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보기
무상사 대웅전(사진=미디어붓다)

잘못된 길이라 불리는 것은 

탐욕

밤낮으로 사라지는 것은

젊음

순결한 삶의 티끌은

사람들이 애착하는 이성(異性)

물이 필요 없는 목욕은

바른 고행과 청정한 삶

최근 우리나라 대학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는다.’는 뜻을 가진 견리망의(見利忘義)를 택했다. 견리망의란 눈앞의 이익에 사로잡혀 소중한 의리를 저버려 결국은 크게 손해를 보거나 후회하게 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는 <논어(論語)> 헌문편(憲問篇)에 등장하는 ‘이익을 보면 의로움을 생각하라’는 뜻의 ‘견리사의(見利思義)’의 반대 개념이다. <논어>에서는 공자의 제자인 자로가 공자에게 성인에 대해 묻자 공자가 ‘이익을 눈앞에 두었을 때 옳음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성인’이라 답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견리망의’는 <장자(莊子)> 산목편(山木篇)에 나오는 말로, 장자가 조릉(雕陵)의 정원에 갔다가 얻은 깨달음에서 나온 말이다. 어느 날 조릉의 정원으로 사냥을 간 장자는 까치 한 마리를 발견하고 활을 쏘려 하는데, 까치는 이상하게도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이 까치는 사마귀를 노리고 있었고 사마귀는 사마귀대로 나무 그늘에 있는 매미를 노리고 있었다. 즉, 모두들 당장 눈앞의 이익에만 마음을 뺏겨 자신이 처함 위험을 몰랐고, 이를 본 장자는 그 순간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런데 그때 정원관리인이 다가와 이 정원에 함부로 들어와서는 안 된다며 장자를 책망했고, 장자 역시 눈앞의 이익 때문에 자신의 처지를 깨닫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므로 견리망의는 사사로운 이익이 눈앞에 있을 때, 그것이 의리에 어긋나는 일이 아닌지 생각하지 못하는 옳지 못한 삶의 태도를 말한다. 보도에 따르면, ‘견리망의’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한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중어중문학과)가 작금의 우리 사회가 견리망의 현상으로 난무해 있으며, 마치 구성원 전체가 각자도생의 싸움판이 된 것 같다는 진단으로 견리망의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했다. 김 교수는 정치란 본래 국민들을 바르게 다스려 이끄는 것인데 특히 오늘날 우리나라의 정치인은 바르게 이끌기보다 자신이 속한 편의 이익을 더 생각하는 것 같다며 추천 이유를 설명했다. 김 교수는 개인 생활에서도 분양사기, 전세사기, 보이스피싱 등 사회가 견리망의의 전시장이 된 느낌이라며, 그 예로 교육에서도 내 아이 편익을 위해 다른 아이나 선생님의 피해를 당연시하는 사건이 많이 보도됐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눈앞의 이익에 눈이 팔렸다는 것은, 이미 그 마음이 탐욕의 지배를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음이 탐욕에 이끌렸다면 이미 잘못된 길로 접어든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쌍윳따니까야> 1:58 ‘잘못된 길의 경(Uppathasutta)’에서 잘못된 길로 접어든 것과 관련된 시를 읊으신 바 있다. 이 시는 하늘사람[천인]이 부처님을 찾아와 ‘무엇이 잘못된 길이라 불리고, 무엇이 밤낮으로 사라지며, 무엇이 순결한 삶의 티끌이고, 무엇이 물이 필요 없는 목욕인가?’라고 물은 데 대한 답변으로 제시된 게송이다. 

시구 ‘잘못된 길이라고 불리는 것은 / 탐욕’은 탐욕이 각자를 잘못된 길로 이끌어가는 요인이라는 것을 설명한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그의 저명한 저서 <월든>에서 인간의 탐욕이 얼마나 사람들을 괴롭게 하고 비천하게 만드는지를 설명한다. 

“탐욕과 이기심 때문에, 그리고 우리 가운데 누구도 자유롭지 못한 습관, 즉 땅을 재산 또는 재산 획득의 수단으로 보는 천박한 습관 때문에 풍경이 훼손되고, 농사는 품위를 잃고, 농부는 가장 비천한 삶을 살고 있다. 농부는 자연을 알고 있지만 약탈자로서 알고 있을 뿐이다.” - ‘콩밭’ 편 중에서 인용

탐진치 삼독심 가운데 하나인 탐욕은 필연적으로 어리석음을 수반하고, 그 어리석음으로 인해 분노를 일으키고, 또 더 큰 어리석음을 부르는 악업의 굴레이자, 윤회의 고통에서 방황하게 하는 요인이기에 부처님께서는 잘못된 길이라고 불리는 것을 탐욕이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시구 ‘밤낮으로 사라지는 것은 / 젊음’은 노소남녀를 막론하고 끝없이 추구하고자 하는 이른바 ‘안티 에이징(Anti-aging)’, 늙지 않는 것에 대한 욕망이 얼마나 부질없는 행위인가를 설파한 가르침이다. 성형을 하고, ‘항산화’의 기능이 있다는 제품을 아무리 사용한다고 해도 노화는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진행되는 이치를 설파한 것이다. 

시구 ‘순결한 삶의 티끌은 / 사람들이 애착하는 이성(異性)’은 우리의 삶에서 이성에 대한 본능적이 끌림이 주는 위험을 적시한 것이다. 여기서 순결한 삶이란, 특히 브라만들의 네 가지 수행시기에서 첫 번째에 해당하는 범행기(梵行期), 즉 학생으로서 공부하는 시기에 해당한다. 범행이란 맑고 깨끗한 행실을 말한다. 

시구 ‘물이 필요 없는 목욕은 / 바른 고행과 청정한 삶’은 감관을 제어하는 삶의 가치를 표현한 것이다. 감관을 제어한다는 것은 여섯 가지 감각기관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을 말한다. 눈, 귀, 코, 혀, 몸, 마음을 통해 인식되는 대상, 즉 색·성·향·미·촉·법(色聲香味觸法)을 잘 통제하고 관리한다는 의미이다. 바른 고행이란 단식 등 극단적인 고행은 번뇌를 제거시키지 못하므로 극단적 고행처럼 잘못된 고행을 제외한 고행, 즉 감각능력의 제어, 두타행, 정진 등의 올곧은 수행을 일컫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