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과 향기를 지닌 꽃을 

꿀벌이 

건드리지 않고

오직 꿀만 따서 나르듯

성자는 

마을을 유행해야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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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월사(사진=미디어붓다)

안타깝게도 요즈음은 찾아보기가 어려워졌지만 수 십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의 고승들은 시은(施恩), 즉 시주의 은혜를 바위처럼 무겁게 받아들였다. 쌀 한 톨, 돈 한 푼도 허투루 대하는 법이 없었다. 출가자들은 재가자들로부터 시주를 얻고, 재가자들은 출가자들로부터 불법을 배우는 이상적인 관계가 그런대로 이어졌다. 설사 재가자들의 시주가 부족하더라도 시주를 요구하거나 재촉하는 일은 없었다. 적어도 오늘날처럼 재가자를 대하는 태도가 빈부를 기준으로 차별하는 일은 없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불사를 벌여 재가자들에게 시주를 압박하는 일도 없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우리나라의 시주와 보시 형태는 크게 변했다. 국고보조금이나 입장료 수입 등으로 재가자의 시주에 의지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도 한 원인으로 보인다. 급기야 조 단위 재산을 가진 재벌급 출가자가 등장했다는 믿기지 않는 이야기도 들린다. 최근 대학생 포교를 위한 기금을 모집하는 행사에서 수십억 또는 억대의 출연금을 쾌척(?)하거나 약정한 출가자들의 명단이 당당하게 보도되기도 했다. 부처님 재세 시와는 시대와 환경이 크게 바뀌었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나, 근본정신까지 훼손하고 있으니 참담하고 딱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에 소개하는 시는 <담마파다-법구경> ‘꽃의 품’의 여섯 번째 게송으로, 마을에서 유행하는 수행자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부처님께서 제자들에게 알려주는 내용이다. 주석서에 따르면, 벌들은 꽃밭을 돌아다니면서 꽃과 그 색깔이나 향기를 파괴하지 않는다. 벌들은 꽃에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필요한 만큼의 화밀(花蜜)을 빨아먹고 꿀을 만들기 위해 조금 더 취할 뿐이다. 그러고는 숲속 깊이 들어가 꽃가루가 묻은 화밀을 깊숙이 숨겨진 벌집에 저장하고, 화밀은 곧 꿀로 변한다. 그렇더라도 꽃밭에 있는 꽃들이나, 꽃들의 색깔이나 향기는 변하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모든 것은 자연적 상태로 남아 있는 것이다. 

부처님 재세 시 수행자들은 매일 마을로 들어가 집집마다 탁발하며 다녔다. 수행자들이 탁발을 위해 마을을 돌아다닌다고 해도 마을의 각 가정들의 믿음이 적어진다거나 부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마을에 사는 재가자들의 믿음과 부는 평상시처럼 그대로 유지된다. 음식을 얻은 수행자들은 마을을 떠나 물을 구하기 쉬운 마을 밖의 한 장소를 정해 가사를 놓고 그 위에 앉아 음식을 바라본다. 그들은 음식을 차축을 돌게 하는 윤활유나 상처를 치유하는 붕대라고 생각하며 바라본다. 음식을 먹는 목적을 상기하는 것이다. 또한 그들은 음식을 보며 ‘아들의 고기’를 떠올린다. 이는 음식의 비통함을 상기하는 것이다. ‘아들의 고기’는 거칠거나 미세한 물질적 자양분을 부처님께서 아들의 고기에 비유한 것이다. 이와 관련한 법문이 <쌍윳따니까야> ‘아들의 고기에 대한 경(Puttamaṁsasutta)’에 나온다. 요컨대 어린 아들을 데리고 황야를 걷던 부부가 양식이 다 떨어져 온 가족이 몰살될 위기에 처하자, 고심 끝에 귀한 아들을 죽여서 말린 고기나 꼬챙이에 꿴 고기를 만들어 아들의 고기를 먹으면서 ‘외아들아, 어디에 있니? 외아들아, 어디에 있니?’라고 가슴을 후비는 고통과 슬픔을 겪듯이, 모름지기 수행자들은 음식을 먹으면서 물질적 자양분에 대하여 비통하고 결연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부처님께서 제자들에게 이 시를 설한 배경은 사왓티 시의 인색했던 부호 맛차리꼬씨야()Maccharikosiya)를 목갈라나 존자를 시켜 바르게 교화토록 했던 일이다. 풀잎 끝에 매달린 이슬크기의 기름 한 방울도 남에게 주지 않았고 자신도 쓰지 않았던 수전노 맛차리꼬씨야에게 보시의 중요성과 공덕을 알려줌으로써 그에게 공덕을 지을 기회를 제공하고 나아가 성스러운 길로 이끌기 위한 부처님의 대자비심과 대연민심이 이 시를 읊은 배경인 것이다. ‘신통제일’ 목갈라나는 자신의 신통력을 적절하게 활용해 마침내 맛차리꼬씨야에게 보시행을 이행하도록 유도했고, 보시의 공덕이 얼마나 크고 감동적인 것인지를 알려주었다. 마침내 마음을 연 맛차리꼬씨야는 부처님과 그 제자들이 머물며 수행하던 수행처 제따 숲을 찾아와 케이크 공양을 올렸고 부처님은 감사의 설법을 하셨다. 부처님의 설법을 들은 맛차리꼬씨야와 그의 아내는 법문이 끝나자 곧 흐름에 든 경지, 즉 수다원이 되었다. 그 뒤 이들은 부처님의 상가에 큰 보시를 했다. 이런 일이 일어난 다음 날 수행자들이 법당에 모여 목갈라나를 찬탄하는 대화를 나눴다.  

“벗들이여, 마하 목갈라나의 신통의 힘을 보라. 재가신도의 믿음을 해치지 않고, 부를 해치지 않고, 순간적으로 인색한 부호를 길들여, 온화하게 만들어 케이크를 가지고 제따 숲으로 데리고 와서 부처님을 대면시켜 흐름에 든 경지를 성취하게 하였다. 장로는 얼마나 위대한 힘을 지녔는가?”    

부처님께서도 이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제자들은 한자리에 모아놓고 “수행승들이여, 재가자의 믿음을 해치지 않고, 부를 해치지 않고, 재가의 가정을 귀찮게 하거나 해치지 않고, 재가자를 교화하는 자는 그 재가자에게 가서 벌이 꽃에서 꿀을 따듯, 깨달은 님의 덕을 알려야 한다. 나의 아들 목갈라나가 그러한 사람이다.”라고 설법한 후, 이 시를 읊으신 것이다. 

부처님의 가르침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마치 불꽃으로 달려드는 부나방처럼 변해가고 있는 우리나라 수행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시대에 꿀벌 같은 수행자는 어느 곳에 계신지, 그런 수행자는 과연 계신지 간절하고도 서글픈 마음이 솟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