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붓다
mediabuddha@hanmail.net 2024-04-05 (금) 07:16故 고익진 박사(전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교수)의 엮음 『한글 아함경』게송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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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확
7.1.4 파구나경(頗求那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밧티성 제타숲 아나타핀디카동산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중생들을 살리는 네 가지 음식이 있다. 그것은 중생이 세상에 머물 수 있게 하며, 그것을 먹으면 자랄 수 있게 한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째는 물질 음식(麤搏食) 둘째는 부딪침 음식(細觸食) 셋째는 의도 음식(意思食) 넷째는 식별 음식(識食)이다.”
그때 비구 파구나가 있었는데, 그는 부처님 뒤에서 부채를 부치면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누가 이 식별을 먹습니까?”
부처님께서 파구나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식별을 먹는 사람이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 만일 내가 ‘식별을 먹는 사람이 있다’고 말하였다면, 그대는 그렇게 물어 마땅하다. 그러나 나는 ‘식별은 곧 음식’이라고 말하였으니, 그대는, ‘무엇을 인연하여 식별의 음식이 있습니까?라고 이렇게 물어야 했다. 그러면 나는, ‘미래의 존재를 불러 서로 잇달아 태어나게 하고, 존재가 있기 때문에 여섯 가지 입처(六入處)가 있으며, 여섯 가지 입처를 연하여 부딪침이 있다’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누가 부딪칩니까?”
“나는 ‘부딪치는 사람이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 내가 만일 ‘부딪치는 사람이 있다’고 말하였다면, 그대는, ‘누가 부딪칩니까?’라고 물어 마땅하다. 그러나 그대는, ‘무엇을 인연하여 부딪침이 있습니까?’라고 물어야 했다. 그러면 나는, ‘여섯 가지 입처를 연하여 부딪침이 있고, 부딪침을 연하여 느낌이 있다‘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누가 느낍니까?”
“나는 ’느끼는 사람이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 만일 내가 ’느끼는 사람이 있다‘고 말하였다면, 그대는, ‘누가 느낍니까?’라고 물어 마땅하다. 그러나 그대는, ‘무엇을 인연하여 느낌이 있습니까?’라고 물어야 했다. 그러면 나는, ‘부딪침을 연하여 느낌이 있고, 느낌을 연하여 갈애가 있다’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세존이시여, 누가 애착합니까?”“나는 ‘애착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 만일 ‘내가 애착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하였다면, 그대는, ‘누가 애착합니까?’라고 물어 마땅하다. 그러나 그대는, ‘무엇을 연하여 갈애가 있습니까?’라고 물어야 했다. 그러면 나는, ‘느낌을 연하기 때문에 갈애가 있고, 갈애를 연하여 취함이 있다’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세존이시여, 누가 취합니까?”
“나는 ‘취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 만일 내가 ‘취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하였다면 그대는, ‘누가 취합니까?’라고 물어 마땅하다. 그러나 그대는, ‘무엇을 인연하여 취함이 있습니까?’라고 물어야 했다. 그러면 나는, ‘갈애를 연하여 취함이 있고, 취함을 연하여 존재가 있다’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세존이시여, 누가 존재합니까?”
“나는 ‘존재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 만일 내가 ‘존재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하였다면 그대는, ‘누가 존재합니까?라고 물어 마땅하다. 그러나 그대는 이제, ‘무엇을 연하여 존재가 있습니까?’라고 물어야 한다. 그러면 나는, ‘취함을 연하기 때문에 존재가 있고, 능히 미래의 존재를 부르는 부딪침이 생긴다. 이것을 존재라고 한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여섯 가지 입처가 있다. 여섯 가지 입처를 연하여 부딪침이 있고, 부딪침을 연하여 느낌이 있으며, 느낌을 연하여 갈애가 있고, 갈애를 연하여 취함이 있으며, 취함을 연하여 존재가 있고, 존재를 연하여 태어남이 있으며, 태어남을 연하여 늙음 · 죽음 · 근심 · 슬픔 · 번민 · 고통이 있다. 이렇게 하여 아주 커다란 괴로움의 무더기가 집기 한다.
여섯 가지 입처가 멸하면 곧 부딪침이 멸하고, 부딪침이 멸하면 곧 느낌이 멸하며, 느낌이 멸하면 곧 갈애가 멸하고, 갈애가 멸하면 곧 취함이 멸하며, 취함이 멸하면 곧 존재가 멸하고, 존재가 멸하면 곧 태어남이 멸하며, 태어남이 멸하면 곧 늙음 · 병듦 · 죽음 · 근심 · 슬픔 · 번민 · 고통이 멸한다. 이렇게 하여 아주 커다란 괴로움의 무더기가 멸한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