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garlic)은 단군신화에 등장할 만큼 우리 민족에게는 매우 친숙한 식물이다. 다양한 유황 화합물을 함유하고 있으며, 강장제 또는 암 예방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늘은 중앙아시아가 원산인 백합과(白合科) 중 가장 매운 식물이며,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 일본 등 극동(極東)에서 주로 재배된다. 강한 냄새를 제외하고는 100가지의 이로움이 있다고 하여 일해백리(一害百利)라고 불리기도 한다. 오늘날에는 마늘의 효능이 과학적으로 밝혀져 웰빙 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2002년 <타임(Time)>지는 마늘을 세계 10대 건강식품으로 선정하였다. 미국암연구소(NCI)가 1992년에 발표한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Designer food(좋은 식품을 적극적으로 섭취함으로써 70세에 질병을 반으로 줄일 수 있다는 프로그램)’ 피라미드의 최상위에 마늘이 위치하고 있다. 

마늘은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요리에 쓰인다. 강한 향이 비린내를 없애고 음식의 맛을 좋게 하며 식욕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마늘 도입된 시기는, 단군신화에 마늘이 등장하는 것으로 볼 때 매우 이른 시기일 것으로 추정된다. <삼국사기(三國史記)>에 “입추(立秋) 후 해일(亥日)에 마늘밭에 후농제(後農祭)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어 마늘이 이 시대에 이미 약용·식용작물로 이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40여 종의 항암(抗癌) 식품들을 피라미드형으로 배열한 결과 최정상을 차지한 것이 마늘이다. 이처럼 효과적인 항암 식품으로 꼽히는 마늘을 하루에 생마늘 또는 익힌 마늘 한 쪽(또는 반쪽) 정도를 꾸준히 섭취하면 암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생마늘을 먹기가 힘들면 마늘을 구워 먹으면 된다. 이처럼 몸에 좋은 마늘이지만 너무 많이 먹으면 위가 쓰릴 수 있으므로 과도하게 먹는 것은 좋지 않다. 

허준의 『동의보감』에서는 마늘을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매우며 독이 있다. 종기를 제거하고 풍습과 나쁜 기운을 없앤다. 냉과 풍증을 제거하고 비장을 튼튼하게 하며 위를 따뜻하게 한다. 토하고 설사하면서 근육이 뒤틀리는 것을 치료한다. 전염병을 예방하고 해충을 죽인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상의학(四象醫學)에 의하면 마늘은 차가운 몸을 따뜻하게 하여 말초혈관을 확장시키는 작용을 하므로 손발이 차고 아랫배가 냉한 소음인(少陰人)이 먹으면 소화 기능과 순환 기능이 좋아진다고 한다. 그러나 열이 많은 소양인(少陽人)은 마늘을 과다 섭취하면 병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원산지가 중앙아시아인 만큼 마늘이 불전에 등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식물들의 특성과 특징을 꿰뚫고 있었던 붓다는 마늘을 어떤 설법에 등장시키셨을까? 

한때 세존께서는 많은 무리에 둘러싸여 가르침을 설하며 앉아 있었다. 그런데 어떤 수행승이 마늘을 먹고 있었다. 그는 ‘수행승들이 불편해서는 안 된다.’라고 생각하여 한쪽 구석에 앉아 있었다. 세존께서는 그 수행승이 한쪽 구석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보고 나서 그 수행승들에게 물었다.

 

“수행승들이여, 왜 저 수행승은 한쪽 구석에 앉아 있는가?”

“세존이시여, 그 수행승은 마늘을 먹고 있습니다. 그는 ‘수행승들이 불편해서는 안 된다.’라고 생각하여 한쪽 구석에 앉아 있는 것입니다.”

“수행승들이여, 이와 같이 법문을 듣는 것에서 소외되면서까지 그것을 먹어야만 하는가?”

“세존이시여, 그렇지 않습니다.”

“수행승들이여, 마늘을 먹어서는 안 된다. 먹는다면, 악작죄를 범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때 존자 싸리뿟따에게 복통이 생겨났다. 그때 존자 마하 목갈라나가 싸리뿟따가 있는 곳을 찾아갔다. 가까이 다가가서 존자 싸리뿟따에게 물었다. 

“존자 싸리뿟따여, 예전에 복통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안정을 찾았습니까?”

“존자여, 나에게는 마늘입니다.”

세존께 그 사실을 알렸다. 

“수행승들이여, 질병이 들었다면 마늘을 먹는 것을 허용한다.”

      -전재성 옮김 <쭐라박가>-다발부 ‘사소한 일의 다발’ 34. 마늘(Lasuna)

<쭐라박가>의 이 가르침에 따르면, 불가에서는 원칙적으로 수행자들이 마늘을 섭취하는 것을 금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질병이 들었다면, 치유 목적으로 마늘 섭취가 허용되었다. 붓다가 제정한 규율의 특징을 이 가르침에서도 알 수 있다. 원칙은 지키되, 특별한 경우거나 부득이한 경우에는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적용의 융통성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강장의 효과가 컸기 때문에 수행자에게 마늘이 적합한 식물은 아님은 분명한 사실이다. 

주석서에 따르면, 마늘은 마가다 국에서 생산된 식물을 뜻한다. 마가다 국에서 마늘이 자라기 때문에 ‘마가다까’라는 말이 마늘과 동의어가 되었다는 것이다. 붓다와 붓다가 이끄는 교단의 최대 후원자 가운데 한 분이었던 빔비사라 왕이 다스리는 마가다 국과 마늘이 불가분의 관계라는 점은 흥미롭다.  

<빅쿠니비방가-분별부> 제4장 단순속죄법 제1조 마늘에 대한 학습계율(Lasunasikkhāpada)에는 한 재가의 남자 신도 소유의 밭에서 지나치게 많은 마늘을 뽑아온 여성 수행자들의 문제로 큰 논란이 빚어져 정해진 계율이다. 이 남자 신도는 “만약 존귀한 자매들께서 필요하면 마늘을 드리겠다.”며 밭지기에게 “만약 수행녀들이 오면 각자에게 두세 묶음의 마늘을 주시오.”라고 당부했는데, 비구니들이 밭에서 분수를 모르고 지나치게 많이 마늘을 캐어 가면서 밭지기의 분노를 사는 일이 일어났다. ‘어찌 수행녀들이 분수를 모르고 많은 마늘을 캐어 갈 수 있단 말인가?’라고 분개하며 비난하자, 욕망을 여읜 수행녀들과 욕망을 여읜 수행승들이 마늘을 캐어 온 수행녀들을 비판하는 일이 일어났다. 그러자 이 소식을 들은 붓다는 일부 수행녀들의 분수를 모른 행동은 ‘아직 청정한 믿음이 없는 자를 청정한 믿음으로 이끌고, 이미 청정한 믿음이 있는 자를 더욱더 청정한 믿음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다. 수행승들이여, 그것은 오히려 아직 청정한 믿음이 없는 자를 불신으로 이끌고, 이미 청정한 믿음이 있는 자 가운데 어떤 자들을 타락시키는 것이다.’라고 훈계한 다음 “어떠한 수행녀든지 마늘을 먹으면 단순속죄죄를 범하는 것이다.”라는 학습 계율을 정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