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의 원산지는 인도 북부와 중국 남부 등 남아시아 지역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삼국시대에 재배했을 정도로 역사가 오래된 과일이다. 인도가 원산지인 만큼 붓다께서 설법에 대추를 등장시키지 않았을 리가 없다. 실제로 불전 곳곳에 대추, 대추씨 등이 등장한다. 인도에서나 우리나라에서나 대추에 대한 느낌은 비슷한 것 같다. 작고, 단단하고, 옹골차고, 효능이 뛰어나고 귀한 것이라는 이미지에 큰 차이가 없다. 

대추는 사과, 배, 감, 밤과 함께 제사상에 올리는 대표적인 과일로 자리 잡을 만큼 큰 사랑을 받는 과일이다. 그러다 보니 대추와 관련된 속담도 제법 많다. ‘대추씨 같다.’, ‘대추나무 방망이 같다.’, ‘대추를 보고 먹지 않으면 늙는다.’, ‘양반 대추 한 개가 아침 해장이다.’ 등이 있다. ‘작아도 대추요, 커도 소반이라.’이라는 속담은, 대추는 크기가 작아도 이름에 큰 대(大) 자가 있고 소반은 크기가 커도 이름에 작을 소(小) 자가 있다는 말로, 상대방의 말을 다른 말로 슬쩍 눙쳐서 받아넘기는 재치를 의미한다. 

아무튼 대추는 숙면, 스트레스 해소, 정서 안정, 면역력 강화, 항암 작용, 간 기능 강화 효과, 위와 장의 건강 강화, 해독 작용, 혈압 안정 및 혈류 개선, 항염 작용, 피부트러블 개선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전해진다. 그야말로 만병통치 약재에 가깝다. 따라서 대추는 크기가 작고 먹을 양도 적지만 그 효과와 맛은 최고인 상징성이 큰 과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특성을 통찰한 장석주 시인은 멋들어진 절창의 시 ‘대추 한 알’에서 대추를 세상과 통한 과일로 노래하기도 했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 있어서

붉게 익히는 것일 게다

저게 혼자서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는 것일 게다

대추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 

- 장석주 시 ‘대추 한 알’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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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는 수행자들에게 성자의 흐름에 드는 것이 얼마나 고귀한 것인지를 대추씨를 비유로 들어 설명하신 바 있다. 성자의 흐름에 든다는 것은 수다원이 되는 것인데. 수다원은 늦어도 일곱 생 이내에 열반을 성취하는, 수행자들에게는 바라고 바라는 꿈같은 경지라고 할 수 있다. <쌍윳따니까야> 22:109 ‘흐름에 든 님의 경[Sotāpannasutta]’에 따르면, 수다원은 악도에 떨어지지 않고 삶의 길이 정초 되어 올바른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흐름에 든 님을 말한다. 이 흐름에 든 님, 즉 수다원은 인간계나 천상계에서 최대한 일곱 생을 윤회하더라도 마침내 올바른 깨달음, 즉 열반에 이른다. 붓다께서 이 위대한 소따빠나의 경지를 대추씨를 설법 소재로 삼아 설법한 것이다. 대추씨가 등장하는 <쌍윳따니까야> 13:5 대지의 경①[Paṭhamapathavisutta]은 이렇다.

한때 세존께서 사왓티 시에 계셨다. 

“수행승들이여,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대추씨 크기의 구슬 일곱 개를 대지 위에 놓았다. 수행승들이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대지와 거기에 놓인 대추씨 크기의 구슬 일곱 개와 어느 쪽이 더 큰가?”

“세존이시여, 대지가 훨씬 크고 거기에 놓인 대추씨 크기의 구슬 일곱 개는 아주 작습니다. 놓인 대추씨 크기의 구슬 일곱 개를 대지와 비교하면 백 배도 거기에 미치지 못하고 천 배도 거기에 미치지 못하며 또한 그 십만 배도 거기에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수행승들이여, 이와 같이 올바른 견해를 갖추고 진리에 대한 올바른 꿰뚫음에 도달한 고귀한 제자들에게는 이미 파괴되어 끝나 버린 괴로움이 더 많고 남아 있는 괴로움은 아주 적다. 많이 잡아 일곱 번을 더 환생한다 할지라도, 아직 남아 있는 괴로움을 이미 파괴되어 끝나 버린 괴로움과 비교하면 백 배도 거기에 미치지 못하고 천 배도 거기에 미치지 못하며 또한 그 십만 배도 거기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수행승들이여, 이와 같이 진리에 대한 꿰뚫음은 매우 유익하다. 이와 같이 진리의 눈을 얻는 것은 매우 유익하다.” -전재성 옮김.

붓다는 이어 <쌍윳따니까야> 13:6 대지의 경②[Dutiyapathavisutta]에서 진리에 대한 꿰뚫음의 유익함을, 역시 대추씨를 예로 들어 설법하신다. 

한때 세존께서 사왓티 시에 계셨다. 

“수행승들이여, 예를 들어 대지가 대추씨 크기의 구슬 일곱 개를 남겨놓고 파괴되어 사라져버렸다. 수행승들이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파괴되어 사라져 버린 대지와 남아 있는 대추씨 크기의 구슬 일곱 개와 어느 쪽이 더 큰가?”

“세존이시여, 파괴되어 사라져 버린 대지가 훨씬 크고 남아 있는 대추씨 크기의 구슬 일곱 개는 아주 작습니다. 남아 있는 대추씨 크기의 구슬 일곱 개를 파괴되어 사라져 버린 대지와 비교하면 백 배도 거기에 미치지 못하고 천 배도 거기에 미치지 못하며 또한 그 십만 배도 거기에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수행승들이여, 이와 같이 올바른 견해를 갖추고 진리에 대한 올바른 꿰뚫음에 도달한 고귀한 제자들에게는 이미 파괴되어 끝나 버린 괴로움이 더 많고 남아 있는 괴로움은 아주 적다. 많이 잡아 일곱 번을 더 환생한다 할지라도, 아직 남아 있는 괴로움을 이미 파괴되어 끝나 버린 괴로움과 비교하면 백 배도 거기에 미치지 못하고 천 배도 거기에 미치지 못하며 또한 그 십만 배도 거기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수행승들이여, 이와 같이 진리에 대한 꿰뚫음은 매우 유익하다. 이와 같이 진리의 눈을 얻는 것은 매우 유익하다.”  -전재성 옮김.

 대추나무의 열매[Kola], 즉 대추(jujube fruit)의 학명은 Zizyphus jujuba로, 우리에게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진 과실이다. 이 경에 언급된 ‘올바른 견해를 갖추고 진리에 대한 올바른 꿰뚫음에 도달한 고귀한 제자들’은 통찰 지혜로써 고귀한 진리를 꿰뚫은 자를 말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흐름에 든 님[수다원, 예류자]을 비롯한, 가르침의 진리를 보는 자를 말한다. 이런 경지에 든 수행자는 열반에 들기까지 많아도 일곱 번만 태어나면 된다. 이 경지에 들면 유신견, 계금취견, 의심의 3가지 족쇄가 끊어진다. 

아라한은 아니더라도, 귀한 불연을 맺은 분들이라면 수다원과을 이루기 위해 대추씨처럼 단단하고 옹골찬 원력을 세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