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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복사지 석조보살좌상(사진=미디어붓다)
 

세상에 

배우는 님과

배움을 마친 님은

보시하는 님들의 

보시를 받을만하네.

신체적으로나 

언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올바른 님들, 

그들에게 보시하면

반드시 크나큰 과보가 있으니,

그들은 

보시하는 님들에게 

공덕의 밭이네. 

불교에 입문하기 전, 무학대사와 관련한 이야기를 들었을때 ‘무학(無學)? 그분 참 무식했나보다. 하필이면 무학이라는 호(號)를 얻으셨을까!’라는, 지금 와 생각하면 참 부끄러운 선입견을 가진 적이 있었다. 불교 입문 초기에는, 고려 말~조선 초 지공(指空)에서 나옹(懶翁)으로 이어지는 법맥을 전해 받아 그분들과 함께 여말 삼화상(三和尙)으로 일컬어진 분에게 어째서 무학이라는 이름이 지어졌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다. 무학에 깃든 어마어마한 의미를 알기 전까지는, 어려서부터 총기가 뛰어나 배움에 있어 그를 앞서는 사람이 없었다는 기록이 전하는 것을 볼 때 무학에는 어떤 깊은 뜻이 숨겨져 있겠지, 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무학에 깃든 깊은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게 된 것은 불교전문 기자 생활을 하면서, 좀 더 깊이 불교공부를 하면서부터였다. 

유학(有學)은 아직 배울 것이 있는 현자(賢者)를 가리키고, 무학(無學)은 다시는 배울 것이 없는 성자(聖者)를 가리킨다. 결론적으로 유학은 현자, 무학은 성자를 말한다. 사실 공양을 받을 자격이 있는 자는 유학자와 무학자뿐이다. 불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공양을 올릴만한 가치가 있는 대상은 성자이거나 성자가 되고자 하는 길을 가는 분이다. 물론 유학과 무학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공양을 올릴 수 있다. 다만 성자와 범부에게 보시를 했을 때, 각각의 보시에 대한 과보에 큰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와 관련하여 <앙굿따라니까야> 6:4 ‘공양 받을만한 님의 경’에 이런 가르침이 있다. 

“수행승들이여, 이와 같은 여섯 가지 원리를 갖춘 수행승은 공양 받을 만하고 대접받을 만하고 선물받을 만하고 존경받을 만하고 세상에서 위없는 공덕의 밭이다. 여섯 가지란 무엇인가? 수행승들이여, 믿음의 능력, 정진의 능력, 새김의 능력, 집중의 능력, 지혜의 능력으로 번뇌를 부수고, 번뇌 없이 마음에 의한 해탈과 지혜에 의한 해탈을 현세에서 스스로 곧바로 알고 깨달아 성취하는 것이다.”

공부를 하는 과정에 있으므로, 더 공부할 것이 남아 있기에 유학이다. 그러면 무엇을 공부하는가? 높은 계를 공부하고, 높은 마음을 공부하고, 높은 반야를 공부한다. 간단히 정의한다면 유학은 싸띠(알아차림)를 완전하게 확립한 단계가 아니라 부분적으로 확립한 단계에 해당한다. 같은 이유로 공부를 다 해 마쳐 더 공부할 것이 없으므로 무학이다. 몸과 느낌과 마음과 법[신수심법 사념처]에 대한 네 가지 사띠의 확립을 완전하게 닦았기 때문에 무학이다. 

공양 받을 만한 님은 안이비설신의 여섯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오는 대상에 대해 기뻐하거나 우울하거나 하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며 싸띠를 놓치지 않는다. 불자들이라면 아마도 자주 들어 보았을 “여여(如如)한 삶”이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누군가로부터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여여하게 산다.’라는 대답을 할 수 있다면, 그보다 값지고 멋진 삶은 없을 것이다. 이는 곧 성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 시는 <앙굿따라니까야> 2:34 ‘보시를 받을 만한 사람의 경(Dakkhiṇeyyasutta)’에 나오는 부처님의 시이다. 이 시는 장자 아나따삔디까[수닷따]가 부처님이 계신 곳을 찾아가 인사를 올리고 안부를 주고받은 후, ‘세존이시여, 누가 세상에 보시를 받을 만한 사람이며, 어떻게 보시해야 합니까?’라는 질문을 했고, 부처님께서 ‘두 사람 즉 배우는 님과 배움을 마친 님은 보시를 받을 만하며, 이러한 두 사람에게 보시를 해야 한다.’라고 답한 후 읊은 시이다. 

- 시구 ‘배우는 님과 / 배움을 마친 님’은 앞서 설명한 유학과 무학을 의미한다. 보시를 받을 만한 자격을 갖춘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또 그런 자격을 갖춘 분이 얼마나 위대한 분인지를 알게 하는 내용이다. 일체시일체처(一切時一切處), 즉 행주좌와어묵동정(行住坐臥語默動靜)에서 싸띠를 완전하게 확립했거나,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부분적으로 싸띠를 확립했고 완전한 확립을 위해 정진하는 이를 말하는 것이니, 자격을 갖추지 못한 자가 공양을 받는 것은 곧 큰 악업을 짓는 것이라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고 하겠다. 

- 시구 ‘신체적으로나 / 언어적으로나 / 정신적으로나’에도 아주 깊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담마파다- 법구경>에 ‘모든 죄악은 짓지 말고 모든 선은 받들어 행하여 자신의 마음을 깨끗이 하는 것이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이다(諸惡莫作 衆선봉행 자정기의 시제불교)’라는, 그러니까 ‘불법의 대의’라고 자주 일컬어지는 가르침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하지 말아야 할 것과 해야 할 것에 대해 잘 표현하고 있는 이 가르침의 첫 번째 행 ‘모든 죄악은 짓지 말고’는 율장을 대변하고, 두 번째 행 ‘모든 선을 받들어 행하여’는 경장을 대변하고, 세 번째 행 ‘자신의 마음을 깨끗이 하는 것’은 논장을 대변한다고 한다. 이 심오한 가르침을 이 시구에서는 ‘신체적으로나, 언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라는 간단한 시어로 정리하고 있다. 

- 시구 ‘올바른 님들, / 그들에게 보시하면 / 반드시 크나큰 과보가 있으니,’는 누구에게 보시를 하느냐에 따라 그 공덕에도 차이가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담마파다- 법구경>에 ‘백 년에 걸쳐 매달마다 / 범부에게 일천 냥을 주는 것보다 / 신에게 백 년 동안 제사 지내는 것보다 / 일념으로 마음 집중을 수행하는 수행승을 찾아가 / 잠깐 동안 존경의 예를 표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가르침을 떠올리게 한다.        

- 시구 ‘공덕의 밭이네’는 한역에서 복전(福田)으로 번역된다. 물론 공덕과 복덕에도 차이가 있지만, 여기서는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었다. 같은 내용의 보시물이라고 해도, 그 보시물을 받는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공덕은 다를 수밖에 없다. 범죄자에게 보시하면, 범죄를 늘릴 뿐이지만. 선한 자에게 보시하면 더 큰 선함이 세상에 번져나갈 것이다. 하물며 인천의 스승이 될 길을 걷고 있는 수행자에게 보시하는 것이랴. 탐욕과 성냄과 망상과 갈애로 가득 찬 사람에게 보시하면 잡초가 밭을 망치듯 세상에 해로움을 끼친다. 반면 탐욕을 여의고, 성냄이 없고, 망상을 제어하고, 갈애가 없는 사람에게 보시하면 큰 이로움을 얻는다. 거친 토지에 아무리 많은 분량의 씨앗을 뿌려도 그 산출량은 하찮을 수밖에 없다. 반변 비옥한 토지, 즉 일정한 주기로 비가 내리는 토지에 씨앗을 뿌리면 곡식의 산출량은 만족할 정도가 된다. 이와 같이 공덕이 있고 잘 안정되어 있는 성자에게 보시하면 그로부터 발생하는 공덕은 거대하고 풍족할 수밖에 없다. 

복밭에도 옥토(沃土)와 박토(薄土)가 있다. 모름지기 지혜로운 불자라면, 아누룻다 존자에게 한 끼의 밥을 공양 올린 공덕으로 도솔천의 천신으로 태어난 인다까 천신의 길을 걸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