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까야를 읽어나가다 보면, 처음 대하는 생소한 식물들이 설법의 소재로 등장하곤 한다. 이번에 소개하는 낑쑤까(Kiṁsuka)도 그런 것 가운데 하나이다. <쌍윳따니까야>에는 낑쑤까 나무에 대한 붓다의 설법이 있다. 낑쑤까 나무는 오늘날의 인도산호나무(학명 Erythrina variegata) 또는 키노나무의 일종으로 보인다. 주석서에 따르면, 낑쑤까 나무는 나뭇잎이 드리우면 새까맣게 탄 나뭇등걸과 같고, 꽃이 피면 고깃덩어리와 같으며, 열매가 열리면 껍질이 길게 늘어뜨려지고 꼬투리가 터진 모양을 하고, 잎들로 뒤덮이면 깊은 그늘을 드리운다. 그러므로 낑쑤까 나무는 시기별로, 계절별로 제각각 다른 모습을 나타내 보이는 특징을 가진 나무인 셈이다. 이 낑수까 나무가 붓다의 설법 소재로 등장한 배경은 <자따까(본생담)> Ⅱ. 265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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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자따까> Ⅱ. 265에 따르면, 붓다가 사왓티 시의 제따와나에 머무실 때, 네 명의 형제들이 출가를 했다. 그들은 붓다로부터 각각의 수행 주제를 받은 뒤 흩어져서 수행했다. 첫째는 여섯 감각 장소(六處)를, 둘째는 다섯 무더기(五蘊)를, 셋째는 네 가지 근본 물질(四大)을, 넷째는 18가지 요소(18界)를 수행 주제로 삼아 정진했는데, 넷 모두가 성자가 되었다. 이들은 어느 날 붓다를 찾아가 각자 성취한 바를 보고했다. 그러던 중 그들 가운데 한 수행자에게 “오직 하나의 열반인데 이런 모든 수행 주제가 어떻게 우리 모두를 도(道)와 과(果)로 이끈 것인가?”라는 의문이 일어났다. 이 수행승으로부터 의문에 대한 질문을 받은 붓다가 ‘낑쑤까 나무 본생담’을 설했던 것이다. 그 내용은 이렇다.

바라나시 성의 브라마닷따 왕에게 네 아들이 있었다. 어느 날 왕자들은 마부에게 “우리는 낑쑤까 나무를 보기 원한다. 우리에게 보여 다오!”라고 말했다. 마부는 그들을 한 번에 데려갈 수 없었으므로, 제일 먼저 첫째 왕자를 태우고 숲으로 갔다. 그가 본 낑쑤까 나무는 봉우리가 막 싹을 트이고 있었다. 둘째 왕자가 보았을 때는 잎사귀가 푸릇푸릇 해져 있었고. 셋째 왕자가 보았을 때는 분홍색 꽃이 피어 있었으며, 넷째 왕자가 보았을 때 열매가 달려 있었다. 이후에 네 왕자가 한자리에 모여 서로가 본 나무의 모습을 이야기했다. 그들은 각각 ‘불에 탄 그루터기’, ‘반얀 나무’, ‘고깃덩이’, ‘아카시아’ 같았다고, 자신들이 본 낑쑤까 나무의 모습을 묘사했다. 서로의 대답이 다르자 그들은 부왕을 찾아가 연유를 묻기로 했다. 왕자들의 이야기를 들은 왕은 “너희 넷 모두가 그 나무를 보았다. 다만 마부가 나무를 보여주었을 때, 너희는 그에게 ‘그 시기에 그 나무는 무엇 같은가?’ 또는 ‘다른 시기에는?’이라고 묻지 않았다. 그렇게 구분하여 묻지 못한 것이 각기 답이 달라진 이유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왕은 다음과 같은 감흥어를 읊었다. 

“모두 낑쑤까 나무를 보았다. / 무엇이 너희의 당혹스러움인가? / 누구도 마부에게 / 1년 동안의 형태가 무엇이냐고 묻지 않은 것이다.”

붓다는 위의 이야기를 들려준 뒤, 그 수행승에게 “네 명의 왕자들처럼, 그대는 법에 관한 의심에 빠진 것이다.”라고 말씀해 주면서, 감흥어를 읊었다. 

약간 부족하게 법을 안 사람은

의심을 느낀다. 

마치 낑쑤까 나무에 관한 

네 명의 형제들처럼.   

<쌍윳따니까야>(35:245)에는 아예 낑쑤까 나무가 제목으로 등장하는 ‘낑수까의 비유에 대한 경(Kiṁsukopamasutta)’이 있다. 이 경은 한 수행승이 ‘어떻게 수행승의 견해가 지극히 청정해지는가?’를 여러 수행승들에게 묻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 수행승은 “여섯 가지 접촉 영역의 발생과 소멸을 있는 그대로 분명히 알면, 견해가 지극히 청정해진다.”고 답했고, 다른 수행승은 “다섯 가지 집착의 다발의 발생과 소멸을 있는 그대로 분명히 알면”, 또 다른 수행승은 “어떤 것이든 발생의 원리를 지닌 것과 소멸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분명히 알면” 견해가 지극히 청정해진다고 답했다. 여러 수행 도반들의 각기 다른 대답에 만족하지 못한 수행승은 붓다를 찾아가 그간의 과정을 설명한 뒤,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붓다께서 낑쑤까 나무를 예로 들어 설명한 것이다. 

“수행승이여,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낑쑤까 나무를 본 적이 없는데, 낑쑤까 나무를 본 적이 있는 다른 사람을 찾아갔다고 하자. 가까이 다가가서 그에게 ‘벗이여, 낑쑤까 나무는 어떻게 생겼는가?’라고 묻는다면, 다른 사람이 ‘이 사람아, 낑쑤까는 검은 것으로 불타는 그루터기처럼 생겼다.’고 대답할 것이다. 수행승이여, 그때의 낑쑤까는 그 사람에게 보이는 대로의 그 종류였을 것이다. 그런데 수행승이여. 그 사람은 그 사람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 만족하지 않고 낑쑤까를 본 적이 있는 다른 사람을 찾아갔다고 하자. 가까이 다가가서 그에게 ‘벗이여, 낑쑤까 나무는 어떻게 생겼는가?’라고 묻는다면, 다른 사람이 ‘이 사람아, 낑쑤까는 붉은 것으로 고기 조각처럼 생겼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수행승이여, 그때의 낑쑤가는 그 사람에게 보이는 대로의 그 종류였을 것이다.” -전재성 옮김 <쌍윳따니까야>

붓다는 계속해서 “껍질이 까지고 깍지가 터져 아카시아처럼 생겼다.”, “무성한 잎을 달고 있어 두터운 그늘을 제공하는데 벵골보리수처럼 생겼다.” 등의 비유로 법문을 이어 나가신다. 이어 붓다는 “왕의 변방의 도시가 견고한 벽돌과 성루로 지어졌고 여섯 개의 문들을 지니고 있는데, 그곳에 현명하고 유능하고 지혜로운 수문장이 있어서 알지 못하는 자는 막고 아는 자는 들여보낸다고 하자.”고 전제한 후, 소식을 알리려 찾아온 한 쌍의 급한 사자가 동·서·남·북의 문으로 찾아와 이 도시의 주인이 어디에 있는가?라며 찾는 것에 대해 수문장이 ‘도시의 주인은 중앙에 있는 사거리에 앉아 있다’라고 답하고, 이에 ‘한 쌍의 급한 사자는 도시의 주인에게 있는 그대로의 소식을 전하고 그들이 온 길을 따라 돌아간다.’고 설명하신다. 

붓다는 여기에서 도시는 몸을, 여섯 가지 문은 여섯 가지 내적인 감역을, 문지기는 새김(사띠)을, 한 쌍의 급한 사자는 멈춤과 통찰(사마타, 위빳사나)을, 도시의 주인은 의식을, 중앙의 사거리는 지수화풍의 광대한 세계를, 있는 그대로의 소식은 열반을, 온 길을 따른다는 것은 ‘여덟 가지 고귀한 길(팔정도)’을 뜻한다고 부연해 설명한다. 

낑수까 나무의 비유는 <쿳다까니까야> ‘우다나(Udāna)-감흥어린 시구’ 6-4.의 ‘다양한 이교도의 경①(Paṭhamanānātitthiyasutta)’에서 붓다가 장님과 코끼리를 비유로 들어 다양한 신념과 견해를 지니고 말다툼을 하는 다양한 이교도의 수행자들과 성직자들을 탁발 나갔다고 보고 온 비구들에게 내린 가르침의 내용과 유사하다. 이 경에서 붓다는 옛날 사왓티의 한 왕이 신하들에게 사왓티에 사는 선천성 봉사들을 모두 불러 모은 후, 그들에게 코끼리의 머리, 귀, 이빨, 코, 몸통, 다리, 허벅지, 꼬리, 꼬리의 술 등을 만져보게 한 후 각각의 봉사들에게 자신이 만져 본 코끼리를 표현해보라고 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 이야기에 따르면, 왕의 명령으로 당시 코끼리를 만져 본 봉사들은 차례로 자신의 느낀 코끼리를 제각각 달리 표현했는데, 머리를 만진 봉사는 코끼리를 물 항아리와 같다고 답했고, 귀를 만진 봉사는 키질하는 바구니로, 이빨을 만진 봉사는 쟁기로, 코를 만진 봉사는 쟁기막대로, 몸통을 만진 봉사는 창고로, 다리를 만진 봉사는 기둥으로, 허벅지를 만진 봉사는 절구로, 꼬리를 만진 봉사는 곤봉으로, 꼬리의 술을 만진 봉사는 빗자루로 각각 자신의 본 코끼리의 모습을 주장했다. 

시기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낑쑤까 나무를 통해, 붓다는 편견과 소견에 의존해 주장을 하게 되면 오류를 피할 수 없고, 오직 육근육경을 통해 끊임없이 발생하는 온갖 번뇌들은 사마타와 위빳사나 수행, 즉 멈춤과 통찰 지혜를 통해 소멸시킬 수 있다고 가르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