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종칼럼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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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총무원장 선거에 출마할지 예측이 안 된다. 아무래도 종단 유력승려가 단독후보를 내보내 선거절차 없이 총무원장으로 만들 것 같다.” 

조계종 제38대 총무원장 선거가 오는 9월 1일(목) 오후 1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지하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시행된다. 그러나 불교계는 이상스러우리만큼 조용하다. 여느 때 같았으면 선거 한 달여를 앞둔 시점에 다양한 하마평과 함께 견지동 일대가 웅성거릴 것이지만, 이번에는 이렇다 할 움직임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다고 폭풍전야의 고요와 같은 분위기도 아니다. ‘종단 행정을 이끌어보겠다거나, 종단을 위해 봉사하겠다.’며 의욕을 내는 승려들이 보이지 않는다. 교계 사정에 밝은 사람들에 따르면, 지금의 조계종 분위기는 총무원장이라는 감투가 어느 순간 자신에게 ‘뚝’ 떨어질 것을 기대하며 숨을 죽이고 있는 형국이다. 감 떨어질 것을 기다리며 감나무 아래에서 입을 벌리고 누워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런 경우를 빗대 수주대토(守株待兎)라고 했던가.  

조계종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총무원장 선거를 40일 앞둔 지난 7월 20일 제38대 총무원장 선거 시행 및 제반 사항을 논의해 선거 일정 등을 확정했다. 총무원장 후보자 등록 기간은 8월 9~11일까지이며, 선거인단 선출은 8월 17일부터 21일까지 완료해야 한다는 등의 총무원장 선거 관련 세부 일정이 발표됐다. 불교계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후보자 자격심사는 8월 18일, 선거인단 자격심사는 8월 26일에 실시한다.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는 간선제로 24개 교구본사에서 선출한 240명(교구별 10명)과 중앙종회의원 81명 등 모두 321명의 선거인단이 무기명 비밀투표로 진행한다. 2인 이상의 후보자가 있는 경우에는 선거권자 총수(321명)의 과반수의 유효투표를 얻은 자를 당선자로 결정하고, 중앙선관위윈회가 이를 원로회의 의장에게 통지해야 한다. 선출된 총무원장 인준권은 원로회의에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번 총무원장 선거일정 발표와 관련해 불교계 언론들이, 단독후보일 경우의 원장선출 절차에 대해 이례적으로 상세하게 보도하고 있는 점이다. 그동안 치러온 총무원장 선거에서 단독후보가 나선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도 말이다. 

“단, 후보자가 1인(단독후보)인 경우 투표를 실시하지 않고 그 후보자를 당선인으로 결정한다. 단독후보면 중앙선관위 자격심사만 이상 없으면 무투표 당선한다. 만약 후보자 등록 마감일까지 단독후보일 경우 교구종회는 선거인단을 선출할 필요가 없어지며, 9월 1일 예정된 투표 역시 시행되지 않는다. 만약 투표 당일인 9월 1일 오후 1시 이전에 후보자가 1인만 남는 경우 투표는 시행하지 않고 당선인을 결정한다. 이 같은 규정은 2019년 3월 27일 개정된 선거법 73조 1항에 따른 것이다.”

불교계 언론이 단독후보일 경우를 상정해 상세히 보도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어차피 총무원장은 이른바 총무원장을 지낸 이력이 있는 한 유력승려에게 낙점을 받은 자가 당선된다는 게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분위기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교계 일각에서는 최근 이 유력승려가 총무원장 선거와 관련해 측근들에게 ‘선거관련 언급을 일절 삼가라’는 지침을 내렸고, 이내 사라졌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일반적으로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세력은 누구일까? 상식적으로는 교구본사주지들이라고 할 수 있다. 321명의 선거인단 가운데, 24개 교구본사에서 240명의 선거인단이 선출되고, 교구선거인단 선출에 교구본사주지들의 영향력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81명으로 구성된 종회의원들이다. 당연직 선거인단이기도 한 종회의원들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을 만큼 크다. 경우에 따라서는 교구본사주지들보다 더 클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와 함께 이른바 관장, 회주 등의 명칭으로 소속 교구나 대찰을 장악하고 있는 막후 실력자들의 입김을 들 수 있다. 이들의 막강한 영향력을 빗대 교계에서는 한 때 ‘조계종에 관장시대, 회주시대가 열렸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돌기도 했다. 

여기서 주의 깊게 봐야 할 것은 ‘이들 세력들이 한 유력승려의 영향력 안에 들어 있는가?’의 여부, 또 ‘들어있다면 어느 정도인가?’ 등이다. 24개 교구본사주지들 중 절대 다수, 적어도 2/3이상이 이 유력승려의 통제권 아래 있다고 보는 관측이 많다. 종회의원의 절대 다수가 가입한 계파모임의 실질적인 수장도 이 유력승려라는 것을 기정사실로 여기는 분위기이다. 또한 각 교구의 막후 실력자들도 자신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이 유력 승려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 큰 변수가 되지 않는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갖는다. 더구나 이 유력승려가 새로 출범한 정권과 긴밀한 관계에 있다는 소문이 그럴듯한 정황들과 함께 회자되면서, 그의 장악력은 더 커지는 느낌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력승려의 낙점 없이 총무원장 출마를 선언할 배포를 가진 승려는 없을 것이라고 종단정치 지형에 정통한 이들은 입을 모은다. 

그럼에도 10명 안팎의 승려 명단이 총무원장 후보로 입길에 오르내린다.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오매불망 유력승려의 낙점을 기다리는 간절함’이다. ‘낙점이 곧 당선’이라는 등식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는듯하니 그들의 입장이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몇몇 관측통들은 유력승려의 낙점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 큰 몇 가지 기준을 제시해 관심을 끈다. 지난 대선에서 여당 후보 지지성향을 보였거나, 새 정권에 부담이 되는 지역출신이거나, 당선된 후 자기 정치를 할 가능성이 있는 승려 등은 일단 낙점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무려나, 총무원장 선거일이 코앞이지만 교계는 적막강산이다. 이전엔 볼 수 없었던 광경이다. 선거 때 양편으로 갈려 온갖 네거티브가 횡행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낫다는 견해도 없지 않다. 상반기 수계산림에서 사미(니)계를 받은 예비승려의 수가 14명에 불과해 승단 존속조차 위협받는 조계종이 과열 선거를 치를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수렁에 빠질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낙점을 받기 위해 짹소리도 내지 못하는 자가 총무원장이 된들, 그런 원장이 이끄는 종단이 나아질 수 있을까? 분명한 사실은 바지원장으로 불교중흥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터무니없는 꿈이겠지만, 청사진을 제시하고 자격과 실력을 당당하게 검증받으며 공정한 경쟁을 통해 당선되는 총무원장을 볼 수는 없는 것일까. 껍데기가 아니라 알토란같은….