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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막사 칠보전(사진=미디어붓다) 

나는 

모든 것에서 승리한자,

모든 것을 아는 자.

모든 상태에 오염되지 않으니

일체를 버리고 갈애를 부수어

해탈을 이루었네. 

스스로 알았으니

누구를 스승이라 하겠는가.

나에게는 스승도 없고

그와 유사한 것도 없고

하늘과 인간의 세계에서 

견줄만한 이 없네.

나는 참으로 

세상에서 거룩한 님.

위없는 스승이고,

유일한,

올바로 원만히 깨달은 자로서

청량한 적멸을 얻었네.

진리의 수레바퀴를 굴리기 위하여

까시성으로 가네,

눈 먼 세계에서 

불사(不死)의 북을 두드리러.

부처님은 보드가야의 보리수 아래에서 대각을 성취한 후, 중생들을 대상으로 당신이 깨달은 진리를 전할 것인지, 포기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하셨다. 부처님은 당신 스스로 증득한 진리가 심원하고, 보기 어렵고, 깨닫기 어렵고, 고요하고, 탁월하고, 사고의 영역을 뛰어넘고, 극히 미묘하여 슬기로운 자들에게만 알려지는, 즉 세속을 뛰어넘은 진리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기에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사람들의 속성은 경향을 즐기고, 경향을 기뻐하고, 경향에 만족하니 이런 사람들이 조건적 발생의 법칙인 연기를 보기 어렵다는 점을 잘 간파하고 있었다. 부처님은 이런 생각으로 고민하면서 다음과 같은 시를 떠올렸다. 이 시는 <맛지마니까야> 1-3 비유법의 품 ‘고귀한 구함의 경(Ariyapariyesanāsutta)’에 실려 있는데, 당시 부처님의 고심을 잘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참으로 힘들게 성취한 진리를

왜 내가 지금 설해야 하나.

탐욕과 미움에 사로잡힌 자들은

이 진리를 잘 이해하기 힘드네.

흐름을 거슬러가 오묘하며

심오하고 미세한 진리는 보기 어렵네.

어둠의 무리에 뒤덮인

탐욕에 물든 자들은 보지 못하네.

                             - 전재성 옮김

이 시에서 보듯, 부처님은 대각을 이룬 직후에는 설법을 주저하고 망설였다. 그 이유는 심오한 가르침을 알아들을 이가 거의 없을 것이고, 오히려 그들에게 또 하나의 번민을 제공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염려였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런 부처님의 망설임조차 기본적으로 중생을 향한 연민과 자애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불전에 따르면, 부처님은 범천 싸함빠띠의 거듭된 요청을 받고는 망설임을 접고 진리를 전하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부처님의 전법 결심의 배경이 반드시 범천 싸함빠띠의 권청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부처님은 출가를 단행할 당시, 아내 야소다라와 부왕 숫도다나에게 자신의 출가가 자신만의 해탈이 아닌 모든 중생들이 이고득락의 길을 찾기 위함이라는 점을 수차 강조했던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전법 결심을 한 부처님은 가장 먼저 법을 전하고자 했던 옛 스승 알라라 깔라마와 웃다까 라마뿟따를 떠올렸으나 그들이 이미 세상을 떠났음을 알고는 함께 고행수행을 했던 다섯 수행승을 첫 전법의 대상자로 정했다. 그리고는 그들이 수행하고 있는 이시빠따나로 가기 위해 바라나씨를 향해 출발했다. 이때까지 다섯 고행자들은 아직 부처님의 제자가 아니었음에도 경전에서는 다섯 고행자를 수행자가 아닌 수행승으로 표기하고 있어 흥미롭다. 

부처님은 전법을 위해 바라나씨로 향하는 길을 걸어가던 도중에 마주친 사명외도(邪命外道) 우빠까(Upaka)로부터 ‘그대의 감관은 맑고 피부색은 청장하다. 벗이여, 그대는 누구에게 출가하였으며, 그대의 스승은 누구인가? 누구의 가르침을 즐겨 배우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위의 시를 읊으신 것이다. 막 깨달음을 이룬 때이고, 전법을 결심한 직후여서 그런지 부처님의 이 시는 당당함과 자신감을 물씬 풍기고 있다. 그러므로 이 시는 부처님께서 대각을 성취한 후 읊으신 오도송에 이어 두 번째의 시가 되는 셈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빠까는 부처님의 시를 듣고도 위대한 승리자 부처님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채 ‘벗이여, 그럴지도 모르지.’라고 말하고는 머리를 흔들며 샛길로 사라져버렸다. 부처님의 첫 제자가 될 수도 있던 기회를 안목의 부족으로 스스로 놓쳐버린 것이다. 그 후에 우빠까는 사냥꾼의 딸인 짜빠(Capa)를 만났는데, 서로 걷잡을 수 없는 사랑에 빠져 결혼했다. 그러나 영원히 행복할 것 같았던 결혼생활이 오래지 않아 불행의 나락으로 빠지자 다시 부처님을 찾아갔다. 부처님의 승단에 들어온 우빠까는 열심히 수행 정진한 끝에 돌아오지 않는 경지(불래과, 아나함과)를 얻었다. 

이 시의 마지막 시구에 등장하는 ‘불사(不死)의 북’은 ‘감로(甘露)의 북’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