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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사 세월각洗月閣 · 척주당滌珠堂(사진=미디어붓다) 

질병과 늙음,

또한 죽음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그 있는 그대로의 진리를

사람들은 싫어한다.

내가 

있는 그대로의 존재를 미워한다면

그렇게 존재하는 나에게

옳은 일이 아니다. 

이와 같이 살면서

집착할 대상이 없는 가르침을 알아

젊음의 도취와 건강의 도취와

생명의 도취가 있는데,

모든 도취를 이기고 

여읨 가운데 안온을 발견하고

열반을 보면서 

나는 용맹하게 전진한다. 

감각적 욕망을 섬기는 건

결코 나에게 불가능한 일,

청정한 삶을 궁극으로 하는

나에게 퇴전이란 없으리.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속성은, 또는 본능은 병들어 신음하는 것과, 늙어가는 것과 죽음을 두려워하고 혐오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주된 목적이 결과적으로는 병들지 않고 건강한 것, 늙지 않고 언제나 젊음을 유지하는 것, 그리고 영생을 누리는 것에 수렴한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공중파 텔레비전을 켜면 늘 방영되는 것이 건강과 관련된 내용들이다. 의사와 약사 등 의료전문가들이 대거 등장하고, 심지어 건강을 위해 운동을 가르치는 운동전문가, 요가 전문가 등이 다수 출연한다. 

사람들이 늙지 않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과 관심 또한 엄청나게 뜨겁다. 종류를 다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화장품과 건강보조식품이 등장하는데, 그 목적은 늙지 않고 젊음을 유지하는 것이다. 동안이 선호의 대상이 되고 있고, 안티-에이징(Anti-aging), 즉 늙지 않는 것을 모토로 한 산업이 형성되었을 정도이니 그 열기가 얼마나 뜨거운지 짐작할 수 있다. 

죽지 않는 것에 대한 인류의 열망은 재삼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다. 어찌 보면 가르침을 중심으로 하는 불교나 유교 등을 제외한 세상의 모든 종교들은 영생이나 천국을 상정해 놓고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이 시는 <앙굿따라니까야> 3:39b ‘도취의 경(Madasutta)’에 등장한다. 부처님께서 어느 날 비구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하고 ‘도취’에 대해 설법한 후 읊으신 시이다. 도취(陶醉)란, 술에 거나하게 취해 있는 것처럼 어떠한 것에 마음이 쏠려 취하다시피 된 상태를 말한다. 도취에는 외적 대상뿐만 아니라 내적인 도취도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자기도취인데, 이것은 증상이 심할 경우 뾰족한 대책이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자기도취의 밑바탕에는 욕망이 도사리고 있다. 이런 욕망이 타인들의 주목과 관심, 갈채와 환호와 만나면 더 극성을 부리게 된다. 자기도취 성향이 강한 사람은 스스로 특별하다고 믿는 경향이 있고, 스스로를 드러내기 위해 말과 행동이 화려하고 소란스럽다. 자기도취는 결과적으로 욕망에서 발현되는 현상 중의 하나로 악업에 해당된다. 

부처님께서는 수행승들에게 도취에는 세 가지가 있다고 말씀하셨다. 젊음의 도취, 건강의 도취, 생명의 도취가 그것이다. 부처님께서는 배우지 못한 일반 사람, 즉 탐진치 삼독심에 휘둘리고 있는 범부들은 젊음의 도취, 건강의 도취, 생명의 도취로 인해 오만해진다고 설파하셨다. 이렇게 도취로 인해 오만해지면 몸으로 악행을 하게 되고, 말로써 악업을 짓게 되며, 정신적으로 악행을 하게 되어 몸이 파괴되어 죽은 뒤에 불행한 곳, 나쁜 곳, 타락한 곳, 지옥에 태어난다고 말씀하셨다. 

부처님께서는 <앙굿따라니까야> 3:39a ‘유복의 경(Sukhumālasutta)’에서 늙음, 질병, 죽음에 종속되는 것과 관련하여, 화려한 삶을 살았던 출가 이전의 유복했던 청년시절에 대해 설명하면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수행승들이여, (나는) 이와 같은 유복한 삶을 살면서도 이와 같이 생각했다. ‘참으로 배우지 못한 일반 사람들은 스스로 늙음에 종속되어 있으면서도 늙음에서 벗어날 줄 모르고, 자신을 빼놓고 남의 늙음을 보고 아파하고 부끄러워하고 싫어한다. 만약 나도 스스로 늙음에 종속되었으면서도 늙음에서 벗어날 줄 모르고, 남의 늙음을 보고 아파하고 부끄러워하고 싫어한다면, 그것은 나에게 옳지 않은 일이다. 수행승들이여, 나는 이와 같이 생각하자 청년시절의 젊음의 도취가 모두 사라졌다.”

부처님은 이어 질병, 죽음에 대해서도 이와 같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 시구 ‘있는 그대로의 진리’는 세상의 법칙을 말하는데, 여기에서는 늙음, 질병, 죽음이라는 피할 수 없는 현상을 의미한다. 

 - 시구 ‘집착의 대상이 없는 가르침’에서 집착 대상에는 네 가지가 있다. 주석에 따르면, 감각적 쾌락의 집착대상[愛取], 존재의 다발들의 집착대상[蘊取], 오염된 번뇌의 집착대상[煩惱取], 유위법적으로 조작된 집착대상[爲作取]이 있다. 

 - 시구 ‘모든 도취를 이기고’는 일체의 번뇌를 다 조복 받은 경지인 열반을 성취했다는 뜻이다. 

 - 시구 ‘여읨 가운데 안온’은 일체의 번뇌와 집착을 조복 받은 상태에서 오는 평온함, 즉 열반락(涅槃樂)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