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기자단
2022-09-22 (목) 11:13한국을 대표하는 7대 종교 지도자들이 프란치스코 교황과 만났다. 가톨릭 성지를 순례하고 있는 7대 종교 수장들은 전 세계 12억 가톨릭 신자를 이끌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단독 면담을 갖고 각 종단을 대표하는 평화의 선물을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화합과 상생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한국 종교계에 “서로를 위해 기도하자”고 말했다.
한국 7대 종교 지도자들로 구성된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대표의장 원행 스님, 조계종 총무원장)가 9월 20일(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을 찾았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을 대신해 총무원 사회부장 원경 스님이 불교계 대표로 참석했으며, 교황과의 만남을 추진해온 김희중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교회일치와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장이 교황과의 대화를 이끌었다. 김현성 한국기독교총엽합회 임시대표회장, 박상종 천도교 교령, 김령하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회장이 각 종단 대표로 자리를 빛냈다. 원불교에서는 나상호 교정원장을 대신해 이명아 문화사회부장, 유교 성균관에서는 손진우 관장을 대신해 조송래 총무처장이 동행했다.
이날 만남은 15분 간 이뤄졌다. 한국의 7대 종교 지도자들이 교황청에 도착하자 바티칸에 머물고 있던 유흥식 추기경이 직접 교황청 밖으로 나와 안내했다. 코로나 감염 예방을 위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머물고 있는 사저 ‘마르따의 집’ 앞에서 대화와 선물을 주고받았다.
첫 인사로 프란치스코(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골리오) 교황은 아픈 무릎을 가리키며 “이 불쌍한 추기경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가벼운 농담을 꺼냈다. 한국 종교 지도자들이 웃음을 터트리며 긴장을 풀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환한 미소와 함께 “교황청을 찾아주고 이 만남에 함께 해줘 고맙다”며 “천국 같은 땅에 있다가 지옥 같은 이 땅으로 순례를 온 여러분들을 위해 오늘은 특별히 순례단을 위한 기도를 올렸다”고 말했다.
2023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리는 가톨릭 세계청년대회(WYD)에 대한 관심도 언급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계청년대회가 내년 포르투갈에서 개최될 예정이고 그 다음은 개최국이 한국이 될 수도 있지 않겠냐”며 “아직 결정된 것은 없지만 (개최가 성사될 수 있길)기도하자”고 말했다. 이어 “제가 여러분을 위해 기도하겠다”며 “여러분도 나를 위해 기도를 해달라”고 전했다.
한국의 종교 지도자들은 이날 만남을 위해 준비한 선물을 정성스레 전했다. 조계종은 총무원장 원행 스님 친필 사인이 담긴 중요무형문화재 백산 김정옥 선생의 다기를 전달했으며 천주교는 한국 전통 공예 인형을 선물했다. 한기총은 목정 이시규 선생의 붓글씨 ‘평화’, 원불교는 ‘진리는 하나, 인류는 한가족, 평등 세계 건설’, 천도교는 ‘밥은 한울입니다’가 적힌 족자 등을 교황에게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직접 축성한 묵주를 선물하며 환대로 맞았다. 지도자들을 비롯해 수행단 전원 한 명 한 명에게 직접 묵주를 건네며 악수와 환한 미소로 축복을 빌었다. 교황과의 만남 후엔 교황청 배려로 성 베드로 성당을 둘러보는 시간도 가졌다.
한국 종교 지도자들이 바티칸을 방문해 교황과 만남을 가진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종교지도자협의회는 2010년 베네딕토 16세와의 첫 만남 후 2017년 프란치스코 교황과 만난 바 있다. 이번 만남에 대해 유흥식 추기경은 “세계 평화를 위해 모든 이들과 언제 어디서든 만난다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라며 “한국의 7대 종교 단체가 서로 다름에도 평화를 위해 더불어 살고 있음을 기억하고 계셨던 교황님께서 기쁘게 제안을 수락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만남을 오랜 기간 추진해왔던 김희중 대주교는 “무릎 통증과 코로나 감염에 대한 염려에도 불구하고 할아버지가 마치 손주를 대하듯 살갑게 대해준 교황님 모습에 모두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기쁘다”며 “한국과 바티칸 수교 60년(2023년)을 앞두고 맺어진 만남이라 보다 더 뜻 깊다”고 전했다.
한편 종교지도자협의회는 9월13일부터 ‘이웃종교 성지순례’를 위해 이탈리아로 출국, 예수의 숨결이 살아있는 이스라엘 예루살렘을 둘러본 후 이탈리아 아시시, 시에나, 로마 등을 찾았다. 프란치스코 대성당과 가타리나 성녀의 생가, 성 베드로 대성당, 바티칸 시국 등을 둘러본 후 9월21일 귀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