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처님이 들려준 깨달음의 시

“어떤 고락에도 흔들리지 않으리”

이 학종 | | 2023-10-27 (금) 13:24

진흙 수렁을 건너

감각적 쾌락을 좇는 


욕망의 가시를 부수고

어리석음을 파괴에 이르면,


어떤 괴로움에도 

어떤 즐거움에도 

흔들리지 않으리,


결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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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전사지삼층석탑 팔부신중(사진=미디어붓다) 



“사랑과 불륜, 죽음과 복수, 그리고 상상을 초월하는 반전…. 읽는 내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하는 소설!” 

사실감 넘치는 표현과 파격적인 문체로 등장인물 하나하나에 강한 생명력을 부여하여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생생한 충격을 안겨준다는 장편소설 『욕망의 가시』의 광고 문구이다. 이 광고 문구는, 독자에게 읽어보고 싶은 욕망을 촉발시키는 효과를 겨냥하고 있을 것이다. 끔찍한 사고로 목숨을 잃게 되는 한 여인에서 비롯된 이야기를 통해 욕망을 채우기 위해 발버둥 치는 인간의 맨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소설이다. 작가의 사실감 넘치는 표현과 파격적인 문체로 등장인물 하나하나에 강한 생명력을 부여하여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생생한 충격을 안겨준다고 출판사는 독자들의 구매 욕구를 부추긴다.

욕망의 가시라! 왜 소설가는 소설의 제목으로 욕망에 때로는 섬뜩하고 두려운 의미를 가진 ‘가시’를 단어를 붙였을까. 결국 부나방처럼 욕망을 추구하는 삶은 파멸의 구렁텅이에 빠질 수밖에 없음을 말하고자 한 것은 아닐까. 그런데 ‘욕망의 가시’라는 표현은 이미 부처님께서 시를 통해 여러 차례 언급했던 표현이다. 이번에 소개할 시는 욕망의 가시라는 시구가 포함된 것으로 골라보았다.      


이번에 소개하는 부처님께서 들려준 시는 <우다나-감흥어린 시구> ‘난다의 품(Nandavagga)’의 ‘난다의 경(Nandasutta)’에 나오는 시이다. 위의 시는 한국빠알리성전협회 전재성 박사가 가르침의 진수를 온전하게 전달하기 위하여 직역에 가깝게 번역한 시를, 필자가 그 의미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보다 시적 표현으로 조심스럽게 다듬었음을 미리 밝힌다. 또한 앞으로 소개할 시에도 불가피하게 이런 경우가 또 있을 것이다. 이런 시도에 대해 독자들의 양해를 바란다. 


두루 알다시피, 이 시의 주인공에 해당하는 난다는 부처님의 제자들 가운데 ‘감관을 수호하는 님 가운데 제일’이다. 난다는 숫도다나 왕과 마하빠자빠띠(고따미)의 아들로, 부처님의 이복동생이기도 하다. 그는 부처님이 깨달은 후 제자들과 함께 까삘라왓투를 방문했을 때, 부처님에 권유에 의해 출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당시 난다에게는 경국지색으로 알려진 자나빠다깔리야니 난다(Janapadakalyāni Nandā)라는 약혼녀가 있었다. 약혼녀에 대한 미련에 괴로워하던 난다는 부처님의 출가 권유를 거절하지 못하고 부처님을 따라 출가의 길로 들어섰지만, 미련과 낙담으로 날로 쇠약해져 갔다. 동생 난다의 성정을 잘 파악하고 있던 부처님은 욕망에 사로잡혀 있는 동생의 출가 결심에 도움을 주기 위해 전생에 경국지색이었던 히말라야 암 원숭이의 사체를 보여주기도 하고, 천녀들이 사는 도리천으로 올라가 경국지색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천녀들을 보여주며 출가하면 저 천녀들을 아내로 맞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난다는 거기에 동의해 출가했다. 제따 숲으로 돌아온 난다는 그곳의 수행승들에게 천녀와 결혼하기 위해 출가했느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그때 난다는 자신이 추구했던 감각적 쾌락의 욕망에 대하여 몹시 수치심을 느끼고 용맹정진을 한끝에 아라한의 경지에 올랐다. 

할 일을 다 해 마친 난다는 부처님을 찾아가 ‘천녀를 아내로 맞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지킬 필요가 없어졌다는 말을 전했다. 그러자 부처님은 난다에게 “나는 나의 마음으로 그대의 마음을 미루어 ‘존자 난다가 번뇌를 부수고 번뇌를 여읜 마음에 의한 해탈과 지혜에 의한 해탈을 현세에서 스스로 알고 깨달아 성취했다.’라고 알았다.”고 말하고, 난다의 뜻을 헤아려 위의 시를 읊으신 것이다. 


시어 ‘진흙의 수렁’은 견해의 진흙 또는 윤회의 진흙을 의미한다. 이 진흙의 수렁은 오직 고귀한 길 사성제의 실천에 의해서 건너갈 수 있다. 

시어 ‘욕망의 가시’에서 가시는 찌르는 특성에 착안해 채택되었다. 가시에 찔렸을 때의 고통과 고뇌로 욕망의 과보를 상징한 것이다. 주석에 따르면 일체의 오염인 감각적 쾌락의 욕망, 일체의 감각적 쾌락의 욕망의 꿈틀거림은 최상의 지혜의 지팡이에 의해 남김없이 부서지고, 망가지고, 버려진다.  

시어 ‘어리석음의 파괴’는 괴로움 등을 그 범위로 하는 모든 미혹을 버림으로써 어리석음의 부숨에 도달하여 거룩한 경지인 열반에 도달한 것을 의미한다. 

시어 ‘흔들리지 않으리’는 오염이 파괴된 수행자는 원하는 대상과 관련해서 일어나는 즐거움이나 원하지 않는 대상과 관련해서 일어나는 괴로움에 대하여 흔들리거나 동요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이 시는 경국지색의 약혼자를 잊지 못해 감각적 쾌락의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동생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부처님의 따듯한 배려를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해탈의 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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