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계총림 쌍계사와 고산대선사. 

민족의 성산(聖山)인 지리산에 자리한 쌍계총림 쌍계사는 선종(禪宗)의 제6조이자 남종선(南宗禪)의 문을 연 혜능조사의 정상(頂相)을 모신 성지다. 한국불교의 대표적 수행인 간화선을 참구하는 근본 도량으로 교학연찬과 계율호지를 중시하며 위의를 갖춘 수행자를 배출하고 있다. 불교음악과 한국음악이 출발한 도량이며, 차(茶)나무의 시배지(始培地)로 깨달음의 향기와 문화의 진수를 동시에 전하고 있다. 2022년 9월 14일에는 문화재청이 ‘지리산 쌍계사와 불일폭포 일원’을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지정 예고했다.

쌍계사가 지금의 대가람으로 중창된 것은 고산대선사(杲山大禪師)가 주석하면서 부터다. 선교율을 겸한 고산대선사는 쌍계사 전통을 계승해 범패와 차의 근본도량으로 장엄하고 2012년 총림(叢林)을 열었다. 한국불교 전통을 중시하는 동시에 시대정신을 구현한 수행과 포교로 불자와 시민들에게 법(法)의 향기를 전하며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종합수행도량으로 장엄했다. 고산대선사는 후학들에게 한 시도 방만하지 말고 부단히 정진할 것을 당부했으며,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는 불식촌음(不息寸陰)의 가르침은 쌍계사의 수행가풍이 됐다.

고산대선사는 1933년 12월 9일 울주에서 출생했다. 1945년 범어사 동산대종사(東山大宗師) 회상으로 출가해 1975년 쌍계사에 주석한 이후 2021년 원적에 들기까지 한국사회에 지남(指南)을 제시했다. 범어사, 해인사, 청암사, 직지사 등 제방 선원에서 23안거를 성만했다. 근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석학(碩學)인 석전한영 스님의 강맥을 계승한 당대 최고의 강백 고봉태수 스님에게 1961년 직지사에서 강맥을 이어 받았다. 이후 청암사승가대학과 범어사승가대학 등에서 교학을 연찬하며 후학을 육성했다.

또한 1972년 범어사 금강계단에서 석암율사(錫岩律師)의 계맥을 전수 받았다. 고산대선사의 계맥은 조선 후기 대은율사(大隱律師)가 쌍계사 칠불암에서 서상(瑞祥)으로 받은 해동계맥(海東戒脈)으로, 범어사의 동산 스님과 석암 스님을 통해 이어진 것이다. 조계종 전계대화상(傳戒大和尙)으로 사미·사미니, 비구·비구니는 물론 신심 돈독한 재가불자들에게 계를 전했다.

선교율(禪敎律)을 겸비한 고산대선사는 불교의 진리가 산사(山寺)에만 머물지 않고 사바세계에 구현돼야 한다는 화엄의 가르침에 근거해 부천 석왕사(1976), 부산 혜원정사(1976), 통영 연화사(1998) 등을 세워 중생제도와 전법교화를 실천했다. 또한 서울 조계사 주지(1974), 제29대 조계종 총무원장(1998), 조계종 원로의원(2006), 조계종 전계대화상(2008), 쌍계총림 쌍계사 방장(2012) 등을 역임했다. 고산대선사는 3월 23일 쌍계총림 쌍계사에서 법랍 74년, 세수 88세로 열반에 들었다.

     개산 1298주년

쌍계사의 사사(寺史)는 129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라 성덕왕 24년(724) 대비(大悲)·삼법(三法) 스님이 중국에서 혜능조사의 정상을 모셔오면서 비롯됐다. 설리갈화처(雪裏葛花處). “눈 속에 칡꽃이 핀 곳에 봉안하라”는 계시를 받아 조사의 정상을 모셨으니, 지금의 쌍계사 금당(金堂)이다. 이후 내밀하게 정상을 예경하고 수행하면서 가람의 터전을 닦았다. 

혜능(慧能, 638~713) 조사는 중국 당나라 시대 선승이며 선종(禪宗)의 제6조이자 남종선(南宗禪)의 시조이다. 육조대사(六祖大師), 조계대사(曹溪大師), 대감선사(大鑑禪師)라고도 불린다. 조계(曹溪)에서 주석한 바 있는 혜능조사는 조계대사(曹溪大師)로도 불리기에, 대한불교조계종 쌍계사는 한국불교를 상징하는 근본도량의 위상을 갖고 있다.

     창건 1182주년

쌍계사가 가람의 면모를 갖춘 것은 신라 문성왕 2년(840) 진감선사(眞鑑禪師, 774~850)가 옥천사(玉泉寺)를 창건하면서다. 옥천사는 쌍계사의 옛 이름이다. 중국 당나라에서 30년 가까이 유학하며 불법(佛法)의 진리를 체득하고 귀국한 진감선사는 지리산 화개(花開)에 이르러 불화(佛華)를 꽃 피웠다. 중국의 숭산과 종남산에서 정진한 진감선사는 참선수행을 하면서 불교의 위의(威儀)를 세우기 위해 범패(梵唄)와 어산(魚山)을 창제했다. 전법의 방편으로 문화를 받아들인 시대를 앞서간 혜안이 돋보인다. 

신라 문성왕 12년(850) 진감선사가 원적하고 10여 년이 지난 후 정강왕(재위 886∼887)이 인근에 옥천사라는 다른 사찰이 있고, 도량 양쪽으로 계곡이 흘러 쌍계사라는 사명(寺名)을 사용하게 했다. 백두산의 맥이 이어져 두류산(頭流山)이라 불리는 지리산의 명당에 자리한 쌍계사는 그 뒤로 역대 선지식이 주석하며 진리를 전했다.

     <대광광불화엄경> 고산대선사 약찬가 독송기도

<대방광불화엄경> 고산대선사 약찬가 독송 기도를 9월 28일부터 10월 4일까지 7일간 매일 오전 9시 쌍계사 화엄전에서 거행해 <화엄경>의 진리를 만나는 선연(善緣)이 될 것이다.

<화엄경> 약찬가는 석전한영 - 고봉태수 스님으로 이어지는 강맥(講脈)을 계승한 고산대선사가 80권이 되는 <대방광불화엄경>을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노래 형식으로 요약한 것이다. <화엄경>은 선재동자가 53선지식을 찾아다니며 법문을 듣고 깨달아가는 과정을 통해 불교의 진리를 전하는 핵심 경전이며. 과거, 현재, 미래세의 시방(十方)에 계신 모든 부처님을 찬탄하는 기도문이기도 하다.

     덕민대강백의 진감선사대공탑비 특강 

이번에 특강을 진행하는 불국사승가대학원장 덕민대강백은 우룡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1956년 3월 우룡 스님에게 사미계를, 1968년 3월 석암 스님에게 구족계를 수지했다. 청암사승가대학에서 내전을 공부하고, 합천 태동서사(泰東書社)에서 외전을 익혔다. 석전한영 - 고봉태수 - 우룡종한 스님으로 이어지는 강맥을 계승한 우리시대의 대강백이다.

‘진감선사 대공탑비’의 주인공인 진감선사는 신라 흥덕왕 5년(830) 중국 선종의 법맥을 잇고 돌아와 전법교화를 하다 세수 77세로 쌍계사에서 입적했다. 쌍계사 경내에 있는 진감선사대공탑비(雙磎寺眞鑑禪師大空塔碑)는 신라 진성여왕 1년(887)에 세웠으며, 이에 앞서 헌강왕이 진감선사라는 시호와 대공령탑(大功靈塔)이라는 탑호를 전했다. 신라의 대문장가인 최치원이 직접 글을 짓고 글씨를 쓴 사산비명(四山碑銘) 가운데 최초로 세운 비석이며, 국보로 지정돼 있다.

특강이 열리는 쌍계사 팔영루(八詠樓)는 진감선사가 섬진강 물고기들을 보고 8음률로 ‘범패(梵唄) 또는 어산(魚山)’이라 불리는 불교음악을 작곡한 데서 비롯됐다.

덕민대강백의 ‘진감선사대공탑비 특강’은 통일신라 사회의 사상적 흐름과 풍습을 공부할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