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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일암 법정스님 의자(사진=미디어붓다) 

이름은 늙지 않지만

몸은 늙어가네.

탐욕은 잘못된 길이고

탐착은 성품의 장애라네. 

애착 부르는 이성(異姓)은

순결한 삶의 티끌이고,

바른 고행과 청정한 삶이 

물이 필요 없는 목욕이네. 

여섯 가지 틈새 때문에 

마음이 바로 서지 못하니,

게으름과 방일과

나태와 방종. 

또한 둔감한 것과 혼미한 것이라는

여섯 가지 틈새를 

다 완전하게 없애야 하리. 

부처님의 하루 일과 중, 새벽 시간은 하늘사람들, 즉 천인들을 위한 설법을 하는 시간대였다. 하늘사람들은 한밤중인 새벽녘에 주위를 환하게 밝히면서 부처님이 머물고 있는 곳을 찾아와 예배하고 자신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물었다. 이렇게 부처님께서는 인간뿐만 아니라 하늘사람들을 제도하기 위해서도 법륜을 굴렸기에 인천의 스승(天人師)라고 불리게 된 것이다.  

어느 날, 하늘나라 사람들이 부처님을 찾아와 물었다. 

“무엇이 늙고 무엇이 늙지 않으며, 무엇을 잘못된 길이라고 하는가? 무엇이 성품의 장애이고, 무엇이 밤낮으로 부서지는 것이며, 무엇이 청정한 삶의 티끌인가? 무엇이 물이 필요 없는 목욕인가? 어떠한 틈새가 있어서 마음이 거기서 멈추지 못하는가?”

부처님은 하늘사람들의 이런 물음에 대해 시로써 답을 했는데, 이 번에 소개하는 시가 바로 그 대답이다. 

이 시는 <쌍윳따니까야> 제1장 하늘사람들의 쌍윳따 ‘끊어서의 품’에 속한 ‘늙지 않음의 경(s 1: 76, Najīratisutta)’에 나온다. 부처님은 이 시에서 탐욕, 탐착, 성향의 위험성을 몸이나 이성, 그리고 여섯 가지의 틈새 등을 통해 온전히 드러내주신다. 인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명이 길고 세속적 즐거움도 충만하여 게으르거나 나태해지기 쉬운 환경에 있는 하늘사람들에게 설한 시라는 점을 감안해 시를 읽으면 부처님께서 하늘사람들을 상대로 그들에게 적합한 대기설법을 하고 계신다는 점을 간파할 수 있다.    

- 시구 ‘몸은 늙어가네.’는 수명이 아무리 길어도 몸은 늙어가는 것이고,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하늘사람들에게 일깨우는 의미가 있다. 

-시어 ‘성품’은 크게 네 가지로 설명되는데, 말과 마음, 몸으로 죄를 짓지 않는 것과 믿음 있고 부드러우며 잘 베풀고 상냥한 것을 말한다. 

두 번째 연에서는 바르지 못한 길과 바른 길에 대한 설명을 담고 있다. 

- 시어 ‘이성’은 탐욕의 대상으로 가장 애착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을 상징한다. 이성을 향한 갈애와 같은 애착은 순결한 삶, 즉 청정한 몸과 마음을 성취하는 장애가 된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 시구 ‘물이 필요 없는 목욕’은 진실(sacca)과 원리(dhamma)로 청정질 수 있다는 뜻이다. 브라만 가운데 긴 머리를 묶은 결발행자들은 추운 겨울날, 물속에 들어가면 ‘악에 의한 오염으로부터 청정해진다.’는 그릇된 믿음을 갖고 있었는데, 이들의 잘못된 생각을 부처님은 감흥 어린 시로 바로잡아주신 적이 있었다. 이 시는 <우다나> ‘결발행자의 경’(Ud.6)에 등장한다.    

많은 사람이 그 속에서 목욕하는

그 물로 청정해지지 않는다.

진실과 원리가 있다면,

청정해지니, 그가 거룩한 님이다.”(Ud.6)

물로 청정해진다면 물고기는 오래전에 해탈했을 것이다. 그러나 부처님은 그렇지 않다고 하셨다. 왜 그렇지 않을까? 주석에 따르면 “목욕은 악의 근원의 반대(paṭipakkha)가 아니기 때문이다.”(UdA.76)

부처님은 진실(sacca)과 원리(dhamma)로 청정해진다고 가르치셨다. 악의 반대는 목욕이 아니라 진실과 원리라는 말이다. 그래서 부처님은 이 시에서 “바른 고행과 청정한 삶이 물이 필요 없는 목욕이네.”라고 읊으신 것이다. 결론적으로 물에 의한 청정은 없다.

- 시구 ‘여섯 가지 틈새’는 게으름과 방일, 나태와 방종, 그리고 둔감한 것과 혼미한 것을 의미한다. 열거한 여섯 가지 틈새를 가만히 살펴보면 살아가는 데 부족한 것이 없고, 수명이 길뿐만 아니라 고통보다는 즐거움이 훨씬 더 많은 하늘나라 천상계에 사는 하늘사람들에게 나타나기 쉬운 것들이다. 주석에 따르면, 부처님께서는 이 여섯 가지의 마음 상태가 착하고 건전한 것을 실천하여 공덕을 쌓을 기회를 주지 않기 때문에 틈새라고 한다고 말씀하셨다. 

특히 여섯 가지 틈새 가운데 ‘게으름’과 ‘방일’은 비슷해 보이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다. 방일함(pamāda)는 자신을 단속하는 것에서부터 수행주제를 놓치지 않는 상태, 즉 사띠를 또렷하게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게으름(ālasyā)은 예컨대 춥다거나 덥다거나 이르다거나 늦다거나 배고프다거나 배부르다거나 하는 따위의 온갖 핑계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게으름과 방일은 나태와 방종을 낳고, 나태와 방종은 둔감함과 혼미함을 부른다. 결국 무명, 어리석음에 떨어져 쓰라린 고통의 굴레인 끝없는 윤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과보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고통과 즐거움이 적절하게 섞여 있는 인간세가 열반을 성취해 윤회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적의 세계라고 강조하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