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명 서

  불교는 숲과 함께해 온 종교입니다. 부처님 이래로 수행자들은 산과 숲에서 천지동근(天地同根)과 동체대비(同體大悲)의 깨달음을 얻어 뭇 중생을 보살펴 왔고, 한국불교는 산감(山監)이라는 전문 소임자를 두어 산과 숲에 깃든 생명들을 보호해 왔습니다. 나아가 우리 사회의 여러 환경 현안에 대해 자비와 생명 존중의 부처님 사상을 바탕으로 해법을 모색해 왔습니다.

  대한불교조계종 환경위원회는 환경부가 지난 2월 27일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 환경영향평가서(재보완)’에 대해 조건부 협의 결정을 내렸다는 소식에 깊은 우려의 뜻을 전합니다. 국립공원은 국가의 대표적인 자연 및 문화유산 등을 온전히 보전하고, 그 소중한 가치가 미래세대에 전해질 수 있도록 국가가 지정하고 관리하는 우리나라 생태 문화유산의 마지막 보루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이유로 국립공원에 케이블카 설치를 허가한 것은 정부 스스로가 국립공원 제도를 부정하며 자신의 의무를 저버린 행위입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명산인 설악산국립공원은 이용보다 보존을 우선해야 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이며 천연보호구역, 백두대간보호지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등 5중 규제로 보호받고 있는 최우선 보존지역입니다.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로 개발이 진행되면 전국 곳곳의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를 비롯한 대규모 개발사업의 빗장이 열릴 것이 자명합니다. 불교의 세계관에서는 생명을 가진 모든 동식물을 넘어 한낱 미물에도 존엄이 있으며 불성이 깃들어 있다고 말합니다. 눈앞의 효율성과 편리함만을 추구하고 인간중심의 세계관으로 자연의 파괴를 가속화하는 것은 인류의 삶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설악산국립공원 케이블카 건설은 전면 재검토되어야 합니다. 기후 위기와 환경 파괴로 각종 재난과 질병이 창궐하여 인류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는 시대입니다. 산림과 숲의 보존은 우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생존의 과제입니다. 지역경제를 위한다는 개발의 ‘공업(共業)’은 현세대는 물론이고 후대의 자손들이 짊어질 큰 짐이 될 것입니다. 산과 숲에 대한 훼손은 찰나(刹那)이지만 그 복원은 억겁(億劫)의 시간입니다. 우리나라 생태계의 마지막 보루인 국립공원의 보전을 위하여 설악산 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 조건부 승인은 재검토되어야 하며, 국립공원 난개발을 막기 위한 제도적 보완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불기2567(2023)년 4월 26일

대한불교조계종 환경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