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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사 불일암(사진=미디어붓다) 

꽃향기는 

바람을 거스르지 못하네,

전단향도 따가라향도 

말리까향도

그러나 참사람의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가니,

그 향기는

모든 방향으로 퍼져나가네.

꽃과 향기는 흔히 잘 어울리는 한 쌍으로 여겨진다. 사람들은 아름다운 꽃에 아름다운 향기가 있다고 여긴다. 그러나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어떤 꽃은 아름답지만 향기는 고약하거나 미약하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 찬란하고 아름답더라도 향기가 없는 꽃에는 빠리밧다까, 기리깐나까, 자야쑤마나 등이 있다고 주석서는 전한다. 부처님은 이런 꽃과 향기의 예를 들어 수행자들에게 가르침의 실천, 특히 계행의 실천의 중요성을 설하시곤 했다. 꽃에 비유하는 것만큼 대중들에게 정확하게 당신의 뜻을 전하는 것은 없다고 여기셨던 것 같다. 

‘어떤 꽃은 찬란하고 아름답더라도 / 향기가 없듯, // 말이 잘 설해져도 실천이 없으면 / 열매가 없다.’는 법구경의 게송에서 보듯 부처님께서는 잘 설해진 가르침을 향기로운 꽃에 비유하고 계신다. 향기 없는 꽃의 향기가 그것을 두른 몸에 퍼지지 못하는 것처럼, 잘 설해진 가르침이라도 실천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여법한 삶의 향기를 퍼뜨릴 수 없고, 결실도 없다는 가르침이다. 

우리 주변을 자세히 살펴보면 겉치레는 화려하고 근사해도 속내는 구리고 고약한 이가 적지 않음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가 있다. 부처님께서는 늘 좋은 벗, 좋은 스승과 가까이하라고 강조하셨다. 그러나 좋은 사람을 알아보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표리부동(表裏不同)한 사람, 교언영색(巧言令色)을 일삼는 사람을 구별해 내는 것처럼 애매하고 헷갈리는 경우도 드물다. 상당한 수준의 안목과 지혜가 갖춰져 있지 않다면 선우(善友)를 찾아내는 것은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부처님은 이런 사람을 가려내는 기준으로 어떤 것을 제시하셨을까? 시어와 시구를 살펴보면서 그 답을 찾아보기로 하자. 

이번에 소개하는 부처님의 시는 <법구경 담마파다> ‘꽃의 품’의 11번째 게송이다. 꽃의 품에는 꽃과 향기에 관련한 시가 16편에 이른다. 거의 모든 시에서 훌륭한 분, 좋은 분, 가까이하면서 가르침을 받을만한 분을 가까이하라고 권하는 내용들이다. 특히 11번째 시는 시적 에스프리(Esprit)가 가장 돋보여, 늘 암송을 해도 좋을 시인 듯싶다. 

시구 ‘꽃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가지 못하네.’는 도리천에 있다는 거대한 빠릿찻따까 나무를 들어 읊은 내용이다. 빠릿찻따까 나무는 그 길이와 넓이가 100요자나에 이르고, 꽃송이는 50요자나에 걸쳐 피어나며, 그 향기는 100요자나를 퍼져나가되, 오직 바람을 타고 퍼져나갈 수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해 바람을 거슬러서는 단 몇 센티미터도 향기가 퍼져나가지 못하는 나무이다. 부처님께서는 여기에 착안하여 ‘꽃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퍼져나가지 못한다’고 노래한 것이다. 

시구 ‘전단향도 따가라향도 / 말리까향도’는 부처님 재세 시 고귀한 향으로 평가받던 것들을 열거한 내용이다 전단향은 특히 향기가 좋은 적단향을 말하고, 따가라향은 목향수(木香樹)의 향기를 말한다. 말리까햐은 일종의 재스민나무의 향이다. 이런 모든 훌륭하고 귀한 향들도 바람을 따라 퍼져나갈 수 있을 뿐, 바람을 거스르지는 못한다. 

시어 ‘참사람의 향기’는 참사람, 즉 부처님과 연각불과 부처님의 제자들의 덕행에서 비롯된 향기를 말한다. 참사람은 모든 향향을 덕행의 향기로 채운다고 한다. 그러므로 참사람의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간다고 말하는 것이다. 

담마빠다 주석서에 따르면, 사실 이 시가 설해진 데는 관련된 인연담이 있다. 어느 날 아난다 존자가 좌선을 하다가 ‘세존께서 나무심의 향기, 뿌리의 향기, 꽃의 향기의 세 가지 최상의 향기에 관하여 말씀하셨는데, 그것들은 바람을 따라 퍼지는 향기이다. 바람을 거슬러 퍼지는 향기가 아니다. 바람을 거슬러 가는 향기가 있을까?’라고 생각했다. 아난다 존자는 의문을 풀기 위해 부처님을 찾아뵙고 물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아난다여, 향기에는 바람을 따르는 향기도 있고, 바람을 거슬러 가는 향기도 있다.’고 말씀하셨다. 아난다 존자가 다시 그 의미를 묻자 부처님께서 좀 더 자세히 설명을 해주셨다. 

“아난다여, 이 세상의 어느 마을이나 시장에서든지 어떤 사람이라도 남자든 여자든 깨달은 님에게 귀의하고, 부처님의 상가(참모임)에 귀의하고, 살아 있는 생명을 죽이는 것을 삼가고, 주지 않는 것을 빼앗는 것을 삼가고, 거짓말을 하는 것을 삼가고, 곡주나 과일주 등의 취기 있는 것을 마시는 것을 삼가고, 계행을 지키고, 인색의 때를 벗어버리고 올바른 가장의 삶을 살고, 관대하고, 베풀고, 아낌이 없고, 베푸는 것을 기뻐하고, 청원에 응하고, 공양을 베푸는 것을 기뻐하면 모든 수행자와 성직자의 세계에서 그를 칭찬한다. 그와 같은 참사람의 덕행을 두고 그 향기가 바람을 따르기도 하고, 바람을 거슬러 가기도 하는 것이다.”

이렇게 설명을 마친 부처님께서 그 내용을 다시 한 편의 시로 정리한 것이 11번째, 즉 이번에 소개한 시인 것이다. 

세상에 좋고, 값비싸고, 고귀한 향기가 많이 있겠지만, 그 여러 가지 향기 가운데 계행의 향기가 가장 최상의 향기라는 가르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