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하지 않아 마음의 황무지가 사라졌고

마히 강변에서 하룻밤을 지내면서 내 움막은 열리고

나의 불은 꺼져버렸으니, 

하늘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뿌리소서.

내 뗏목은 이미 잘 엮어져 있고

거센 물결을 이기고 건너 피안에 이르렀으니, 

이제는 더 뗏목이 소용없으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뿌리소서. 

내 마음은 내게 온순하여 해탈되었고

오랜 세월 잘 닦여지고 아주 잘 다스려져,

내게는 그 어떤 악도 찾아볼 수 없으니,

하늘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뿌리소서.

나는 누구에게도 대가를 바라지 않아 

내가 얻은 것으로 온 누리를 유행하므로

대가를 바랄 이유가 없으니,

하늘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뿌리소서. 

다 자란 송아지도 없고, 젖먹이 송아지도 없고,

새끼 밴 어미소뿐만 아니라 성년이 된 암소도 없고,

암소의 짝인 황소 또한 없으니, 

하늘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뿌리소서.

황소처럼 모든 속박들을 끊고 

코끼리처럼 냄새나는 넝쿨을 짓밟아

나는 다시 모태에 들지 않을 것이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뿌리소서. 

                             - 전재성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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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미디어붓다)

숫타니파타 ‘다니야의 경(Dhaniyasutta)’에 있는 부처님의 시이다. 이 시는 부처님께서 사왓티 시에 머무실 때 소치는 다니야와 주고받는 대구의 형식으로 들려주셨다. 부호의 아들이었던 다니야에게는 3만 마리의 황소가 있었고, 무려 2만 7천 마리의 소에서 젖을 짰다. 본래 소치는 일은 한곳에 머물기가 곤란해서 우기 4개월은 고지대에서 다른 8개월은 풀이나 물을 쉽게 얻을 수 있는 하천변이나 호숫가에서 머물렀다. 다니야도 건기에는 마히 강 분기점에 형성된 섬에서, 우기에는 고지대의 집에서 살았다. 소치는 사람들은 우기의 징조를 잘 알았으므로, 예컨대 새들이 집을 나무의 가지 끝에 짓고 게가 물 가까이에 있는 입구를 막고 육지 가까이에 있는 입구를 드나들면 ‘많은 비가 올 징조’라고 판단할 수 있었다. 비가 내릴 징조를 간파한 다니야는 섬에서 나와 49일간 비가 내려도 침수되지 않는 지역을 찾아 우사를 짓고 거처를 마련한 뒤 목재나 풀 등을 충분하게 쌓아두었다. 오래지 않아 예상대로 검은 구름이 사방팔방에서 몰려들었지만 모든 준비를 완벽하게 마친 다니야에게 걱정할 일은 없었다. 그는 큰 침상 위에 누워 만족감을 느끼다가 하늘에서 뇌성벽력이 치자 큰 비에 대비하여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했음을 은근이 과시하면서 ‘하늘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뿌리소서.’라는 압운을 넣은 긴 시를 읊었다. 그때에 부처님은 700요자나(1요자나=14km)나 떨어진 거리에서 부르는 다니야의 노래를 듣고, 신통력으로 다니야의 처소에 몸을 나투어 다니야의 노래와 같은 압운을 둔 형식으로 이 시를 읊으셨다. 그러니까 부처님의 이 시는 다니야의 노래에 대구 형식으로 읊은 것인데, 여기서는 다니야의 시는 생략하고, 부처님의 시를 중심으로 다루기로 한다.  

첫째 연에서 ‘마음의 황무지’는 탐진치 삼독(三毒)의 황무지를 의미한다. 부처님은 <쌍윳따니까야>에서 “수행승들이여, 세 가지 황무지가 있다. 어떠한 것이 세 가지인가? 탐욕의 황무지, 성냄의 황무지, 어리석음의 황무지가 있다. 수행승들이여, 이러한 것이 세 가지 황무지이다. 수행승들이여, 이 세 가지 황무지를 잘 알고 두루 알고 소멸시키고 버리기 위해 여덟 가지의 성스러운 길을 닦아야 한다.”고 설법하셨다. ‘내 움막이 열리고’라는 시구는 ‘자기 존재(몸)가 열리고’라는 뜻이고, ‘나의 불은 꺼져 버렸다’는 시구의 뜻은, 부처님께서 상두산에서 까샤파 3형제를 비롯한 1000여 비구들에게 설한 저 유명한 ‘불의 법문’의 ‘세상이 불타고 있다’로 시작하는 불들 이 모두 꺼져버렸다는 뜻이다. 즉, 부처님의 잘 배운 고귀한 제자는 시각도 싫어하여 떠나고 시각접촉도 싫어하여 떠나고 시각접촉을 조건으로 생겨나는 즐겁거나 괴롭거나 즐겁지도 않고 괴롭지도 않은 느낌도 싫어하여 떠난다는 것이다. 같은 형식으로 청각과 소리, 후각과 냄새, 미각과 맛, 촉각과 감촉, 정신과 사물에 대해서도 다 떠난다는 의미가 이 짧은 시어에 함축되어 있다. 

둘째 연에서 뗏목은 ‘뗏목의 비유’에서 등장하는 그 뗏목, 즉 차안에서 피안으로 건너가게 하는 반야, 즉 통찰지혜를 의미한다. ‘거센 물결’은 윤회의 바다에서 생사가 거듭되는 것을 말한다. 

셋째 연에서 ‘해탈’은 모든 번뇌의 속박에서 떠난 것을, ‘그 어떤 악’은 신체적 악행, 언어적 악행, 정신적 악행을 의미한다. 

넷째 연에서 ‘내가 얻은 것’은 일체지(sabbaññutā)를 획득한 후 해탈한 상태‘를 말한다. 

다섯째 연에서 ‘다 자란 송아지’는 ‘길들여지지 않아 편견에 사로잡힌 상태’를, ‘젖먹이 송아지’는 ‘잠재적 경향성’을, ‘새끼 밴 어미소’는 ‘여러 공덕에 대하여 지식에 바탕을 둔 축적의 의도’를, ‘성년이 된 암소’는 ‘성년이 되어 황소와 교접이 가능한 상태, 즉 갈애’를, ‘암소의 짝인 황소’는 ‘축적 의식’을, ‘또한 없으니’는 다섯 가지 감각능력(안이비설신)을 완전하게 뛰어넘었음을 의미한다. 

다섯째 연에서 ‘황소처럼 모든 속발들을’은 ‘번뇌의 속박’을, ‘코끼리’는 ‘다시 태어남의 존재에 결코 도달하지 않는 자, 즉 해탈을 성취한자’를, ‘냄새나는 넝쿨’은 ‘우리의 몸뚱이가 실제로는 썩은 냄새나는 몸이라는 것’을, ‘다시 모태에 들지 않을 것’은 ‘윤회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세속적 풍요와 안락에 젖어, 그것이 최상의 행복인양 알고 있었던 다니야에게 부처님은 대구의 시를 들려줌으로써, 감각적 쾌락과 세속적 행복의 한계, 그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가를 깨닫게 유도한 것이다. 이 시는 결국 부처님의 다니야를 제도하기 위한 대자비심이 바탕이 된 시인 것이다. 부처님의 의도대로 다니야와 그의 가족들은 이 깨달음의 시를 듣고 부처님의 제자가 되고자 이렇게 간청한다. 

“우리는 거룩한 스승을 만나 얻은 바가 참으로 큽니다. 눈을 갖춘 님이시여, 당신께 귀의하오니, 우리의 스승이 되어 주소서. 위대한 성자시여. 아내도 저도 순종하면서 행복한 분 곁에서 청정한 삶을 살겠으니 태어남과 죽음의 피안에 이르러 우리로 하여금 괴로움을 끝내게 하소서.”

다니야와 그의 아내, 그리고 두 딸은 부처님의 시를 듣고 그 자리에서 진리의 흐름에 든 님, 즉 수다원이 되어 성자의 반열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