에 앉아 계시더군요. 그 모습은 저절로 존경심이 우러나올 정도였어요. 그런데 당신은….’하고 말하자 마부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내, 내가 뭘 어쨌단 말이오?’라고 따졌다. 그러자 아내는 ‘고작 남의 말을 모는 사람이 마치 재상이나 된 듯 우쭐대고 있으니! 그 꼴이 얼마나 우습고 부끄러웠는지 앞으로 동네사람 보기 창피해서 당신과 어떻게 살겠어요?’

아내로부터 호된 꾸지람을 들은 마부는 의기양양했던 자신의 모습이 남들 보기에는 얼마나 가소로웠을까 생각하며,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웠다. 그 후부터 마부는 사람이 싹 달라졌다. 마부가 이전과 달라진 것을 느낀 안영이 까닭을 물었고, 자초지종을 듣고는 가상히 여겨 벼슬자리를 천거해 주었다. 그 뒤로 턱없이 우쭐대는 어리석은 사람을 빗대어 안자지어(晏子之御)라고 부르게 되었다. 

어리석은 마부와 관련하여 읊은 부처님의 이 시는 <쌍윳따니까야> 2:22 ‘케마의 경(Khemasutta)’에 등장한다. 부처님께서 사왓티 시의 제따와나 숲에 계실 때, 하늘아들 케마가 아나타삔디까 승원을 두루 환하게 밝히며 찾아와 예배드리고 한쪽으로 물러나 시를 읊을 것에 대한 답시(答詩)이다. 

이때 하늘아들 케마가 읊은 시는 이렇다. 

어리석어 지혜가 없는 사람은

자신을 적으로 만들며

쓰디쓴 열매를 가져오는 

사악한 행위를 지어간다. 

지은 행위가 착하지 않으면

지은 뒤에 후회하고

슬픈 얼굴로 울면서

그 열매를 거두리.

지은 행위가 착하면

지운 뒤 후회스럽지 않고

기쁜 마음으로 즐거워하면서

그 열매를 거두리. 

케마의 시를 요약하면, 악인은 스스로를 해친다는 것, 악행은 반드시 후회를 불러온다는 것을 역설하며 선업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부처님은 케마가 읊은 시에 대한 댓 구 형식으로, 어리석은 마부를 등장시켜 높고 깊은 가르침을 설파하는 깨달음 시를 들려주고 있다. 부처님의 시에서 ‘어리석은 마부’는 삼독심에 물든 마음을, ‘(망가진) 차축’은 삼독심으로 인해 무너지는 몸이나 마음, 나아가 삶을 상징한다. 

평탄한 큰길은, 깨달음의 길 또는 열반으로 향해가는 길을 말하며, 평탄하지 않은 길은 삼독심으로 비롯된 악행으로 인해 파멸의 구렁텅이로 향하는 몸이나 마음, 나아가 삶 전체를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