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살 맞고 떨어진 두 독수리 피 흘리고,
채찍 휘두르며 말 달리다 가죽을 벗기네.
남쪽에서 오는 기러기 쏘지 마시오.
멀리 있는 가족 소식 가져올지 모르니!
-당, 두목의 게송

다른 이의 장단점 논하지 말라.
말이 오가는 사이 화를 자초하게 되나니
입 닫고 혀 깊이 감출 수 있다면,
그것이 수행의 제일 방도라네.
-송, 자수회심

생명의 소중함을, 그리고 인간관계에서 말의 신중함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상징적으로 가르쳐주는 두 게송이다. 성운대사가 가려 뽑은 100선의 선시 중 두 편이다. 각각의 선시, 게송에 대한 성운대사의 쉽고도 탁월한 해설은 현대인들의 귀를 청량하게 씻어주는 데 모자람이 없다.

책 한 권 출간하는 것을 두고 여인이 아이를 낳는 것에 비유하곤 한다. 그만큼 책 한 권을 펴내는 것이 쉽지 않거니와, 책에 깃든 저자의 공력과 그 책을 만들어 세상에 내어 놓는 출판사의 노고가 적지 않은 까닭이다.

책이 하도 많이 출간되는 터라, 모든 책이 다 그렇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어떤 책이든 허투루 보아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불교계에서도 요즘 들어 책이 쏟아져 나온다. 그러다보니 언론사에서도 물리적으로 책을 출간 시기에 맞춰 소개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정말로 좋은 책은 꼽아 두었다가 반드시 소개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기자에게 늘 던지고 있다. 책의 서평을 쓰지 않으면 뒷골이 늘 땡기는 책일 수록 사실 좋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크게보기도서출한 운주사가 석달 전에 펴낸 책 <천강의 비친 달>이 바로 그런 책이다. 성운대사가 지은 이 책은 100수의 게송에 담긴 선의 정수와 불교의 가르침을 담고 있는 책이다. 알기쉬운 해설과 비유를 통해 현대인들에게 마음의 본질과 생명의 본원을 깨달을 수 있게 하는 이 책을 읽으며, 기자는 성운대사가 대만불교를 중흥시키고 마침내 세계로 그 영향력을 확장하는 이유를 절로 알게 되었다.

게송을 가려 뽑아 해설을 붙인 책이야 얼마든지 많다. 그러나 같은 형식이라고 하더라도 성운 대사의 그것은 다른 감이 있다. 납자들이 수행과 삶 속에서 얻은 현묘한 뜻과 불법의 진리를 모두가 맛볼 수 있도록 알기 쉽게 풀이하고 있으며, 단순한 문자풀이가 아니라 일반인들이나 초학자들이 선시에 담긴 깊은 뜻을 맛볼 수 있게, 그리고 일상에서 실천하고 자신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게 하는 오묘한 힘을 가지고 있다.

성운대사는 말한다. “선은 깊은 산속 계곡과 맑은 샘물처럼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사람들 마음속 깊은 곳으로 흘러들어가 얼기설기 얽힌 분별하는 생각을 씻어 버리고, 망상에 집착하는 완고한 속박에서 벗어나게 하여 생명에게 청량한 자유로움을 불어넣어준다. 그리하여 오랫동안 닫혀 있던 온 인류의 마음을 촉촉이 적셔줌은 물론 무한하고 드넓은 문화적 수양을 펼져보인다”고.

이 책에 소개된 선시 100편의 한 구절 한 구절에 대한 깊은 성찰과 사유를 통해, 그리고 저자 성운대사가 알기 쉽게 해설한 선의 정신과 불법의 가르침을 통해 현대인들이 가지는 정신적 갈등과 갈증을 해소하시기를 권한다. 13,000원.

*지은이 성운대사는?

1927년 중국 강소성 강도에서 태어나 12세에 지개 큰스님을 스승으로 모시고 출가하였다. 1947년 초산불학원을 졸업하고 백탑초등학교 교장, 남경 화장사 주지 등을 역임하였다.

1949년 대만으로 건너간 이후로 ‘대만불교강습회’ 교무주임과 의란 염불회의 지도법사 등을 역임하였다. 1967년에는 고웅에 불광산을 창건하여 불교와 세상을 아우르는 ‘인간불교’ 사상을 추진해옴으로써 현대화된 불교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출가 후 70여 년 동안 불광산을 중심으로 하여 세계 각지에 200여 도량을 세웠으며, 수많은 강원과 도서관, 대학, 병원, 사회사업기구 등을 설립하였다. 세계 각지로부터 출가한 제자가 천여 명, 전 세계에 분포하고 있는 국제불광협회의 신도수가 수백만 명에 이른다. 성운대사는 불교의 제도화, 현대화, 인간화, 국제화 등에 지대한 공을 세웠으며, 여든이 넘은 노구에도 인간불교의 이상을 현실화하기 위하여 동분서주하고 있다.

*옮긴이 조은자는?

대학에서 중어중문학을 전공하고,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2010년에는 성운대사의 <합장하는 인생>을 우리말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