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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남산 탑곡 마애불상군(사진=미디어붓다) 

태어나고 생겨나고

함께 일어나고

만들어지고 형성되고

불안정하고

늙음과 죽음에 맞닥뜨리고

질병의 소굴이고

자양(滋養)의 안내로 생겨나는 것,

이런 것들 모두  

쉽게 파괴되는 것이니

결코 즐겁다고 할 수는 없네.

여기서 벗어남이 

적멸이니,

추론의 범위를 벗어나고

견고하고

태어남을 여의고

티끌을 여인 것이네.

그 자취는 

괴로운 것들의 사라짐이니,

사라짐이야말로 참 행복이네.

불교의 목적을 정의할 때, 이고득락(離苦得樂)이 자주 언급된다. 글자대로라면 고통을 떠나 즐거움을 얻는다는 것인데, 여기서 즐거움은 행복을 말하는 것이며, 불교에서 지향하는 궁극적 행복은 당연히 열반(涅槃)이다. 불교의 세계관에서 볼 때 삼계, 즉 욕계와 색계와 무색계는 공히 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고해에 해당한다. 불교에서의 행복은 바로 이 윤회의 굴레를 벗어난 경지, 열반의 성취로 귀결된다. 그러므로 불교에서, 특히 궁극의 행복을 논할 때, 세속적 행복과 혼돈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불교에서 세속적 행복을 거부하거나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불교에서 매우 중시하는 베푸는 삶, 건전한 삶은 기나긴 윤회에 여정에서 악처를 피해 선처에 태어나기 위한 결정적인 토대가 된다. 선처는 인간계나 천상계를 말하는데, 이곳은 나머지 네 악처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행복이 보장된다. 이런 행복은 세속적 행복의 범주에 속한다. 네 악처는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를 말한다. 

물론 인간계에서 누릴 수 있는 행복도 천차만별이다. 또한 인간계에서 누리는 행복은 천상계에서 누릴 수 있는 행복에 비교할 바가 되지 못한다. 천상계에서의 행복은 인간계에서 누리는 행복보다 훨씬 더 크고 오래 지속된다. 그러나 천상계에서의 행복도 불교에서 궁극의 목표로 삼는 열반락(涅槃樂), 즉 열반을 성취함으로써 얻어지는 행복과는 비교할 수 없다고 부처님께서는 가르치셨다. 그런데, 열반을 성취해서 윤회의 굴레로부터 벗어난다는 것은 다시 태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이상 끝도 없이 나고 죽는 고통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이것이 불교에서 말하는 해탈이다. 

이 시는 <쿳다까니까야>에 속한 <이띠붓따까-여시어경>의 제2장 둘모음의 제2품에 속한 ‘태어나지 않는 것의 경(Ajātasutta)’에 등장한다. 이 경은 한역경전에는 없다. 이 경의 내용은 부처님께서 수행승들에게 ‘태어나지 않고, 생겨나지 않고, 만들어지지 않고, 형성되지 않는 것’에 대해 설명하는 가르침이다. 열반의 경지에 대한 시라는 점에서 시가 내포하는 가르침을 쉽게 이해하기가 어렵기는 하다. 

시(詩)에서 부처님은 속제(俗諦, 세속)의 입장에서 태어나는 것, 생겨나고, 일어나고, 형성되는 것이라는 시어를 채택하고 있지만, 설법에서는 인과 조건의 결합을 의미하는 원인들의 조화에 의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태어나지 않는 것’이고, 원인 없이 나타나지 않거나 스스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생겨나지 않는 것’이고, 원인에 의해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설법하고 계신다. 또 태어나고 생겨나고 만들어지는 것을 본질로 하는 명색(名色) 등은 형성, 즉 발생된 것들인데, 발생되지 않는 것을 본질로 하는 열반을 보여주는 의미에서 ‘형성되지 않는 것’이라고 한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수행승들에게, ‘태어나지 않고, 생겨나지 않고, 만들어지지 않고, 형성되지 않는 것이 있다’고 전제하시고, 이런 것이 없다면 이런 것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에 대한 가르침이 설해지지 않는다고 말씀하신다. 그러나 이런 것이 있으므로 이런 것들로부터 여의는 것이 설해지는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여기서 태어나지 않는 것(不生), 생겨나지 않는 것(不有), 만들어지지 않는 것(不作), 형성되지 않는 것(無爲)은 표현은 조금씩 다르지만 서로 동의어이다. 

불생, 불유, 부작, 무위의 세계는 열반의 세계를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땅도 없고 물도 없고 불도 없고 바람도 없다. 그런데 모든 형성이 멈추고, 모든 집착과 갈애가 부수어지고 사라지고 소멸된 열반은 보기가 어렵다. 조건에 의지해서 형성되지 않는 것, 즉 무위는 탐욕이 소멸되고 성냄이 소멸되고 어리석음이 소멸된 것이다.  

- 시어 ‘자양’은 윤회로 이끄는 네 가지 식사를 의미한다. 이 몸을 내 것으로 보면 네 가지 식사(四食, āhāra)를 하게 된다. 이는 단식(段食), 촉식(觸食), 의사식(意思食), 식식(識食)으로 이른바 사식을 말한다. 거칠거나 미세한 물질의 자양분(단식)을 먹고, 접촉의 자양분(촉식)을 먹고, 의도의 자양분(의사식)을 먹고, 의식의 자양분(식식)을 먹는다. 사람은 밥만 먹고 살 수 없다. 놀랍게도 부처님은 촉식, 의사식, 식식도 있다고 했다. 사람은 끊임없이 즐길 거리를 찾기 때문인데, 이는 갈애를 의미한다.

빈부의 차이와 무관하게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즐기는 삶을 살아간다. 부자는 부자 나름대로 즐길 거리가 있고 가난한 자는 가난한 자 나름대로 즐길 거리가 있다. 어른이나 아이나 즐길 거리가 있다. 잠시도 가만있지 않는다. 끊임없이 즐길 거리를 찾는다. 끊임없이 즐길 거리를 찾는 것은 결과적으로 ‘미래 존재’를 불러온다. 갈애에 따른 것이다. 그래서 “쾌락과 탐욕을 갖추고 여기저기에 환희하며 미래의 존재를 일으키는 갈애”(S56.11)라고 했다. 그러므로 네 가지 식사를 하면 윤회의 원인이 된다. 네 가지 식사는 윤회의 자양분이다. 물질의 자양분은 오욕락에 대한 것이고, 접촉의 자양분은 세 가지 느낌에 대한 것이고, 의도의 자양분은 세 가지 갈애에 대한 것이고, 의식의 자양분은 명색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 시어 ‘적멸’은 ‘모든 번뇌가 고요하고 평온하게 사라졌다’는 의미이다. 적멸은 따라서 열반과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 시어 ‘티끌’은 기본적으로 번뇌, 즉 탐진치 삼독심을 의미한다. 티끌의 의미는 경우에 따라 확대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삼가야 하는 것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부처님은 여러 설법에서 티끌을 비유로 들고 계신다. <법구경- 담마파다> ‘티끌의 품’에서 부처님은 티끌과 관련하여 이렇게 말씀하고 계신다.   

그대는 자신을 섬으로 만들어라.

서둘러 정진하여 현명한 님이 돼라.

티끌을 날려버리고 허물이 없으면,

태어남과 늙음에 다시 떨어지지 않으리.

현명한 자라면 점차로

순간순간 조금씩 조금씩

대장장이가 녹을 없애듯,

자신의 티끌을 없애야 하리.

쇠로부터 생겨난 녹은

자신에게서 나와 자신을 삼킨다.

이와 같이 죄 많은 자를

스스로 지은 업이 악한 곳으로 이끈다.

경구는 외우지 않음이 티끌이요

집은 보살피지 않음이 티끌이다.

용모는 가꾸지 않음이 티끌이고,

수호자에게는 방일이 티끌이다.

정숙하지 않음은 여인의 티끌이고

인색한 것은 보시자의 티끌이다.

그리고 악한 것들이야말로

이 세상과 저 세상의 티끌이다.

그 모든 티끌보다 더욱 더러운 것,

최악의 티끌은 무명이다.

이러한 티끌을 버리고

수행승들이여, 티끌을 여의어라.

- 시어 ‘사라짐’은 일어남과 태어남이 사라졌다는 의미이다. 발생의 사라짐, 즉 형성의 지멸은 곧 열반의 성취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