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행을 확립하고 지혜를 갖춘 사람이 

선정을 닦네.

열심히 노력하는 슬기로운 수행자라면,

이 얽힌 매듭을 풀 수 있으리.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에

물들지 않고

번뇌가 다한 거룩한 님에게

그 얽매인 매듭은 풀리리. 

정신적 신체적 과정과 감각적 접촉과 

미세한 물질계에 대한 지각마저

남김없이 부서지는 경지에서 

그 얽매인 매듭은 풀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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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미디어붓다)

이 시는 <쌍윳따니까야> 1:23 ‘매듭의 경(Jaṭāsutta)’에 들어 있다. 어느 날 하늘사람[천인]의 “안으로 묶이고 밖으로 묶였네./ 세상 사람들은 매듭에 묶여 있네./ 고따마께 이것을 여쭈니/ 이 매듭을 풀 사람은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에 부처님께서 답한 게송이다.  

하늘사람의 질문과 부처님께서 답한 시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 ‘매듭(Jaṭā)’이다. 매듭은 무엇인가에 단단하게 묶여 있다는 의미로 결박되어 있거나, 마치 숲의 나무들의 뿌리가 서로 얽히고설켜(tangle)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태를 뜻한다.

<청정도론>에 따르면, 결박은 갈애의 그물을 지칭한다. 마치 대나무가 우거진 숲 등에서 발견되는 덤불과 같은 상태를 의미한다. 지혜롭지 못한 중생들은 이 결박에 묶여 방황하는 존재이다. 대나무 우거진 숲에서 발견되는 나뭇가지 그물에 대나무 등이 묶이는 것처럼, 중생은 갈애의 그물에 묶여 끝없는 고통의 바다를 헤맨다. 여기서 말하는 중생에는 욕계, 색계, 무색계의 삼계 중생이 모두 해당된다. 즉 통찰 지혜를 증득해 열반을 성취함으로써 윤회의 굴레를 벗어난 성자들을 뺀 일체중생이다. 

부처님이 들려준 이 시의 첫째 연은 ‘사람이 땅 위에 서서 잘 드는 날카로운 칼로 대나무가 엉킨 것을 잘라내듯, 수행자는 계행 위에 서서 집중의 돌로 잘 갈아진 통찰 지혜의 칼을 잡고, 정진의 힘에 의해 발휘된 실천적 지혜의 손으로, 갈애의 얽힘을 자르고 부수어 버린다.’는 내용이다. 

두 번째 연에서는 첫째 연에서 말한 것처럼 갈애의 그물을 끊고 파괴하고 마침내 그곳에서 벗어난 성자들, 다시 말해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라는 3독심으로 대표되는 번뇌를 제압한 성자에게 매듭은 풀린다는 것을 부연하고 있다.     

세 번째 연은 나마루빠(nāmarūpa)의 과정, 감각적 접촉, 그리고 미세한 물질계에 대한 지각이 남김없이 부서지는 경지를 차례로 나열하고 있는데, 이는 수다원, 사다함, 아나함, 아라한으로 대표되는 성자들의 단계 가운데 완전한 열반을 성취한 아라한의 경지에 대한 설명이다. 부처님은 ‘정신적 신체적 과정’ 즉 나마루빠에 대해 쌍윳따니까야 12:2 ‘분별의 경’에서 이렇게 설법하신다. 

“명색이란 무엇인가? 그것에는 느낌, 지각, 의도, 접촉, 정신활동이 있으니 이것을 명이라 부르고, 네 가지 광대한 존재, 또는 네 가지 광대한 존재에서 파생된 물질을 색이라 한다.” -전재성 옮김

정신적 신체적 과정이란 오온의 작용이다. 곧 오취온(五取蘊)에 묶여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오온을 자아로 여기거나, 오온을 가진 것을 자아로 여기거나, 자아 가운데 오온이 있다고 여기거나, 오온 가운데 자아가 있다고 여기는 미혹한 중생에 대한 설명이다. 부처님은 미혹한 중생들, 즉 범부를 ‘가죽끈에 묶인 개’와 같은 신세라고 비유하셨다. <쌍윳따니까야> 22:99 ‘가죽끈에 묶임의 경 1’에 관련된 설법이 있다.

“수행승들이여, 예를 들어 가죽끈에 묶인 개가 견고한 막대기나 기둥에 단단히 묶여, 그 막대기나 기둥에 따라 감겨 따라 돌 듯, 수행승들이여, 이와 같이 세상에 배우지 못한 일반 사람은 고귀한 님을 보지 못하고 고귀한 님의 가르침을 알지 못하고 고귀한 님의 가르침에 이끌려지지 않고, 참사람을 보지 못하고 참사람의 가르침을 알지 못하고 참사람의 가르침에 이끌려지지 않아서, 물질을 자아로 여기거나, 물질을 가진 것을 자아로 여기거나, 자아 가운데 물질이 있다고 여기거나, 물질 가운데 자아가 있다고 여긴다.” -전재성 옮김.

‘유신견(有身見: sakkāyadiṭṭhi)’에 대한 설명이다. 이 경은 오온 가운데 물질(色)을 예로 들고 있는데, 수, 상, 행, 식까지 합한다면 모두 스무 가지 유신견이 된다. 이 유신견 때문에 범부 중생은 개와 같은 삶을 살며 윤회하게 된다. 범부가 가죽끈에 묶인 개처럼 세세생생 윤회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오온을 나의 것이고, 오온이 나이고, 오온은 나의 자아’라고 여기는 강고한 집착 때문이다. 개가 가죽끈에 묶여 기둥을 따라 맴돌면서 벗어날 수 없듯 범부 중생도 오온이라는 기둥에 갈애라는 가죽끈으로 단단히 묶인 존재들이다. 

미세한 번뇌까지도 완전하게 소멸된 경지, 아라한과를 성취했을 때 비로소 얽매인 매듭이 풀리게 된다는 부처님의 고귀한, 한 편으로는 ‘한여름 우박처럼 서늘한’ 가르침이 이 시에 고스란히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