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그 마음을 다스려라

                                                        정찬주(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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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중물 생각

 풀벌레 울음소리가 가득한 새벽인데, 적막한 느낌은 무슨 까닭일까. 풀벌레들이 나더러 방일하지 말고 부지런히 살라고  아우성치는 것 같다. 그건 부처님이 열반 전에 아난다에게 한 말씀이 아닌가. 오늘 새벽에는 풀벌레를 통해서 부처님 말씀을 새겨듣는다. 

 나는 새벽의 적막이 좋다. 적막이 나를 의자에 앉게 한다. 풀벌레도 고맙고, 새벽의 적막도 고맙다. 적막이 두렵다면, 감당하기 어렵다면 산중에서 살 자격이 없을 것이다. 하늘에서 쏟아진 새벽빛이 푸르게 푸르게 일렁이고 있다.

  부처님 말씀과 침묵

이미 계에 머물게 되었으면 

오관을 잘 거두어 오욕에 들어가지 말게 하라. 

그것은 사람이 회초리를 쥐고 소를 단속함으로써 

소가 남의 논밭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는 것과 같다. 

만약 오관을 제멋대로 놓아 버리면 

오욕뿐 아니라 가는 곳 끝없어, 결국 막을 수 없을 터. 

또한 사나운 말 같아서 재갈을 단단히 물리지 않으면, 

그 수레에 태운 사람을 구렁에 내동댕이칠 것이다.

도둑이 들면 그 피해가 한 생에 그치지만, 

오관의 화는 여러 생에 미치어 그 해독은 매우 무겁다. 

지혜로운 사람은 스스로 자제하여 오관에 따르지 말고, 

도둑을 붙들듯하여 함부로 날뛰지 못하게 해야 한다. 

오관의 주체는 마음이다. 

너희들은 마땅히 그 마음을 다스려라.

흐트러진 마음은 독사나 맹수보다 두렵다. 

큰 불길이 치솟아 일어나는 것도 

흐트러진 마음에 비길 바가 못 된다. 

그것은 마치 꿀 그릇을 든 사람이 꿀만 보고 좋아서 

날뛰기만 하고 깊은 구렁을 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 

또 그것은 고삐 없는 미친 코끼리나 

나무의 원숭이 같아 이리저리 뛰어 붙들기 어려우니 

빨리 꺾어 방일하지 못하게 해야 할 것이다. 

마음을 놓아버리면 모든 착한 일을 잊어버리게 되지만 

한 곳에 모아 두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수행자들은 부지런히 정진하여 

자기 마음을 항복받아야 한다.

― 『유교경遺敎經』   

 갈무리 생각

 이불재 돌부처님께 옥잠화가 향공양을 올리고 있다. 옥잠화 향기에 나도 모르게 가까이 다가갔는데, 돌부처님이 미소 짓고 있다. 작년에는 백일홍  꽃이 고개를 돌부처님  쪽으로 내밀고 꽃공양을  올렸는데,  올해는 옥잠화가 향공양을 올리고 있다. 

 작년에도 느낀 바지만  꽃에는 보수 진보가 없고 시비 분별,  주의 주장,  이념이  없다. 인간이 간여할 수 없는 자연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자연은 나의 영원한 스승이다. 부처님의 삶이 불제자들에게 불변의 거울이듯 자연은 내가 오른쪽으로 갔는지, 왼쪽으로 갔는지, 시비 분별에 흔들리고 있는지, 주의 주장에 빠져 있는지, 이념의 덫에  걸려있는지를 바로 알게 해주는 지남(指南)이므로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