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종의 제3조 승찬(僧璨)이 지은 <신심명(信心銘)>의 세 번째 가르침이 ‘호리유차(毫釐有差) 천지현격(天地懸隔)’이다. “털끝만큼이라도 차이가 있으면, 하늘과 땅처럼 멀어진다.”는 뜻이다. 이 구절은 <신심명>의 제 1,2구인 지도무난(至道無難) 유혐간택(唯嫌揀擇) 단막증애(但莫憎愛) 통연명백(洞然明白)에 이어지는 것으로, ‘가리고 선택함이 없는 마음이나, 싫어하거나 좋아하지만 않으면, 막힘없이 밝고 분명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이 차별이 하늘과 땅의 간격으로 벌어진다.’는 가르침이다.

<신심명>의 처음 세 구절을 종합해 풀이하면, 택하고 버리는 마음이나, 미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은 모두 자기 욕심에서 일어나는 마음이며, 욕심은 구하는 마음이 심해지면서 일어나는 마음이다. 승찬대사는 이러한 악순환의 발단은 간택하는 분별심과 증애(憎愛)의 분별심에서 일어나는 법이니 오직 간택하는 마음을 싫어하면 지도에 무난히 이를 수 있고, 증애 하는 마음이 없으면 지도하는 길이 통연하고 명백해진다고 한 것이다.

시작할 때의 미세한 차이가 결국 하늘과 땅만큼 커지는 것처럼, 올바른 견해와 삿된 견해가 만들어내는 차이는 엄청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팔정도의 시작이 올바른 견해, 즉 정견(正見)으로 정해졌을 것이다. 정견으로 출발한 수행은 열반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하게 되지만, 사견으로 출발한 그것은 파멸의 구렁텅이로 이끌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붓다의 가르침 가운데, 올바른 견해[정견]가 갖는 중요성은 여러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불전(佛典)을 읽어가다 보면 올바른 견해, 즉 정견에 대한 가르침이 도처에,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그만큼 정견이 중요한 가르침이고, 불교가 지향하는 목적지로 가는 절대적인 대전제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앙굿따라니까야>에서 붓다는 ‘나쁜 종자의 경’과 ‘좋은 종자의 경’을 설한다. 여기서 ‘나쁜 종자’는 잘못된 견해, 즉 사견(邪見)을 의미하고, 좋은 종자는 올바른 견해, 즉 정견(正見)을 의미한다. 붓다는 나쁜 종자의 대표적 예로 님바 나무, 꼬사다끼 나무의 종자나 쓴 호리병박의 종자를 들었다. 또한 붓다는 좋은 종자의 예로 사탕수수, 벼, 포도의 종자를 비유로 등장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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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승들이여, 님바나무의 종자나 꼬싸다끼 나무의 종자나 쓴 호리병박의 종자가 젖은 땅에 떨어지면, 어떠한 땅의 성분을 흡수하고, 어떠한 물의 성분을 흡수하든지 모두 쓴 것, 아린 것, 불쾌한 것으로 이끌어진다. 그것은 무슨 까닭이냐? 종자가 나쁘기 때문이다.” - <앙굿따라니까야> 1:322~328 ‘나쁜 종자의 경’

“수행승들이여, 사탕수수의 종자나 벼의 종자나 포도 종자가 젖은 땅에 떨어지면, 어떠한 땅의 성분을 흡수하고, 어떠한 물의 성분을 흡수하든지 모두 단것, 맛있는 것, 유쾌한 것으로 이끌어진다. 그것은 무슨 까닭이냐? 수행승들이여, 종자가 좋기 때문이다.” - <앙굿따라니까야> 1:329~334 ‘좋은 종자의 경’ 

붓다는 특히 수행승들에게 올바른 견해를 지닐 경우의 좋은 결과에 대해 설명하면서 사탕수수, 벼, 포도의 종자를 설법의 소재로 등장시킨다. 올바른 견해를 지니면, 그러한 견해에 따른 어떠한 신체적 행위이든, 언어적 행위이든, 정신적 행위이든, 어떠한 의도이든, 어떠한 희망이든, 어떠한 서원이든, 어떠한 형성이든 그 모든 것들은 사랑스럽게 되고 마음에 들게 되고 이익과 행복으로 이끌어진다는 것이다.  

붓다는 신체적, 언어적, 정신적으로 선행을 한 사람은 그것을 인연으로 그것을 조건으로 몸이 파괴되어 죽은 뒤에 좋은 곳, 천상세계에 태어난다면, 그것은 있을 수 있고 가능한 일이라고 설하셨다. 

올바른 견해는 잘못된 견해를 여의는 것이다. <디가니까야> 1.에는 붓다가 제시한 잘못된 견해를 62가지로 분류해 제시하고 있다. 크게 영원주의(상견), 허무주의(단견), 무인론의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영원주의는 신체와는 상관없이 죽어서도 영원히 존재하는 자아나 영혼이 있다는 영혼주의적 견해를 말하고, 허무주의는 죽은 뒤에 지속되는 자아나 영혼이 없다고 하는 유물론적이거나 허무주의적 견해를, 무인론은 우연론이거나 강한 의미의 결정론을 말한다. <디가니까야>에서는 더 자세하게 사견을 설명하고 있는데, 예컨대 영원주의 네 가지, 부분적 영원주의, 부분적 비영원주의 네 가지, 유한·무한론 네 가지 등이다. 

붓다는 올바른 견해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수행승들이여, 나는 올바른 견해처럼 아직 생겨나지 않은 착하고 건전한 것들을 생겨나게 하고, 이미 생겨난 착하고 건전한 것들을 많게 하고 증대시키는 다른 하나의 원리를 보지 못했다. 수행승들이여, 올바른 견해를 지니면, 아직 생겨나지 않은 착하고 건전한 것들이 생겨나고 이미 생겨난 착하고 건전한 것들을 많게 하고 증대시킨다.” - <앙굿따라니까야> 1:315 전재성 옮김.  

붓다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올바른 견해는 이미 생겨난 악하고 불건전한 것들을 끊어버린다고 설하셨다. 그때마다 붓다는 마치 후렴구처럼, ‘사탕수수와 벼, 포도의 종자가 젖은 땅에 떨어지면 어떠한 땅과 물의 성분을 흡수하든지 모두 단것, 맛있는 것, 유쾌한 것으로 이끌어진다.’며, ‘그 까닭은 종자가 좋기 때문’이라고 강조하셨다. 모름지기 불자라면, 오늘날 자주, 아니 거의 매일 접하는 설탕의 원료가 되는 사탕수수, 대표적인 주식인 벼, 다양하게 활용되는 포도를 대할 때면 올바른 견해, 즉 정견의 중요성을 떠올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