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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우리나라 최초로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으면서, 종려(椶櫚)나무는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그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그러나 종려나무 그 자체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황금종려상의 ‘종려’의 원문은 ‘palme d'or’인데, 대주야자일 가능성이 크지만, 번역 관습 때문에 ‘종려’로 번역되었다고 한다. 아무튼 종려나무는 야자나무과에 속하는데 더 구체적으로는 ‘대추야자(date palm)’를 말한다. 종려나무는 칸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야자수로, 도시의 문장(紋章)에도 들어가 있는 칸의 상징이기도 하다. ‘황금종려상’이란 이름도 명예 승리 부활을 상징하는 ‘종려나무’에서 따온 것이다. 

사실 종려나무는 기독교에서 자주 등장한다. 바이블에 나오는 ‘종려나무’도 대추야자라고 한다. ‘요한복음’에는 예수가 예루살렘으로 돌아올 때 사람들이 대추야자 가지를 흔들었다는 대목이 나온다. ‘성서 시대’에는 상인과 순례자가 사막을 여행할 때 멀리 종려나무가 보이면 깊이 안도하고 기뻐했다고 한다. 종려나무 숲 인근에 오아시스 즉, 샘물이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종려 주일’이란 이름도 예수가 예루살렘 입성 때 종려나무 가지를 사용한 데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종려나무의 생명력은 경이로울 정도로 강하다. 식물학에서 종려나무는 불사조를 뜻하는 Phoenix(야자나무 속의 총칭)란 이름이 붙어있다. 강력한 태풍이 불어도 서너 시간 정도 구부러져 있다가 다시 일어난다. 종려나무는 구부러져 있을 때 그 뿌리가 오히려 강해진다고 한다. 종려나무의 그루터기를 불태워도 그 그루터기에서 다시 싹이 나고 자라난다. 종려나무는 어지간해서 죽지 않는다. 

종려나무는 10m 이상 자라는 식물이다. 아랫부분이 하나의 원통으로 되어 있으면서 위쪽에서 가지가 나오는 형태이다. 나무가 크게 자라므로 건물의 현관이나 실내정원의 가운데를 장식하는 식물로도 많이 쓰인다. 원통형의 줄기는 거친 털이 마치 머리카락처럼 엉켜 있으므로 큰 빗으로 빗어 지저분하지 않게 해주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작은 집보다는 관공서나 천장이 높은 곳에 잘 어울린다. 종려나무는 태풍이 와도 뿌리가 잘 뽑히지 않을 정도로 깊게 뿌리를 뻗는다. 탄성력이 있어 타격을 입으면 휜다. 심지어 불로 태워도 뽑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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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려나무’가 주로 기독교에서만 등장하는 나무인 것처럼 여겨지지만, 사실은 불전(佛典)에 더 자주 등장한다. <앙굿따라니까야> 제3권 셋 모아모음 천사의 품 ‘조건의 경(Nidānasutta)’에서 붓다는 행위의 발생에 대한 세 가지 조건을 설명하면서 종려나무를 비유로 든다. 붓다는 행위의 발생에 대한 세 가지 조건으로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을 들면서 이 세 가지 조건에서 발생하는 행위는 현세에서나 다음 생에서나 더 먼 미래에서나 언제나 그 해당하는 사람이 생겨나는 곳에서 그 행위가 성숙하며, 그 행위가 성숙한 곳에서 행위의 과보가 거두어지게 된다고 설파한다. 붓다는 이어 이와 같은 행위의 발생에 대한 여읨, 즉 탐욕의 여읨, 성냄의 여읨, 어리석음의 여읨, 즉 착하고 건전한 것의 뿌리(kusalamūla)를 발생하는 세 가지 행위의 조건에 대해 설법한다. 

“수행승들이여, 행위의 발생에 대한 세 가지 조건이 있다. 세 가지란 무엇인가? 수행승들이여, 탐욕의 여읨이 행위의 발생의 조건이다. 성냄의 여읨이 행위의 발생의 조건이다. 어리석음의 여읨이 행위의 발생의 조건이다.” 

붓다는 이어 “탐욕[성냄, 어리석음]의 여읨에서 출현하고, 탐욕[성냄, 어리석음]의 여읨에서 기원하고, 탐욕[성냄, 어리석음]의 여읨에서 연원하고, 탐욕[성냄, 어리석음]의 여읨에서 일어나는 행위가 있는데, 그러한 행위는 탐욕[성냄, 어리석음]을 떠날 때에 그 행위가 버려지고, 뿌리째 뽑히고, 종려나무 그루터기(Tālavatthu)처럼 되고, 존재하지 않게 되고, 미래에 다시 생겨나지 않게 된다.”고 강조한다. 

붓다는 <앙굿따라니까야> 제4권 큰 법문의 품 ‘밥빠의 경(Vappasutta)’에서도 수행자의 여섯 가지 감각기관을 통해 일어나는 번뇌를 다스리는 단호한 의지 및 노력을 강조하면서 종려나무 그루터기를 설법의 소재로 등장시킨다. 

“밥빠여, 예를 들어 나무 몸통을 조건으로 생겨난 그림자가 있습니다. 일꾼이 삽과 바구니를 가지고 와서 그 나무 몸통의 밑동을 자르고, 밑동을 자른 뒤에 파내고, 파낸 뒤에, 뿌리와 그 안의 잔뿌리마저 뽑아버리고, 그 나무 몸통을 토막토막 자르고, 토막토막 자른 뒤에 부수고, 부순 뒤에 조각내고, 조각낸 뒤에 바람이나 햇볕에 말리고, 바람이나 햇볕에 말린 뒤에 불에 태우고, 불에 태운 뒤에 재로 만들고, 재로 만든 뒤에 강한 바람에 날려 보내거나 강물의 거센 흐름에 씻어버린다면, 이와 같이 해서 수행들이여, 그 나무 몸통을 조건으로 해서 생겨난 그림자는 뿌리째 뽑히고, 종려나무 그루터기처럼 되고, 존재하지 않게 되고, 미래에 다시 생겨나지 않게 됩니다.” 

붓다는 밥빠에게 마음이 올바로 해탈된 수행승들은 이와 같이 여섯 가지 감각기관으로부터 시작되고, 연원되고 발생하고, 성숙되는 즐겁거나 괴롭지 않고 평정하고 새김이 있고 올바로 알아차리는 삶을 살아간다고 강조한다. 번뇌를 대하는 것이 얼마나 철저하고 단호하며 엄격해야 하는지를 간절하게 묘사한 붓다의 설법 내용은, 보면 볼수록 가슴에 깊은 압정처럼 깊이 박힌다. 

‘종려나무 그루터기’의 비유는 <앙굿따라니까야> 제4권 넷 모아모음 큰 법문의 품 ‘애정의 경(Pemasutta)’에도 등장한다. 이 경에서 붓다는 ‘애정을 통해서 애정이 나타나고, 애정을 통해서 증오가 생겨나며, 증오를 통해서 애정이 생겨나고 증오를 통해서 증오가 생겨난다’고 전제하고, “수행승이 번뇌를 부수고 번뇌 없이 마음에 의한 해탈과 지혜의 의한 해탈을 현세에서 스스로 곧바른 앎으로 실현하여 성취하면, 그때에는 애정[증오]을 통해서 애정[증오]이 생겨나는 일이 끊어지고 뿌리째 뽑히고, 종려나무 그루터기처럼 되고, 존재하지 않게 되고, 미래에 다시 생겨나지 않는다고 가르친다. 

<앙굿따니까야> 뿐만 아니라 <쌍윳따니까야>에도 종려나무의 비유는 여러 경에서 찾아볼 수 있다. 꼬살라의 쌍윳따 속박의 품 ‘젊은이의 경(Daharasutta)’에서 붓다는 붓다의 나이가 젊다는 점을 언급한 꼬살라 국의 왕 빠세나디를 향해 어리거나 작다고 깔보거나 업신여겨서는 안 될 네 가지 존재, 즉 왕족, 뱀, 불, 수행승을 예로 들었다. 이어 붓다는 게송 읊었는데, 그 가운데 종려나무가 등장한다.  

불이 숲을 태우고

불이 꺼지면 검은 숯 자국이 되며

밤과 낮이 지나면

거기서 새 가지가 돋아나지만

계행을 지키는 수행승이

청정의 불꽃으로 불타오르면

아들과 가축이 없어

그 상속자들은 재산을 알지 못하리. 

자손이 없고 상속자가 없으니

그들은 잘린 종려나무처럼 되리. 

 이처럼 붓다의 여러 설법에서 종려나무는 ‘종려나무 그루터기(또는 잘린 종려나무처럼)’, ‘종려나무 이파리’ 등의 관용적 어구로, 번뇌나 무명, 애정 등 각종 감각적 성향의 뿌리가 완전하게 제거된 상태, 또는 아주 작거나 보잘것없음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자주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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