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저수지 옆 동도사 (3) 

                                                      수원사람 김성채 객원기자

금당

대웅전의 뒤쪽을 깎아 가장 높은 터를 마련하고 법당을 지었습니다. 맞배지붕의 여섯 칸짜리 집이지만 기둥 간격이 좁은 작은 집입니다. 이렇게 작은 법당에 건 현판은 “금당(金堂)”, 금빛으로 빛나는 부처님을 모신 전각이라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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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금당이라는 명칭과는 다르게 창방 위쪽 화반과 화반 사이 고막이와 외벽 벽에도 부처님과 관련된 그림은 그려있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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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당 외벽 벽화
 

법당에 들어서면 후벽 중앙 연화좌에 항마촉지인을 취한 석가모니 불상이 봉안되어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불상을 중심으로 상하좌우와 측면 벽에 합장하거나, 경전을 품거나 읽는, 석장을 들거나 탑을 든, 설법을 펴는 등 제각각의 자세를 취한 많은 아라한님이 앉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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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어보지 않아도 천이백오십 명은커녕 오백 명도 안 돼 보이지만, 지금도 ‘우리 주위에 많은 아라한이 계시다’라는 믿음을 갖기는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리 생각하는 이유는 부처님께서 반열반에 드시기에 앞서, 몇몇 대아라한에게 ‘미륵부처님이 출현할 때까지 무상정법(無上正法)을 잘 보호하고, 시주자들이 큰 과보를 얻게 하라’고 부촉하신 때문입니다.

예부터 아라한 탱화와 아라한 형상은 웃고 찡그리고 화내고 타이르거나 설법하는 등의 꾸밈이 없는 인간적인 모습으로 조성하고 있습니다. 모든 번뇌를 끊어내고 타심통까지 지닌 아라한을 우스꽝스럽게 조성하는 것은 아라한께서 이 사바세계에서 중생들과 희로애락을 같이 하면서 보살펴 주신다는 것을 나타낸 것입니다. 또 그 보살핌에 중생들은 복전을 쌓고 있습니다.

대웅전

신라말에서 고려 초기에 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삼층석탑은 수몰된 곳에서 현재 위치로 옮겨진 것입니다. 석탑을 옮긴 거리가 이곳부터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으나, 여러 법당을 보면 차장업 거사와 그 뒤를 이은 주지 스님의 원력이 컸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대웅전을 마주하고서 대단하다는 생각을 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람의 몸이 엄청나게 크다고 하는 것은 곧 큰 몸이 아닌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지만, 눈으로 본 것은 모두 참이라 믿는 이 범부가 실제로 크고 장엄한 것을 어찌 ‘작고 보잘것없다’라고 말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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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도사 대웅전
 

대웅전은 복련의 연화문을 깊게 새긴 주춧돌 위에 세워졌습니다. 주춧돌 위에 세워진 기둥 네 주(柱)로 생겨난 정면 세 칸에 2분합 접어열개문 여섯 짝이 달렸습니다. 열개문 청판 아래쪽에는 연꽃과 모란을 그렸고, 위쪽은 활짝 핀 모란꽃을 새긴 꽃살 창문이어서 부처님께서 설법하실 때 하늘에서 내리는 꽃비를 보는 듯합니다. 어간 열개문은 하나의 널판에 붉은색, 푸른색, 흰색 모란과 연꽃을 꽂은 꽃병을 새겨서 꽃 공양을 올리는 마음을 나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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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 측벽과 후벽에 생겨난 각 칸에는 “도솔래의상”부터 “쌍림열반상”까지의 『팔상성도』를 그려, 부처님께서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여러 방편으로 쉼 없이 교화하셨음을 보여 줍니다. 또한 지붕을 떠받치는 창방부터 부연까지는 그 부재에 맞는 갖가지 단청을 화려하게 올렸고, 전후좌우 평방 위쪽 칸 칸의 포벽마다에 결가부좌한 부처님을 그렸는데, 이는 지금도 시방에 부처님이 계심을 보여 줍니다. 

석불좌상과 석조대좌

대웅전에는 많은 불보살을 봉안하였는데, 당연히 본존은 석불좌상의 석가여래부처님입니다. 석불좌상도 신라말부터 고려 초기에 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석조대좌와 함께 옮겨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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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은 석조대좌에 결가부좌 자세로 항마촉지인의 수인을 취하셨습니다. 법의는 대의가 왼쪽 팔 위 그리고 가슴을 덮는 승각기가 주름 잡힌 것 외에는 명확히 알아볼 수 없습니다.

석조불상은 불상을 제작할 때 기본적으로 나타내는 32상(相) 중, 나발과 그 위에 소복이 솟은 육계뿐입니다. 이상스럽고 신기한 것은 불상을 하얗게 칠했다는 것입니다. 흙 또는 목재나 철재로 불상을 빚어서 옻칠한 후 개금불사를 하는 일은 다반사지만, 석재로 빚은 불상에 하얗게 칠한 사례는 아직 본 적이 없습니다. 불상의 얼굴과 몸체에 이끼가 시커멓게 붙어서 나쁘게 보였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노천에서 노출된 1000년의 세월 동안 비바람에 풍화되어 부분부분 떨어져 나가자, 떨어져 나간 부분을 보강하고 칠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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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간의 백호가 메워져서 보이지 않는다든지, 손톱주름이 깊게 파였다거나 불신과 법의가 여기저기가 거칠거나 매끈하게 보이는 것은 백회나 석고 등으로 메우거나 덧칠을 한 때문입니다. 그런 후 ‘흰색으로 칠했다’라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어서, 현재의 석불이 제작 당시와 같은 모습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이것은 부처님의 온전한 모습을 불자들에게 보여줌으로써 더 깊은 존경의 마음을 갖게 하려는 배려였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부처님께서 육체의 죽음도 교화의 방편으로 삼으셨고, 세월이 흐르면 대천세계도 다 무너지고 큰 산과 바다도 닳아 없어진다는 구절도 생각나서 ‘꼭 감싸고 가려야 할 일인가’하는 의아심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대좌는 떨어져 나가고 닳아진 채, 세월이 주는 풍파를 받아내고 버텨왔음을 보여줍니다. 아래부터 대좌 받침, 하대석, 중대석, 상대석으로 올라서는 구조로 된 석조대좌는 각각 하나의 돌을 8각의 기본형으로 깎아냈습니다. 

대좌 받침은 뭉텅뭉텅 떨어져 나가기는 했어도, 테두리처럼 크게 파낸 안상의 중앙에는 정확히 무엇이라고 판단하기 곤란한 동물이 양각으로 새겨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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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대석은 마모된 부분을 석고로 보강한 듯하고, 

대좌 받침은 떼어지고 마모된 모습 그대로 남았습니다. 

하대석은 2중의 복련을 새겼고, 위쪽에는 중대석을 받치는 괴임을 만들었습니다. 8각 기둥 형상인 중대석에는 연화좌 위에 좌정해 합장의 자세를 취한 보살과 공양하는 자세를 취한 보살, 향로 등이 새겨졌습니다. 

상대석에는 2중의 앙련과 꽃받침을 새겼는데, 윗면이 넓은 형태여서 활짝 핀 연꽃이 연상되었습니다. 아래쪽은 중대석에 맞춘 받침을 만들었고, 윗면은 불상이 안정하게 놓이도록 편평하게 다듬어졌습니다. 하대석이 상대석보다 살짝 넓고, 중대석도 높이보다 넓이가 살짝 길어서 전체적으로 안정감이 들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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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당에서 보이는 법당 지붕과 저수지의 풍경이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동도사 법당은 새로 지은 것이지만, 석조불상과 석탑은 긴 세월 동안 많은 불자가 염원을 빈 간절함이 담겼고, 간절함이 이루어졌음을 보여주는 불교의 상징물입니다. 하나의 돌조각에 그치는 게 아니라 부처님의 가르침을 천 년이나 지켜온 거룩한 보물입니다. 

수원 인근에서는 이렇게 오랫동안 보존된 석조불상과 석조대좌 그리고 석탑과 석등은 볼 수 없습니다. 유다르게 동도사에서만 모두를 볼 수 있고, 그에 담긴 부처님의 가르침을 보고 느낄 수 있습니다. 꼭 방문해 보실 것을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