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나무, 그리고 수많은 풀들. 출가 후 늘 길을 걷고 숲에서 머물렀던 붓다에게 꽃과 나무, 풀 등은 언제나 함께 했던 대상들이었다. 따라서 이런 대상들이 붓다의 설법 소재로 활용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붓다가 대각을 이룬 후 열반에 들 때까지 45년 동안에 가장 오래 머물렀던 장소는 꼬살라 국의 수도 사왓티 시의 제따와나 숲이었다. 우리나라에는 기원정사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이곳에서 붓다는 열아홉 번의 우안거를 보냈다. 그러므로 이곳에서 가장 많은 설법을 했고, 가장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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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왓티 제따와나Savatthi Jetavana(사진=인터넷 https://www.incredibleindia.org)

붓다는 어느 날, 제자들을 모아놓고 제따와나 숲에 있는 풀들과 나무들과 가지들과 잎사귀를 소재로 설법했다. 중생을 중생이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인 오취온(五取蘊)에 대한 집착을 버리도록 가르치면서 함께 거주하며 수행했던 제따와나 숲의 자연을 예로 든 것이다.  

<미디어붓다>에 지난 1년 동안 ‘꽃과 나무로 만나는 붓다’를 연재하면서 50종에 가까운 식물을 선별해 다루었다. 그중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것도 있고, 아주 생소한 것도 있었다. 놀라운 사실은 붓다께서 각각 식물들의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설법에 인용했다는 점이다. 원고를 작성하면서 붓다의 10명호 중에 왜 ‘세간해(世間解)’가 포함되어 있는지를 피부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이번 마지막 원고에서는 특별히 하나의 식물체가 아닌, 가장 오래 머물렀던 제따와나 숲의 풀, 나무, 가지, 잎사귀를 소재로 한 붓다의 설법을 소개한다. 이 설법은 <쌍윳따니까야> 22:33(4-1) ‘그대의 것이 아님의 경①(Paṭhamanāmapayoga)’으로 전해진다. 

수행승들이여, 그대들의 것이 아닌 것을 버려라. 그대들이 그것을 버리면 유익하고 안락할 것이다. 수행승들이여, 무엇이 그대들의 것이 아닌가? 수행승들이여, 

물질은 그대들의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그것을 버려라. 그대들이 그것을 버리면 유익하고 안락하리라. 

느낌은 그대들의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그것을 버려라. 그대들이 그것을 버리면 유익하고 안락하리라. 

지각은 그대들의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그것을 버려라. 그대들이 그것을 버리면 유익하고 안락하리라. 수행승들이여, 

형성은 그대들의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그것을 버려라. 그대들이 그것을 버리면 유익하고 안락하리라. 

의식은 그대들의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그것을 버려라. 그대들이 그것을 버리면 유익하고 안락하리라.”

수행승들이여, 예를 들어 이 제따와나 숲에 풀들과 나무들과 가지들과 잎사귀들이 있는데, 그것들을 사람들이 가져다 태우거나 원하는 대로 처분하면, 그대들은 그 사람이 우리들도 데려가다가 태우거나 원하는 대로 처분해 버릴 것이라고 여기는가?”

“세존이시여, 그렇지 않습니다.”

“그것은 무슨 까닭인가?”

“세존이시여, 그것은 '나'이거나 '나의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붓다는 이 경에서 계속해서 이와 같이 물질, 느낌, 지각, 형성, 의식은, 즉 오온은 그대들의 것이 아니며, 그러므로 그대들이 그것을 버리면 유익하고 안락할 것이라고 설법하고 있다. 붓다는 수행승들에게 오온에 대한 집착을 버리면, 유익하고 안락할 것이라며, 수행승들이 늘 접하는 제따와나 숲의 소재들을 비유로 들었다.  

“사람들이 제따와나 숲의 풀, 나뭇가지, 잎사귀들을 가져다 태우거나 원하는 대로 처분하면, 그대들은 그 사람이 우리들(수행자)도 데려다가 태우거나 원하는 대로 처리해 버릴 것이라고 여기는가?”

“그렇지 않습니다. 그것은 ‘나’이거나 ‘나의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 전재성 옮김

주석에 따르면, 이 답변은 사람들이 수행승들을 숲의 풀들과 나무들처럼 여겨 데려가지 않는 이유는 숲의 풀들과 나무들은 ‘나’라든가 ‘나의 것’이라고 여길 수 있어도, 사람들이 수행승들을 ‘나’라든가 ‘나의 것’이라고 여기지 않기 때문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아마도 붓다 재세시 사왓티 시 사람들은 제따와나 숲과 같은 숲에서 풀과 나뭇가지, 잎사귀들을 가져다가 연료 등으로 사용했던 것 같다. 숲에서 풀과 나뭇가지, 잎사귀들을 가져가는 것은 건강한 숲을 위해 도움이 되었거니와, 또한 연료 또는 퇴비 등으로 활용할 수 있었으므로 모두에게 좋은 일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거처 주변에 있는 숲의 풀과 나뭇가지, 잎사귀들을 자신들이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겼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숲에서 수행하는 비구들은 그들에게 존경과 예배의 대상이었지, 풀과 나뭇가지와 잎사귀처럼 마음대로 가져다가 활용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다. 당연히 그들은 수행자들을 데려다가 태우거나 원하는 대로 처리하겠다는 마음을 내지 않았을 것이다. 

이와 같이 지극히 당연한 상황을 비유로 들어 붓다는 오온을 자기인 줄 알고, 집착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가를 설파한다. 붓다의 설법을 직접 들을 수 있었던 당시의 비구들에게 오온에 대한 집착, 즉 오취온이 가을 날 낙엽처럼 훌훌 떨쳐져 나갔을 것이 분명하다.  

오온은 다른 말로 오취온(五取蘊)라고 불린다. 그 까닭은 우리가 오온을 자신의 자아로 집착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집착에서 어리석음이 일어나고, 욕심과 분노가 일어나고 마침내 고통이 발생한다. 붓다께서 강조한 온갖 괴로움들은 바로 오취온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온갖 현상들에 대한 경험이 나 또는 나의 것인 줄 아는 착각인 색(色, rūpa), 즐거운(sukha) 느낌과 괴로운(dukkha) 느낌과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은(adukkhamasukha) 느낌을 나 또는 나의 것인 줄 아는 수(受, vedanā), 경험의 흐름으로부터 어떤 대상들을 분리해 내고 그러한 대상들이 모든 경험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동일한 대상들이라고 간주하는 지각과정을 나 또는 나의 것인 줄 아는 상(想, saññā), 색과 감각과 지각과 행 자체와 의식이 각기 특이한 양상으로 작용하도록 만드는 역할을 나 또는 나의 것인 줄 아는 행(行, saṅkhārā), 자아에 의해 통합되는 단편적인 의식작용의 연속체이거나 영속적인 실체가 아닌 것을 나 또는 나의 것인 줄 아는 식(識, viññāṇa), 즉 오취온을 완전하게 떨쳐내는 것은 붓다가 제시한 수행의 목적과 다르지 않다. 오취온을 극복하는 것, 얼핏 간단한 듯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길이다. 

*지난 1년 동안 함께 해준 미디어붓다 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새로운 기획으로 다시 만나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