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고익진 박사(전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교수)의 엮음 『한글 아함경』게송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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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4   맹구경(盲龜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원숭이 못 옆에 있는 중각강당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큰 땅덩이가 모두 큰 바다였을 때, 수명이 한량없는 어떤 눈먼 거북이가 있었다고 하자. 그 거북은 백 년에 한 번씩 머리를 바다 위로 내민다. 바다에는 구멍이 뚫려 있는 나무 하나가 바람과 물결을 따라 동서로 떠다니고 있는데, 그 눈먼 거북이 백 년에 한 번씩 바다 위로 머리를 내밀 때 그 구멍을 만날 수 있겠느냐?”

아난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그럴 수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이 눈먼 거북이 바다 동쪽으로 가면, 떠 있는 나무는 바람을 따라 바다 서쪽으로 갈 수도 있고, 남쪽과 북쪽과 사유(四維)를 두루 돌 수도 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결코 서로 만나지는 못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눈먼 거북이와 떠 있는 나무는 비록 서로 다른 곳을 다니더라도 우연히 서로 마주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리석고 무지한 범부가 다섯 갈래에 윤회하면서 잠깐이라도 사람 몸을 받기는 그것보다 더욱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그 모든 중생은 그 도리를 행하지 않고 법을 행하지 않으며, 선을 행하지 않고 진실을 행하지 않으며, 서로서로 죽이고 해치며, 강한 자는 약한 자를 업신여겨서 한량없는 악을 짓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네 가지 진리에 대하여 아직 밝게 깨닫지 못하였으면, 부지런히 방편으로써 더욱더 의욕을 일으켜 밝게 깨닫도록 공부하여야 한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