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일하지 않음은 죽지 않는 길

방일은 죽음의 길

방일하지 않은 사람은 죽지 않으며

방일한 사람은 죽은 자와 같네. 

이런 이치 꿰뚫어 아는

슬기로운 님, 

방일하지 않고 방일하지 않음을 기뻐하며

고귀한 님의 행경을 즐기네. 

선정에 들고 인내하고

언제나 확고히 노력하는 님, 

현명한 님은 열반,

위없는 안온을 경험한 것이네. 

함께 노력하고 늘 알아차리고

행실이 맑고 행동은 신중하며

자제하고 법답게 사는 

방일하지 않는 님에겐 명성이 더해가네. 

힘써 노력하고 방일하지 않고

자제하고 단련함으로써

지혜로운 님은 거센 흐름에

난파되지 않는 섬을 만들어야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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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미디어붓다)

<담마파다(법구경)> ‘방일하지 않음의 품(Appamādavagga)’에 실려 있는 이 시는 방일하지 않음의 중요성과 방일의 위험성을 길게 노래한다. ‘방일하지 않음의 품’은 한역경전에서는 ‘방일품’이라고 옮겼다. 

‘Appamāda’는 어떤 것(대상)에 열을 올리는 것(zeal), 느슨하지 않음(non-laxity)을 의미하는데, 중요한 것은 이런 성실성과 근면성이 모든 진전의 토대가 된다는 점이다.

시에 자주 등장하는 ‘방일하지 않음’은 본질적으로 알아차림, 즉 사띠(sati)를 놓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따라서 ‘방일함’은 사띠를 놓치는 빈도가 매우 높은 상태를 의미한다. 미얀마 수행처에서는 ‘사띠 한 번 놓쳤다는 것은 열반의 기회를 한 번 놓친 것’으로 간주할 정도로 방일하지 않음을 중시한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줄이고 줄여 한 단어로 표시한다면 바로 ‘사띠’라고 할 정도이다. 이는 마치 동아시아 불교에서 불교의 가르침을 한 글자로 줄이면 ‘마음(心)’이라고 하는 것과 유사하다. 차이가 있다면 남방의 불교에서는 ‘실제(實際)’에 중점을 두는 반면, 북방의 불교에서는 ‘개념(槪念)’을 중시한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무튼 방일 않음은 찰라 마다 알아차림을 놓치지 않는 것인데, 부처님은 <쌍윳따니까야>에서 사띠의 중요성을 이렇게 설명하셨다. 

“수행승들이여, 태양이 떠오를 때 그 선구이자 전조가 되는 것이 바로 새벽이다. 수행승들이여, 이와 같이 여덟 가지 고귀한 길[팔성도, 팔정도]이 생겨날 때 그 선구이자 전조가 되는 것은 방일하지 않는 것이다. 수행승들이여, 수행승이 방일하지 않으면 여덟 가지 고귀한 길을 닦고 여덟 가지 고귀한 길을 익히리라는 것은 자명하다.” -SN.Ⅴ.30  

위 시에 등장하는 주요 시어들이 갖는 의미를 살펴보면, ‘불사(不死)’는 윤회의 수레바퀴를 부숴버린 열반을 의미하고, ‘행경(行境)’은 서른일곱 가지 깨달음에 도움이 되는 수행의 원리[삽십칠조도품(三十七助道品)]를 지칭한다. 행경, 즉 삽십칠조도품은 네 가지 알아차림(사띠)의 토대[사념처], 네 가지 올바른 노력[사정근], 네 가지 신통의 기초[사신족], 다섯 가지 능력[오근], 다섯 가지 힘[오력], 일곱 가지 깨달음 고리[칠각지], 여덟 가지 고귀한 길[팔정도]를 뜻한다. ‘안온’은 사람을 윤회에 묶어두는 네 가지 멍에, 즉 감각적 쾌락의 욕망이 가져다 주는 멍에, 존재의 멍에, 견해의 멍에, 무지의 멍에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난 최고의 상태라는 뜻을 간직하고 있다. 

부처님께서 반열반에 드실 때, 남긴 유훈 ‘불방일정진(不放逸精進)’은 불자들이 잘 알고 있는 가르침이다. 불방일정진을 의미하는 빨리어는 ‘압빠마데나 삼빠데타(appamādena sampādethā)인데, “사띠(새김)를 놓치지 말고 모든 해야 할 일을 성취하라.”(Smv.593)라는 뜻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불방일을 뜻하는 압빠마다(appamāda)는 사띠(sati)와 동의어이다. 늘 깨어 있는 상태, 늘 알아차림이 유지되어 있는 상태를 말한다. 

사띠는 현재 나의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체의 현상을 순간순간 알아차리는 것을 말하다. 이런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는 늘 현명한 주의기울임이 필요하다. 한시도 주의기울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불방일이다. 그러므로 사띠와 압빠마다는 사실상 같은 뜻이다.

불방일정진은 불방일과 정진이 합쳐진 말이다. 압빠마데나 삼빠데타는 “사띠를 놓치지 말고 모든 해야 할 일을 성취하라.”라는 의미이다. 여기서 ‘모든 해야 할 일’은 앞서 설명한 삼십칠조도품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팔정도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