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보기

(사진=인터넷. 아마존)

불자들이 가장 친숙한 나무는 어떤 나무일까? 보리수도 사라수도 아닌, 아마도 전단향나무가 아닐까? 불자라면, 전단향나무로 만든 108염주나 손목에 차는 단주가 없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단향나무(Candanaṃ)는 오늘날에는 샌들나무(sandalwood)라고 불리는, 강하고도 신비한 향을 내뿜는 나무로 알려지고 있다. 백단(白檀)이라고 한역된 전단향나무는 향이 빼어나 아예 백단향(白檀香)으로 불리기도 한다. 나무줄기의 심부와 뿌리에서 정유가 추출되며 향은 이국적인 수목향으로 오랫동안 지속되어 향수의 원료로 쓰인다. 인도의 마이소아 지방에서 채취되는 것을 최고로 친다. 

전단향나무는 최초의 불상을 조성할 때 사용된 나무로 알려져 불자들 사이에서는 성스러운 나무로 사랑을 받고 있다. 고따마 싯다르타가 출가해 붓다가 된 후, 도리천에 살고 있는 어머니 [마야(Maya) 왕비]를 제도하기 위해 하늘나라[도리천]으로 올라갔을 때, 꼬삼비(Kausambi) 국의 우다야나왕(Udhayana, 優塡王)이 붓다에 대한 그리움을 대신하기 위해 불상을 만들었는데, 이때 사용한 나무가 바로 전단향나무였던 것이다.

전단향나무는 100년 이상 자라야 좋은 향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불상이나 염주 등 조각용 소재로 널리 활용되며, 그 자투리는 향을 만들고 그 나머지는 기름을 짜 향성으로 쓰이는 등 조금도 버릴 게 없는 유용한 나무이다. 이 나무는 불교는 물론 옛 인도 대중들 사이에서 널리 사랑받았다. 옛 인도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내려온 다양한 주제의 속담이나 경구, 풍자시 등으로 망라하고 있는 산스끄리뜨 문학의 한 장르인 수바시따에도 전단향나무는 어김없이 등장한다. ‘수바시따’는 엄밀한 의미에서 법구는 아니다. 수천 년 전부터 인도 민중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온 노래, 혹은 시라고 할 수 있다. 구전 시가이므로 창작자도 알 수 없다. 재연스님이 번역한 잠언시집 <수바시따>에 들어 있는 113편의 시 가운데 한편을 감상해보자. 

나 아닌 것들을 위해 

마음을 나눌 줄 아는 사람은 

아무리 험한 날이 닥쳐오더라도 

스스로 험해지지 않는다 

부서지면서 

도끼날을 향기롭게 하는 

전단향나무처럼

자신을 두 동강낸 도끼날에 원한을 품지 않고 되레 좋은 향기를 내뿜어 향기롭게 한다니! 이 얼마나 향기로운 광경인가! 몸이 두 쪽으로 갈라지면서 원수의 몸에 자신의 향을 묻혀주는 전단향나무. 이쯤 되면 전단향나무는 그대로가 보살의 나무가 아니겠는가.  

사람들은 비가 내리거나 우중충한 날이면 향을 피운다. 향기로운 냄새를 맡으며 기분을 전환하기도 하고, 습기 먹은 책에서 풍기는 쾌쾌한 냄새를 없애기 위해서다. 이럴 때 가장 먼저 찾는 것이 어지간한 불자들 집에는 갖춰져 있을 ‘전단향(檀香)’이다. 전단향은 이렇듯 그 이름만 들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향기다. 그래서인지 전단향나무를 소재로 한 경전도 있다. ‘불설전단수경(佛說栴檀樹經)’이 대표적일 것이다. 이 경에 전단향나무를 설명하는 이런 구절이 있다. 

 “나무의 이름은 전단이며, 뿌리와 줄기·가지·잎은 사람의 온갖 병을 다스리며, 그 향기는 멀리 퍼지므로 세상에서 참으로 기이한 것이다. 사람들이 탐하여 구하는 것이니 말할 필요가 없다.”

전단향(나무)을 소재로 한 붓다의 설법은 불전 곳곳에 수도 없이 산재해 있는데, 그 가운데 <법구경- 담마빠다> ‘꽃의 품’에 들어 있는 한 경구를 읽어보자. 

꽃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가지 못한다.

전단향도 따가라향도 말리까향도,

그러나 참사람의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가니

참사람의 향기는 모든 방향으로 퍼져간다.

전단향, 따가라향, 웁빠라향

또는 밧씨키향이 있지만,

이러한 향기의 종류 가운데

계행의 향기야말로 최상이다. 

전단향과 따가라향과 같은

그러한 향기는 보잘 것 없지만,

계행을 지닌 님의 높은 향기는

실로 천상계에까지 이른다.

-전재성 옮김 <법구경-담마파다>에서 인용

붓다는 향기의 으뜸에 해당하는 전단향 등을 비유로 들며, 아무리 훌륭한 향기도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하는 계행의 향, 즉 계향(戒香)과는 비교할 수 없음을 이 가르침을 통해서 강조한다. 출·재가를 떠나 범계가 만연해진 오늘의 한국 불교계에 주는 따끔한 경종이 아닐 수 없다. 

하루가 다르게 밤이 길어지고 날씨 또한 스산하기 짝이 없는 이 11월에, 전단향을 피우면 주위가 향기로워질 것이다. 전단향이 없다면, 그 맑고 좋은 향기를 머금은 전단향나무로 만들어진 염주와 단주를 목에 걸고 손목에 차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